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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 쌩쌩 ㅣ 작은거인 낱말그림책 4
조은수 글, 설은영 그림 / 국민서관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 덕분에 제 딸이 좋아하는 책 순위에 일대 파란이 발생했습니다. 국민서관의 작은거인 낱말그림책 3권이 1-3위를 모두 휩쓸어버렸답니다!!! ("나랑 놀아줄래?"가 품절되서 못 산 게 속상합니다. 절판이 아니라 품절이기에 언제나 재출간되려나 시시때때로 확인하고 있답니다.)
얼마나 좋아하냐구요? 화장실 갈 때, 놀이방 갈 때, 자러 갈 때, 차타러 갈 때, 밥 먹을 때, 그림 그릴 때, 언제 어느 순간에도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엄마, 아빠는 물론 놀이방 선생님들까지 책을 달달 외우게 됐으며,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딸이 책장 넘겨가며 줄줄 외는 걸 보고 벌써 글을 술술 읽냐고 신동 났다 감탄합니다.
"겨울바람 쌩쌩"이 그중에서도 딸의 사랑을 가장 듬뿍 받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거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령 엄마의 입장에서 제일 재미난 내용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내 친구 붕이"의 경우 연못, 강, 바다, 바람, 비 등 이제 27개월인 딸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낱말이 많습니다.(어른의 눈으로서 솔직하게 덧붙이면 그 그림을 보고 강이나 바람을 맞추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겨울바람 쌩쌩"의 경우 하마, 염소, 기린 등 딸이 좋아하는 동물들과 우산, 목도리, 장갑 등 딸이 쉽게 접하는 사물들이 낱말 주인공입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낱말을 척척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딸은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그 덕택에 딸이 좋아하는 책 1순위가 된 듯 합니다.
엄마의 입장으로선 그림책으로서의 내용적 매력에 썩 후한 점수를 주진 못하겠습니다. 바람이 불어 여러 등장인물/동물의 물건이 하나씩 휙 날라가버린다는 설정은 "바람이 불었어"와 똑같습니다. 비록 날아간 물건들이 모두 모여 눈사람을 꾸며준다는 반전이 있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의구심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보리의 세밀화에 사로잡힌 저로선 낱말 그림이 좀 더 정교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림책의 주인은 딸!!! 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은 "겨울바람 쌩쌩"이라는 사실이 가장 강조되어야겠지요? 게다가 작은거인 낱말그림책에 자극받아 딸이 낱말카드 놀이도 부쩍 좋아하게 되고, 숫자 외에 글자에 대한 관심도 새록새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엄마로서 가지는 사소한 불만쯤은 탁 덮어버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