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 게바라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 이 구절은 모택동이 고전에서 인용한 것으로 중국의 농촌혁명에 대한 아주 적절한 비유였다.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의 양대모순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중국농촌의 혁명열기가 전 중국으로 급속히 확산돼가는 과정을 묘사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 혁명열기는 바로 인간애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의 정신과 더 나은 세계를 갈구하는 대중들의 폭발하는 열기를 반영한 것에 다름아니었다. 중국의 혁명을 위대한 승리로 이끌어 낸 지도자, 그가 바로 모택동이었다.
중국의 혁명 이후 남미의 쿠바에서 역시 혁명이 성공했을 때, 거기에는 의학을 전공했던 잘생긴 청년게릴라가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자신의 딸에게 '마오'라는 애칭을 붙여줄 정도로중국의 모택동을 존경했던 그 젊은이가 바로 체게바라였던 것이다. 그 역시 인민대중의 무한한 힘을 믿고 있었으며, 인민대중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휴머니즘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 게릴라는 인민대중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이 구절은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의 2중탄압에 맞서 저항했던 20세기의 사회주의운동에 있어, 아주 진부한 문구가 돼버렸다. 그러나 수십명의 유격대로 구성된 혁명가들이 쿠바에 상륙했을 때, 그들에게 있었던 유일한 자산이라곤 정규전의 경험도 강력한 무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인류에 대한 깊은 신뢰와 휴머니즘의 정신을 기반으로, 인민대중을 그들의 편으로 묶어 세울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과연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랐으며, 쿠바의 혁명은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었다. 그 후 오랜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전세계의 사회주의국가들, 그중에서도 혁명을 성공시켰던 국가들에서 유사한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인민대중과 함께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지향했던 지난 날의 순수한 혁명정신이 퇴색하고, 독재자들의 우울한 초상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 날의 쿠바혁명을 지도했던 피델카스트로, 중국혁명의 모택동, 조선의 김일성, 유고의 티토.
아마도 지금에 와서 체게바라의 전설이 사람들의 가슴에 마르지않는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그의 순수한 인간애가 죽는 순간까지도 지속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쿠바혁명의 성공이후에도 그는 결코 부와 명예와 안락을 추구해 안주하지 않았으며, 다시 탄압받는 인민대중의 품속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저항의 길을 택했던 것이며, 죽는 순간까지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Che! 나의 친구 Che! 인류애를 향한 당신의 순수한 열정, 그리고 휴머니스트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혁명에 바쳤던 당신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비록 당신이 완벽한 인간일 순 없었지만, 유토피아를 향한 불타는 열정, 그리고 그 길로 당신을 이끌어준 용기 그것들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당신만의 성역인 것입니다. 명예와 부를 거부하고, 다시 대중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불의에 저항했던 당신, Che!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한 등불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