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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 0~3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4
제인 커브레라 지음, 김향금 옮김 / 보림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애들은 정말 기특하리만치 책을 깨끗하게 본다.
실수로 책이 찢어지는 건 서너살 이전 일년에 한 권 있을까 말까였고,
낙서하고 노는 워크북과 읽는 책과의 구분이 확실해 참 기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남매가 읽고 또 읽어 우리 집에서 가장 낡고 너덜거리는 책이다.
이 책은 남매가 읽고 또 읽어 사방팔방을 테이프로 도배하고 또 도배한 책이다.
이 책은 남매가 읽고 또 읽어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책 표지와 책 내지가 완전히 분리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추억들은 또 어떠한가.
이 책으로부터 우리 애들은 색깔을 배웠고,
이 책으로 인해 우리 애들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우리 딸은 분홍색과 벚꽃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 책처럼, 엄마처럼, 딸과 아들은 하늘색과 구름색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종종 묻는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게?
아이들은 의식하지 못해도 이 책은 뱃속부터 그 자그마한 머리속에 아로새겨진 책인 거다.
안타깝게도 이제 딸 아들은 더 이상 이 책을 보지 않는다.
누나는 물론 일곱살 아들이 보기에도 이 책은 너무 쉬운 책이 되버렸다.
옆지기는 아이들 책장에 빈 공간이 없으니 팔 책은 팔고, 버릴 책은 버리라고 한다.
난 팔 책을 몇 십권쯤 추려내긴 했는데,
낡아서 버릴 책으로 딱 이 한 권을 꺼내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추억 한 뭉텅이를 몽땅 버리는 만행을 지을 수가 없어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결국 도로 책장에 꽂기로 하고,
이 책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주체 못해 리뷰까지 끄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