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선일씨 유족들은 27일 시신과 함께 온 유품을 공개한 후 김씨의 일기장 등 개인 신상 관련 자료가 하나도 없는 데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선일이는 평소 일기를 빠뜨리지 않고 쓰는 습관에 메모도 꼼꼼히 하는 성격"이라며, 일기장은 물론 메모 쪽지 하나 없는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또 컴퓨터(휴대용 노트북)의 입력자료가 모두 지워진 점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씨의 동생 정숙씨(32)는 "오빠는 평소 '일기는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며 내게도 일기를 꼭 쓰도록 강조해 왔다"며 "이라크에 가기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 '부모님께 잘하고 일기를 꼭 쓰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품을 공개했던 사촌형 김진학씨(38)도 "사람들이 타향에 오래 머물게 되면 일반적으로 고향을 그리는 글을 적기 마련인데 아무런 메모가 발견되지 않아 이상하다"고 전했다.
김씨와 친하게 지냈던 하대양씨(33) 등 친구들 역시
"선일이는 평소 메모를 잘하고 중요한 일은 메모 밑에 줄을 치는 등 꼼꼼한 성격이었다"며 "일기장이나 메모 한장 없고 친구들에게 자주 보내는 e메일도 컴퓨터에 남아 있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씨의 유품은 이라크 현지에서 가나무역측 직원이 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7일 공개된 김씨의 유품으로는 종이상자 2개에서 통기타 1개와 라디오, 카세트 겸용 CD 플레이어, 바이올린 클래식이라고 적힌 CD 1장이 나왔다. 여행용 가방에는 여름용 옷과 영어·아랍어로 된 성경, 영어·아랍어 학습 교재, 이라크 여성의 유화가 그려진 기념품, 노트북 등이 들어 있었다. 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얼굴 위에 빨간색으로 X표가 되어 있고, '0peration Iraqi Freedom'이라고 적힌 티셔츠도 눈길을 끌었다.
사진도 22장이 나왔으나 여성과 찍은 사진은 전혀 없었으며 기숙사에서 찍은 것, 이라크 어린이들과 찍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