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학
안병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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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서술은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중심의 극히 편협한 부문에만 국한되어 온 경향이 있다. 물론 세계의 모든 역사학계에 있어 역사서술의 이와같은 집중성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서양의 역사학은 정치경제부문의 집중성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재료들을 역사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성의 역사'는 이미 학문으로써 정착된 지 오래이고, 로마시대의 '매듭의 역사'나 '전차의 역사' 혹은 이 책에서 볼 수 있듯 '심성사'라든지 '일상의 역사' '축제의 역사' 등은 이에 대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전통을 경험한 유럽의 특수성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같은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의 역사 역시 '정치경제사 중심의 위로부터의 역사학'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역사를 주도하는 참다운 주체는 권력의 상층에 위치한 지배자라기 보다 권력의 하층에 위치한 대중이라는 점, 그리고 다양한 저변의 역사를 개척함으로써만이 학문의 기층부를 더욱 견고화하고 학문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점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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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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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3-4년 전에 타계한 그는 과학계의 큰 별이었다. 화성탐사 프로젝트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 그는 천체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기도 했다. 미국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지에도 기고하여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을 정도로, 그의 과학에 대한 애착심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코넬대학의 재직시절 유일하게 그의 연구실 출입문에만 이름표가 없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학생들이 그 전설적인 교수의 명패를 몰래 빼갔기 때문이었다.

칼 세이건의 이와 같은 명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물론 전세계에 과학을 보편화시키고자하는 진지한 열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부단한 실험 관찰 등의 성실한 자세 역시 그의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세이건의 이와 같은 자산 외에도 과학에 대한 그의 합리적 세계관을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몇년 전에 유행하기 시작한 일리야 프리고진, 프리쵸프 카프라, 에리히 얀치 등 신과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에 맞서 선전포고를 감행한 세이건은 이들을 사이비 과학자로 철저히 응징하고 있다.

과학은 신과학운동류와 같이 추상적 틀에 갖혀 있거나, 실증이 불가능하거나, 유추에 의존하거나, 실용적 성격을 결여하고 있을 땐, 이미 과학의 영역을 이탈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과학은 결코 골방에 틀어박혀 앉아 사변에 의존하는 사람들에 의해 개척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주를 관찰하며 데이타를 살피며 분석하는 사람들에 의해 진보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칼세이건은 우주를 개척하는데 앞장선 천체물리학자이자, 사이비과학을 추방하기 위해 그리고 과학계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과학철학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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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 밀레니엄 프로파일 1
로버트 서비스 지음, 정승현 외 옮김 / 시학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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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적인 혁명가가 갖추어야 할 세가지 조건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정통하고 현실조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 둘째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지도력과 카리스마, 셋째 정치적 수완. 이 세 가지를 다갖춘 혁명가가 세상에 존재했을까? 존재했다면 과연 누구일까? 20세기 초중반의 혁명기에 이러한 자질을 갖춘 몇몇 인물들이 존재해 왔다. 중국의 모택동 베트남의 호치민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

이들은 모두 조국의 해방을 위해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한 진실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지도적인 혁명가의 요건을 모두 갖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위대한 별은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풍요화하는데 공헌한 레닌이었음은 두말할나위 없다. 그는 역사발전단계의 객관적 법칙성을 과신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시정함과 동시 노동자들의 의식성을 강조하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혁명을 앞당길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한 최초의 사회주의혁명가였다. 그의 뛰어난 혁명가적 능력은 사회주의혁명을 러시아에서 최초로 성공시킴에 의해 여지없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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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로동당연구 역비한국학연구총서 7
이종석 지음 / 역사비평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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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공산당은 1925년에 탄생되었다. 하지만 일제의 압박아래 그 명맥은 계속 이어질 수 없었고, 해방직후에서야 다시 재건될 수 있었다. 이 저작은 한국공산주의 운동사를 추적하고 그것이 현재 북한의 권력핵심인 조선노동당과 어떠한 흐름아래 계승되고 있는지를 고찰하는데 목적이 있다. 즉 김일성이 북한으로 귀국한 후, 당조직의 기틀을 확립하면서부터 공산당이 북한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기까지의 당역사를 조명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인들의 선입견으로는 김일성과 공산당이 소련의 지원아래 무력을 배경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과 대중과의 관계개선과 당의 이미지제고를 위해 조선로동당이 얼마만큼 노력했으며, 한국전쟁이후의 피폐화된 북한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이 저작은 유일체계의 확립과 아울러 심도있게 조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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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몬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영언문화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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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관찰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과의 싸움은 과학적 진보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과학의 혁명적 진보는 우연한 결과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캐임브리지의 대학원생이었던 제임스왓슨과 프랜시스클릭은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고안해 냄에 있어, 실험과 토의에 주로 의존했다기 보다, 맥주를 마시면서 혹은 테니스를 치면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정답을 출력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넋을 잃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는 우리가 무언가를 갈구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순간, 우연히 나타나곤 한다. 그 우연한 아이디어들에 의해 세상이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를 우리는 세계의 역사를 통해 목도해 왔다. 바로 과학적 세계관에 혁명적 변화가 초래되었기 때문이었다.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을 때, 왓슨과 클릭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을 때, 잘못된 실험의 결과 뢴트겐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세계는 급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 역시 우연한 발견과 이에 근거한 지적 추리력의 소산이다. 과학적 이론이나 학설을 체계화해, 사실과 검증을 기초로 논리를 전개해나간다기 보다 대부분 자신의 지적 추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털없는 원숭이로 은유된 인간의 진화과정이 데스몬드 모리스의 가설과 부합되는지를 알 수 있기란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전무하다. 바로 그 점이 이 서적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탁월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들라면, 그것은 사색과 유추 그리고 이에 근거한 지적 추리의 깊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의 사색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사고의 혁명적 전환에 있어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다. 이 저작의 과학적 공헌과 가치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런지의 문제는 먼 훗날의 일이다. 하지만 기존의 사고방식을 혁명적으로 개혁하는데 가시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은 지금 당장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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