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시간이 좀 지났을 때 해람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감기 기운이 몽실몽실하더니 이젠 열도 꽤 난다고.
아무래도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회사를 뛰쳐나와 택시를 잡겠다고 허부적거리는데,
왠 젊은 남자가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차마 누구냐고 묻지 못하고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또 택시를 잡으려는데,
이 남자 싹싹하게 말도 건다.

"무슨 급한 일 있으세요?"
"아, 예, (누구더라? 식당 종업원? 지부 사람? 업체 사람? 으, 누구지?)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을 받아서요."
"어, 그럼 제가 콜이라도 불러드릴까요? 2-3분이면 도착할텐데요."

너무나 상냥하게도 그 남자는 114에 전화를 걸어 콜번호를 알아봐주는데,
나로선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과도한(?) 친절에 당황하던 중,
마침 빈 택시가 와 부랴부랴 감사인사를 하고 훌렁 택시를 타버렸다.

비록 5분이 늦어 병원은 못 갔지만 다행히 해람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잔 편이다.
오전중에 잠깐 외출을 나와 병원을 데리고 가자 마음 먹고 출근했는데,
안내 데스크의 남자 직원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아이는 괜찮습니까?"

철푸덕.
어제의 젊은 남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번 지나다니며 마주칠 때마다 목례를 나누는 사이였던 것.
똑같은 양복 차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밖이라는 이유로 못 알아보다니. OZ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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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5-1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 밖에서 학생 만나면 잘 못 알아봐요..;;;;;;

Mephistopheles 2007-05-1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인기 많으세요...라고 쓸려다가....마지막 부분에서 그만.....
(죄송합니다. 좀 웃었습니다..ㅋㅋㅋ)

마늘빵 2007-05-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십수년 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선인 2007-05-1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흑, 저만 그런 게 아닐까요? 조금 위안이 됩니다.
메피스토님, ㅠ.ㅠ
아프락사스님, 제가 님보다 십수년이나 나이가 많을 거라는 말씀? 으흐흐

클리오 2007-05-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하게, 늘 보던 자리에서 그 사람을 보지 않으면 얼굴은 알아보기도 하는데 누군지 절대로 기억을 못해요... 괴로워요...

조선인 2007-05-1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정말 괴로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