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마로 유치원 체육대회, 일요일은 청년회 체육대회라는 강행군을 끝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건만 사정은 해람도 마찬가지.
이틀 연속 바깥밥만, 게다가 심지어 찬밥(도시락)만 먹어서 그런지
해람의 컨디션은 일요일 밤이 되자 급격히 나빠졌다.
안거나 업고서 걸어다닐 때만 잠을 자고 내려놓으면 바로 울어대니
꾸벅꾸벅 졸면서 아파트 단지를 내도록 업고 돌아다녔고
(지금까지 다리에 알이 배겨 계단 오르내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새벽 4시 30분이 되어서 울며불며 된똥을 누더니 간신히 잠들었다.

마음 같아서야 어제는 하루종일 시체놀이를 하면 딱 좋겠건만, 대신 유령놀이를 하며 버텼다.
그런데 간신히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보니 열쇠가 없어졌다.
한손에는 해람이를 안고 미친 듯이 가방을 뒤지다가 불연듯 떠오른 영상.
모업체 창립기념일이라며 4기가짜리 메모리를 선물받은 뒤 가방 안에 메모리를 집어넣는 대신...
대신... 대신... 대신... ㅠ.ㅠ
(이유는 모르겠다, 아니다, 사실 이유는 안다, 너무 졸려서 그랬다)
집열쇠를 꺼내서 메모리와 열쇠를 휴지통에 버렸던 거다. @.@

다행히 어제는 옆지기가 일찍 퇴근하여 무사히 집에는 들어갔지만,
부랴부랴 사무실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에게 전화해서
내일 아침에 쓰레기통을 비우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 부탁을 한 뒤 망연자실해버렸다.
그런 내가 딱했는지 옆지기는 집안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며 얼른 자라고 재촉했고,
난 옆지기에게 감복하여 저녁 먹고 애들만 씻긴 뒤 그냥 엎어져 잤다.

자정쯤 해람이가 설핏 보챌 때 잠깐 깬 거 외엔 오늘 아침 자명종이 울릴 때까지 푹 잤더니
오늘 아침 일어날 땐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옆지기가 한 일이라곤 달랑 저녁 설겆이.
쓰레기통도 안 비워져 있고, 젖병소독도 안 해놨고, 손빨래할 것도 화장실에 그대로고,
분리수거도 안 했고, 음식물 쓰레기통도 안 씻었고, 빨래도 안 갰고, 기타 등등...

잠자는 옆지기에게 쫓아가 궁시렁 궁시렁 바가지를 긁었더니,
부스럭부스럭 일어나 하는 말, "어째든 맘편하게 잤잖아. 그럼 된 거지, 뭐."
대체 이게 뭐냐고요, 다 해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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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9-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에 설거지만 들어가 있나 봅니다^^;;; 그래도 편히 주무셨다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조선인 2007-09-1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흐흐흐 참 이상한 '다'이죠?

瑚璉 2007-09-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다' 해줄 일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확인받은 후 주무세요(그런데 그건 또 그것대로 일이 아닌가 -.-;).

조선인 2007-09-1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련님, 흑흑흑 왜 님이 절 놀리는 거 같죠?

瑚璉 2007-09-14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리는 것 맞는데요. (-.-;) (퍽~)

조선인 2007-09-1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련님, 제 쌍심지가 보이십니까?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