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데리고 나름 공연보러 다닌다고 다녔지만, 마로가 진짜 연극을 본 건 '오구'가 처음.
아마 난 대학 다닐 때 '오구'를 봤던 거 같은데, 기억 속 '오구'와 오늘의 연극은 많이 달랐다.
현대사 이야기가 싹 빠졌고, '한' 보다는 '흥'이 주된 정서였다.
그래서일까.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꽤 긴 연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는 한 판 굿을 신명나게 지켜보며 즐거워했다.

강부자씨가 노모역을 맡은 공연으로 봤는데, 아, 기력이 쇠한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그래서 더 사실적인 연극이었고, 그녀의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몹시 피곤해보였지만 연극후 놀이판이 벌어졌을 때 강부자씨는
어떻게든 인사를 나누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요청을 다 받아주셨다.
노배우는 그렇게나 참 아름다웠다.
딸아이가 가장 혹한 배우는 무녀 역의 '배미향(?)'씨.
탁 트였으면서도 고운 목소리와 자태로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제대로 흥을 돋구웠다.

그때는 한껏 마음이 고조되어 겨울방학에는 마당놀이에 데려가자 싶었는데, 음, 꽤 비싸다.
아무래도 겨울방학 여행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랑 갈음해야 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