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상 까치글방 130
에릭 홉스봄 지음 / 까치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에릭 홉스봄'은 국내에서도 꽤 잘 알려진 역사학자이다. 그가 집필한 역사책은 출간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특히 근대이후의 역사를 시리즈물로서, 시대별로 구분하여 서술한 책들로 유명하다. '혁명의 시대' '제국의 시대' '자본의 시대'에 이어 시리즈물의 마지막작품으로, 20세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이 바로 '극단의 시대'이다.

이 저작은 20세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즉 1.2차 세계대전, 유럽을 붉게 물들였던 사회주의운동, 사회주의운동의 일환으로 2차 세계대전의 파시즘기에 전개되었던 레지스탕스운동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세계대전 이후 서구 특히 미국의 호황을 설명하고 분석하면서 '황금의 시대'로 간주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은 20세기에 일어났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어느 것도 간과하지 않을 만큼 폭넓으면서도 심도가 있다.

그러나 '극단의 시대'가 홉스봄의 다른 시리즈물과 대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역사가는 모름지기 멀리 떨어진 숲을 바라보며 거시적인 윤곽을 스케치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홉스봄에게 있어 '극단의 시대' 이전의 작품들이 모두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거시적인 숲의 윤곽이라기 보다는, 직접 숲속에 들어가 나무의 자세한 모습까지도 구체적으로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해석하는 학자들은 그 시기를 어떤 시대로 상정해야 할지 큰 혼동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생동감있는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흥분을 느끼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단전후의 현대사 - 일월총서 14
부루스 커밍스 / 일월서각 / 198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한반도의 분단과정에 대해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방공간을 서술한 기존의 역사서적은 반공주의적 시각에 치우친 경향이 농후한데, 이 책은 균형잡힌 시각에서 해내외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게재하고 있다.

내용구성면에서도 분단의 세계사적 배경과 분단의 경과 그리고 분단의 고착화과정으로 구분하여, 남북분단에 대한 총체상들을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는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의 해방과 미국정책'과 와다하루끼의 '소련의 대북한정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근본원인을 소련의 팽창정책에서 구하였던 기존 사학계의 전통주의적 해석에 도전, 수정주의논리로서 미국의 대한정책을 한반도분단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진단한 바 있다. 와다하루끼 역시 북한에 대해 실증적인 연구와 업적을 많이 낸 일본인 학자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김일성연구에 있어 걸출한 성과를 낸 바 있다. 이들의 논문은 주로 80년대에 발표되어 한국역사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는데, 이 책에 게재된 수 편의 논문 역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수작들임에 틀림없다.

또한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한국현대역사의 귀중한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분단의 근원을 추적하고자하며 이에 관심있어하는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연구 1 - 범우사상신서 49 범우사상신서 49
아놀드 요셉 토인비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1992년 8월
평점 :
품절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누구라도 알만한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원래 이 책은 워낙 방대한 책이었지만, D.C.서머벨에 의해 축약되자 축약판으로 더욱 친숙해지게 되었다.

토인비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역사학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놀라운 해석틀을 제시한 바 있는데, 그것은 '도전과 응전'이란 번역어로서 일약 유명한 구절이 되기에 이르렀다. '도전과 응전'은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착안된 개념으로 자연을 개척하여 문명을 탄생시키는 인간의 도전에 끊임없이 응전해 오는 자연적 환경의 반응양식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지금은 꽤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 개념도 등장 당시엔 혁명적인 발상으로 까지 간주되었을 정도였다.

또다른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문명권에 대한 인위적 분류에 관한 해석이다. 이것은 각기 유사한 문명을 동일한 문명권으로 포괄해,성격이 다른 여타의 문명권과 구분하는 방식이다. 먼 훗날 이 방식이 훌륭한 학자에 의해 도입되기에 이르는데, 바로 새뮤얼 헌팅턴에 의해서 였다. 헌팅턴은 이슬람 서구 중화문명권 등 세계를 7-8개의 문명권으로 분류함과 아울러 이러한 분석에 근거해 미래의 역사를 예언하기까지 했는데, 문명의 충돌로 대표되는 서구와 이슬람문명의 충돌이 핵심논지였다. 어쨌든 문명을 구분하는 헌팅턴의 이러한 발상 역시 토인비의 개념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오스
제임스 클리크 지음 / 도서출판 동문사 / 1993년 8월
평점 :
절판


고전역학 즉 기존 자연과학의 주제는 이상적인 계를 설정함으로써 그 내부의 물리적인 법칙과 질서를 규명하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공기의 저항과 같은 불규칙적인 요소 -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너무도 친숙한 것이지만 - 의 개입은 철저히 차단당해야 했고, 그 이상적인 계의 물리법칙이야말로 혼돈스러운 현실의 모델역할을 자임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자연과학은 이상적인 계의 물리현상에만 국한되었던 고전역학의 범주를 포괄해, 혼돈스런 현실세계의 물리현상들까지도 그 범위에 포함시키는 실정이다. 이러한 카오스(혼돈)에 관한 연구는 현대물리학계의 대유행처럼 번져 신과학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바 있는데, 그 대표적인 주자들이 바로 프리쵸프카프라, 일리야프리고진, 에리히얀치 등 이다. 이들은 혼돈속에서의 질서를 규명함으로써,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무엇의 정체는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과학적 논리실증주의와 실용주의를 신봉하는 과학자들은 이러한 일군의 유행에 대해 실랄히 비판하고 있다. 칼세이건 등은 이의 대표적 학자로서 실험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이러한 과학류를 사이비과학이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역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현대과학의 이러한 사조를 악령에 비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돈의 현실을 해석해내려는 과학의 이러한 흐름은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기존 과학의 지평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 기존의 과학적 세계관을 변혁하려는 혁명적 과학인들의 반역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우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넣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소 어려울지라도 카오스에 대해 이해하고자하는 일반인들에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혹은 재미있는 과학에피소드를 통해 그 개념을 비추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대 북한의 지도자 - 김일성과 김정일
서대숙 지음 / 을유문화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서술한 서대숙교수만큼 현대북한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가 북한학계의 최고 권위자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반도를 떠나 이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0.70년대 당시에는 한국전쟁의 후유증이 오랫동안 남아 한반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악화시켰고, 그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역사연구란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메카시즘으로 대표되는 반공의 열풍은 불고 있었지만, 한반도의 남쪽에서 만큼 사실그대로의 역사를 왜곡시킬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서대숙교수가 콜롬비아 대학에 낸 박사학위논문은 한국의 공산주의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추적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논문은 스칼라피노-이정식, 김준엽-김창순교수의 '한국공산주의운동사'와 더불어 한국공산주의운동에 관한 가장 유명한 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저작은 사실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려는 저자의 노고를 담고 있긴 하지만, 관점에 있어선 반공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서대숙의 저작 '한국공산주의 운동사'가 해방전 남북한 공산주의의 기원과 형성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 '현대북한의 지도자'는 그이후에 있었던 일들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역시 이 책을 통해서도 서대숙교수는 대중적인 북한역사학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여러 일반인들이 북한에 대한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일성이후 김정일체제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통해, 우리들은 향후 북한의 전망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