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Flatliners

사람이 죽었을 때 심장박동기가 일직선을 그리는 것을 flat line이라고 한단다. 따라서 flatliners는 죽은 사람을 뜻하게 된단다.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영화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이지만, 공포물을 좋아하는 나로선 꽤 재미나게 봤다.

주제 자체는 뻔한 권선징악. 의대생 5인이 가사체험을 통해 자신의 죄업을 깨닫고 회개하여 구원받는 얘기. 공포물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잔혹한 장면도 없고, 죽는 사람도 거의 없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내 기억에 뚜렷이 흉터를 남기는 건 내 과거의 소행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암내로 인해 왕따 비슷한 걸 당하던 친구가 있었다. 난 그녀와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고,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꽤 친하게 지냈었지만, 이를 모른 척했다.

사실 그애와 내 사이가 미묘하게 틀어진 건 6학년 2학기부터이다. 방학이 다 끝나가도록 그애는 복잡한 집안사정으로 인해 탐구과제를 하지 못했다. 난 그때 2개를 했었는데, 하나는 정말 이 책 저 책 뒤지고 도서관을 드나들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날씨에 관한 속담이었고, 또 하나는 삼촌이 준 책을 거의 베끼다시피 한 제주도 방언에 관한 것이다. 난 제주도 방언을 그애에게 줬는데, 헛, 이게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는 상을 받은 것이다. 선생님은 걔가 더듬거리지만 않았다면 전국대회 상까지 받을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시도별 수상작은 전국 발표대회에 나가게 된다).

어린 마음에 '사실은 그거 내가 썼다'라고 하여 상을 뺐거나, '그거 순전히 책을 베낀 거다'라고 고자질하고 싶은 유혹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하다못해 친구가 상품을 나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비틀린 감정의 결과 난 그애가 중학교에서 왕따당하는 것을 모른체했다. 가끔씩 은혜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함께 도시락을 '먹어줬을뿐'.

막상 중1말 그애가 갑자기 지방으로 전학을 가게 되어서야 후회를 하여, 이사한 뒤 꼭 전화나 편지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나의 가증스러움을 그애도 알았던가? 그애는 단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난 그애를 어느덧 잊고 살았지만, '유혹의 선'을 본 뒤 깨닫고 말았다. 내가 만약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그애의 악몽한테 응징됐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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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해성사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7-10-10 22:10 
    나는 무신론자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종교는 존중하려고 노력하는데, 내가 무신론을 믿을 자유가 있듯 다른 사람은 신을 믿을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자들이 들으면 불경하다 펄쩍 뛸 일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 종교 의식은 아름답고 경건하여 매혹적인 경우가 많으니 관심이 가는 편인데, 특히 매력적으로 여기는 종교 의식 중 하나로 고해성사가 있다. 처음부터 고해성사에 호감을 가졌던 건 아니다. 중세 시
 
 
sweetmagic 2004-08-0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영화 네번인가 봤어요. 쥴리아 로버츠 나오는 ...유명한 배우 많이 나왔는데 ^^
본 사람은 드문 .....

조선인 2007-10-1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뒷북치는 댓글을 오늘 유달리 많이 다네요. 의외로 묻힌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