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데리고 나름 공연보러 다닌다고 다녔지만, 마로가 진짜 연극을 본 건 '오구'가 처음.
아마 난 대학 다닐 때 '오구'를 봤던 거 같은데, 기억 속 '오구'와 오늘의 연극은 많이 달랐다.
현대사 이야기가 싹 빠졌고, '한' 보다는 '흥'이 주된 정서였다.
그래서일까.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꽤 긴 연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는 한 판 굿을 신명나게 지켜보며 즐거워했다.   

 

강부자씨가 노모역을 맡은 공연으로 봤는데, 아, 기력이 쇠한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그래서 더 사실적인 연극이었고, 그녀의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몹시 피곤해보였지만 연극후 놀이판이 벌어졌을 때 강부자씨는 
어떻게든 인사를 나누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요청을 다 받아주셨다.
노배우는 그렇게나 참 아름다웠다. 

딸아이가 가장 혹한 배우는 무녀 역의 '배미향(?)'씨.
탁 트였으면서도 고운 목소리와 자태로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제대로 흥을 돋구웠다. 



그때는 한껏 마음이 고조되어 겨울방학에는 마당놀이에 데려가자 싶었는데, 음, 꽤 비싸다.
아무래도 겨울방학 여행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랑 갈음해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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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2-0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하고 엄마랑 둘이 오구 공연 봤었어요. 엄마가 참 좋아하셨죠. 연극은 처음이셨거든요. 그 뒤로 자주 모시고 가야지 했는데 애들 낳고 기회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또 기회가 생기겠죠.

조선인 2010-12-0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제가 어머니와 본 연극은 딱 한 편이에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생전 처음 연극을 보신 어머니는 어색해 하셨고, 몸도 안 좋아 공연시간 내내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었을텐데, 그래도 '참 좋았다'라고 기억해주셨어요. 참 고마운 일이죠.

^^ 2010-12-1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분이 배미향씨 인가요? 우리 동네(경남 마산) 사람이라 20대 시절 몇 번 만났는데 저렇게... 성숙(?)해 지셧구나. 원래 무용이 전공이죠. 제 기억으론 오구가 생로병사-재생의 의미로 성기가 강조된 인물이 등장하고 그랬던 걸루 기억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축제 형식의 굿으로 풀어낸 연극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참 신선하게 봤던 연극인데 ...

아,,, 대리석 바닥이 참 거슬리네요. 저런 연극은 흙을 밟고해야 하는 데... 아님 멍석이라도 좀 깔던지... 아마 관에서 주최한 공연같군요.

그 정감있고 조약돌을 밟는 느낌이었던 서울 인사동 바닥도 디자인 서울 스팟지구람서 대리석으로 도배를 해버렸더군요. 서울시내 야외문화는 모두 관이 주도하고 관의 의도에 맞춤화되면서 문화예술의 형식이 많이 왜곡되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더군요.

4대강 사업이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이라면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은 문화예술 환경을 훼손하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조선인 2010-12-1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중앙일보 호암아트홀에서 공연을 했어요. 연극후 그냥 건물 지하에서 뒷풀이를 해서 저렇답니다. 하긴 건물밖도 다 포장이죠. 이젠 흙 밟을 곳이 없어 부러 올레길을 찾는데, 그 올레길마저 관광상품화한다고 포장하는 세상입니다.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