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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이사 가요 ㅣ 그림책 도서관 21
비앙카 민테-쾨니히 지음, 한스-귄터 되링 그림, 은에스더 옮김, 김창기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마로가 기억하는 이사는 2번이다. 수지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수원으로. 수원으로 이사올 땐 걱정과 달리 마로가 빠르게 적응해 고맙고 대견했지만, 수지에서 서울로 이사나갔을 땐 여러 모로 어려웠다. 아이는 낯설은 환경을 못 견뎌했고, 하다 못해 바뀐 벽지마저 싫다고 울곤 했다. 4월이면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다시 또 이사를 할 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니, 그때의 기억이 꼬물꼬물 살아나 거창하게도 감회가 새롭다.
책은 참 살뜰하다.
00에게. 우리들은 싫든 좋든 정든 학교, 친구들 곁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게 돼. 모르는 사람들과 낯선 동네에서 지내기가 처음에 쉽지 않지. 정들었던 친구들과 선생님도 그리울 거야. 그렇지만 새로운 곳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아니? 사랑하는 00아, 우리 같이 이사 가자!
책의 앞 면지에 쓰인 글귀. 사실 납득은 안 간다. 어른인 나 역시도 이사를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과연 아이들이 이사를 신나게 여길지는 의문이다. 내 부르퉁한 심정을 알아챘는지 뒷 면지에는 우리나라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한마디 아닌 착실한 조언이 실려 있다.
- 이사를 가게 되면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알려 주어 친구들과 작별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할 것. (책에서는 이사파티까지 한다. 이건 엄두가 안 나는 대목)
- 이사갈 곳을 미리 보여 주거나 아이가 좋아할 만한 정보들을 알려 주어 이사 갈 곳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할 것. (책에서는 새 집을 짓는 공사현장에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간다. 이사를 하게 되면 집이 넓어져 모두 하나씩 방을 가지게 되며 마당도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고, 집의 도면을 함께 들여다 보기도 한다)
- 이사를 준비할 때 아이를 참여시켜 아이도 자신이 가족의 중대사에 기여한다고 여기게 되면, 적극적으로 적응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된다. (책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자기 자기 짐을 싸도록 내버려 둔다. 물론 엄마의 일거리는 오히려 더 늘어난다. ^^;;.)
- 엄마, 아빠가 이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
- 이사를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규칙과 생활방식을 지속하여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줄 것. (책에서는 심지어 이사간 마을축제를 자청한다. 역시 엄두가 안 나는 대목)
- 설령 급격한 변화로 아이가 위축되거나 퇴행을 하더라도 아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느긋하게 참을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격려와 위안과 확신을 줄 것.
본문보다도 더 알찬 부록을 보니 편집자의 마음씀이 느껴진다. 이번엔 대여해서 본 책이지만, 만약 이사를 가게 된다면 이 책의 구매로 이사 준비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