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빌려 줄게 생활그림책 3
강전희 그림, 최재숙 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그럼 엄마도 강이 엄마 안 할 거야." 엄마가 동생 쪽으로 싹 돌아앉았어요.
앙! 엉엉엉! 강이는 울고 또 울었어요. 슬퍼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그림책을 읽어주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몰래 딸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부랴부랴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난 저렇게까지 심한 말은 한 적이 없어, 없을 거야, 없겠지?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출근준비를 하며 딸아이를 채근하는 나의 아수라같은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내일은 절대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어느 순간 난 딸아이에게 짜증내고 만다.
"여섯 살이나 먹었으면서 왜 이래? 이러다 엄마 지각하면 너 때문이야!"
혹은 "해람이는 아직 아기잖아. 마로가 엄마를 도와줘야 하잖아. 너가 애기냐?"

마로나 강이는 결코 동생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이뻐한다.
문제는 아기에겐 손이 많이 간다는 핑계로, 큰애는 이제 꽤 컸다는 핑계로(컸다고? 정말?)
아기의 작은 변화 - 옹알이며, 젖니에는 민감하면서,
큰애에게는 건성건성 반응하며 지나치게 어른스러움만을 강요하는 부모가 잘못이다.

그런데도 마로와 강이는 참으로 장하다.
여전히 동생을 이뻐하며 동생에게 엄마를 양보하고 참을 줄 안다.
아빠와 편먹고 엄마와 동생을 위해줄 줄 안다.
그리하여 책의 마지막 장은 못난 엄마에게 기어이 죄책감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산아, 형아가 엄마를 빌려 줄게. 그런데 나중에 꼭 돌려줘야 해. 알았지?"
산이의 손을 꼭 잡아 주는데 강이는 왠지 눈물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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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2-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아, 형아가 엄마를 빌려 줄게. 그런데 나중에 꼭 돌려줘야 해. 알았지?"
이 말에 저도 눈물이 나네요 조선인님

조선인 2007-02-2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전 막내라 큰오빠를 질투하고 자랐는데, 돌이켜보면 큰오빠가 정말 힘들었을 거라 생각되요.
하늘바람님, 네, 코끝이 아주 찡해지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