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대통령 1 - 보릿고개를 넘어라!
강치근 글.그림 / 꿈소담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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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은 참 근사하게 잘 써놨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하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참 가관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던 국민들앞에 박대통령은 반공이라는 신선한 공략을 내세워 등장해,

민생고도 해결해주고 부패와 구악도 일소해준다고 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단다.

통일벼를 개발해 보릿고개를 극복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고,

맨들맨들 민둥산을 푸른 우리산으로 만든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고,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이 보급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아주 게으르고 배운 것도 없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으로 계몽하여

부지런히 일도 하게 되었고, 돈도 벌었고, 자식들도 공부시켰다는 거다.


제일 재밌던 건 반공만화에 대한 예찬. 

'반공만화는 화려한 영상과 상상적 기법으로 아이들에게 반공정신을 심어준' 일등공신이며,

그중에서도 제일은 똘이장군으로서 수많은 아이들이

'따발총을 든 늑대로 표현되는 공산당과 목에 혹이 달린 돼지의 모습을 한 김일성에 열광'했단다.

어린이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는 커녕

반통일적인 내용과 자극적인 화면과 호전적인 내용 일색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무시되며,

그저 이토록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보급한 박대통령에 대한 경외심만 가득하다.


더 황당했던 건 근검절약 청렴하신 박대통령 찬양.

박대통령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에게도 검소하게 살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셨으며,

어떠한 청탁도 거절하고 부정비리를 증오하셨단다.

놀랍다. 어쩌면 이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 당시 남긴 재산은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그리고 6억 원의 현금이었다.

시가로 환산하기 어려운 재산 다 떼놓고 현금 재산부터 보자.

당시 대통령 연봉이 381만원이었는데, 18년동안 한푼도 안쓰고 저축해도 7천만원이 안 된다.

나머지 5억 3천만원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겨우 6억 가지고 그러냐고?

1979년 9월에 입주가 시작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이 당시 2천만원이었단다.

당시 6억은 31평 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이라면 납득되려나?

은마아파트 31평 한 채가 지금은 8~9억 정도 하지 아마?


이왕 시작한 거 그 외 자산도 좀 볼까?

요새 한참 이슈가 되는 정수장학회? 2005년 언론노조 추산 재산이 1조원인데,

이는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주식의 자산가치를 온전히 산정하지 않은 액수이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의 30%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다. 아 참, 부산일보다 정수장학회 거다.)

육영재단이 가지고 있는 어린이회관 부지? 서울광역시 노른자땅으로 3만평 되시겠다,

영남대학교? 우리나라 대학중 가장 넓은 땅을 가졌다. 자그마치 경산시 땅 80만평!


이명박 대통령과 땅만 비교해볼까?

그 훌륭하신 MB는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워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아내와 처남, 큰형, 작은형, 형수, 조카까지 총동원해 86만평을 달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 수 더 배웠어야 했나 보다. 쯧쯧.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청렴함은 더욱 빛난다.

노무현 대통령의 상속세 신고를 보면 화순군 봉화면 봉화리 사저와 임야 1300평이 대부분이다.

뭐 서울광역시/경산시 땅과 화순군 땅의 시가는 굳이 비교하지 않겠다.

딱 평수만 비교하면 박대통령은 고작 82만 8700평만 더 가진 청백리이신 거다.

부채를 살펴볼까? 어마나, 검소하신 박대통령은 빚이라곤 모르고 사셨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디다 그렇게 가산을 탕진했는지 은행빚이 16억이란다.


이토록 훌륭한 박대통령의 업적을 만화로 미화하는 이 책이 놀랍게도 거의 모든 도서관에 있다.

초등학교 도서관에도, 어린이 도서관에도, 시립 도서관에도! 과연 누가 신청해서 꽂아놓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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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4학년 때 "아, 박정희!"인가? 여튼 그런 이상야리꾸리한 책이 집에 있었어요. 당시 위인전에 푹 빠져있을 때였는데 그 책을 읽고 너무 감명을 받아서 잠을 못 자기도 했지요. 어릴 때 그런 책 읽는다고 모두 계속 빠로 남는건 아니어요. ㅋㅋㅋ

숲노래 2012-03-07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박목월 님은 <육영수 전>을 쓰셨는걸요..

조선인 2012-03-0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귄, 뭐 그렇게 치면 난 박정희 대통령이나 육영수 여사 서거했을 때 집안 초상난 것처럼 울었는걸... 그래도 시대가 다른데... 아직도 저런 게 판을 친다는 게 놀랍다는 거지.
된장님, 그러게요, 참 어두운 시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