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어릴 적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건 때로 기묘한 체험이 된다. 판타지와 영화로 기억되었던 책이었는데 이제는 중용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지나친 과도함을 피하는데, 덕 그 자 체의 과도함도 피한다는 게 무엇인가. 어느 정책은 완전히 옳고 어느 정책은 완전히 그릇되어 있다는 말이 그 지지자에게 충격이 된다는 충고는 극단주의와 흑백논리에 대한 경고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작가가 살던 냉전 비극의 시대를 생각하면 그 누구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샹그리라가 낙원임을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산다는 것에 대한 나의 거부감이 샹그리라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으니 이 또한 중용을 버림인 것일까. 좀 더 두고 볼 문제인 듯 싶다 라는 것이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최대의 양보인 듯 하다.
뱀발.
내 기억속엔 분명 계곡을 빠져나가다가 여자가 급속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란 멜린슨이 추락하고 이를 구하려다 콘웨이도 원치 않게 계곡을 벗어나게 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책에는 없다. 영화에서 본 건지 내 상상인지 구별이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