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최마주 지음, 김천정 그림 / 큰나(시와시학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마로가 한글을 익히고 처음으로 혼자 읽은 책은 보리아기그림책 중 '엄마 엄마'
우리 가족에게는 참으로 뜻깊은 책이라
얼마전 해람이의 아기책을 쭈욱 정리하여 후배들에게 보내주면서
'엄마 엄마'만은 살짝 빼 보관하였다.

'엄마 엄마'가 책장 대신 마로의 추억상자 안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 것처럼
아마 몇 년 후에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가 해람이의 추억상자에 보관되겠지.
39개월 마로에 비해 57개월 해람이는 한참 한글떼기가 늦은 편이지만
해람이는 대신 퍼즐도 더 잘하고 그리기도 더 잘하고 자전거타기도 잘 하고
마로와 같은 듯 다른 듯 또 한 명의 어린이로 자라나고 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는 '엄마 엄마'처럼 동어반복이 강하다.
그런데 아기그림책보다 말밥은 훨씬 많으니 늦게 배워 더 큰 성과랄까.
게다가 사랑과 감사로 충만한 예쁜 마음이 가득하니 참 곱고 따뜻한 책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였다는데
굳이 그 말을 딴 건 상술이 아니라 그 분의 삶을 기리려는 노력이라 믿고 싶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맨 마지막 장이다.
'이 세상 모든 것 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사내아이가 감싼 팔 안에는
해람이가 좋아하는 자전거며 나무며 비행기며 강아지 등이 잔뜩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 해람이의 이름을 따온 햇님이 그려져 있다.
우연의 일치로 책 속의 가족 구성은 우리집과 같고
책 속의 강아지는 외삼촌이 기르는 씽씽이처럼 하얀색이라
해람이는 책 속의 사내아이가 바로 자기라고 동일시한다.
아들은 마지막 장의 그림을 하나씩 짚으며 단어를 말하기 좋아하고
때로는 그걸로 성에 안 차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줄줄 읊고 다니는 것이다.

그러다 쪼르르 달려와 내 얼굴에 온통 뽀뽀를 해대며
'엄마가 제일 좋아 누나가 제일 좋아 아빠가 제일 좋아'할 때면
어느새 마로 누나도 내 품에 덤벼들어 동생이 이쁘다고 뽀뽀 세례를 한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언젠가는 수염 숭숭 시꺼먼 사내가 되겠지만
그날이 와도 내 눈엔 아직 한품에 꼬옥 안기는 지금의 아이가 보일 것이다.

우리 가족에겐 영원한 추억의 책인데 어느새 품절이 되어버린 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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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11-06-1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