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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질문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하연 옮김 / 베틀북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딸아이가 갸우뚱합니다.
"무슨 질문을 한 거야?" "누가 질문을 한 거야?"
같이 갸우뚱하며 얘기했습니다.
"마로는 누가 무슨 질문 한 거 같아?"
딸아이는 글쎄... 말꼬리를 흐리며 계속 책을 읽더니... 뒷장을 탁 덮고나서 깔깔 웃습니다.
"무슨 질문이 뒤에 있냐? 알쏭달쏭 수수께끼를 먼저 내고 답을 하는 거지."
"나는 왜 이 세상에 있는 건가요?"
평범하지만 철학적인 질문이라는 설명답게 참으로 기발한 대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의 심금을 울린 건 죽음의 대답과, 장님의 대답입니다만,
딸아이가 자지러지는 건 뚱뚱보 아저씨의 대답입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나만의 답을 쓸 수 있는 칸이 앞뒷장 빽빽히 줄지어 있으니
한참 쓰기에 재미든 딸은 아주 좋아라 합니다.
또 하나의 숨은 재미는 "누가 질문을 한 걸까" 추리해 보는 것.
5살짜리 사내아이답게 비행기 조종사 또는 군인이나 뱃사람 혹은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고,
할머니의 귀여움과 아빠, 엄마, 누나, 형의 사랑을 담뿍 받지만 아직 숫자 3까지 셀 줄 모르고,
고양이는 거실에서 가르랑거리고, 나뭇가지에서 새가 지저귀는 넓은 정원에는 개와 토끼가 살고,
어쩌면 지하실에 쥐도 있는 집에 살고 있는 그런 아이가 던진 질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