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쉬운 일본어 첫걸음
유명호 / 동양북스(동양문고)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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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다소 쉽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순이 국문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조사가 한글과 거의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라 한다. 물론 한자문화권의 언어이기 때문에 한문을 많이 알수록 더욱 유리하다는 점은 상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는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렵다하지 않는가? 대학원생인 내가 일본어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대략 이정도 뿐이었다. 물론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일어교육을 받아본 적은 결코 없었다. 하지만 한국역사를 전공하는 관계로 일본역사학자들이 쓴 한국관련 논문을 봐야할 필요성이 점점 가중되었고, 결국엔 하는 수 없이 일본어를 공부해야만 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서점에 들러 초급일본어 책을 사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인쇄판수로 보나 뭐로보나 일단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무심코 집어들고 말았다.

그 후로 하루 한 시간씩 일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우선 꼬불꼬불한 글체의 히라가나를 외우는 일이 시급했는데, 이 책은 첫단계에서부터 기초적인 배려를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히라가나 글자와 동일한 음으로 시작되는 물건을 글자에 매치시킴으로써 연상작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조금씩 써 본 결과 그러한 연상방법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얼마안가 카타카나 문자까지 무리없이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단계에서는 각 장별로 스토리를 엮어내면서, 단어와 기본적인 조사, 유용한 관용어, 기초적인 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하루 한시간씩 공부한 결과 약 3주만에 기본적인 체계를 잡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가 목표로 한 일본인 학자의 논문을 읽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어사전이 항상 내 곁에 있었고 한국사를 전공한 결과 한문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꽤 있었지만, 기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 책에 있었던 것 같다. 즉 책의 체계가 잘 잡혀 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언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나는 분명 일본어 마스터의 지름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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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통론
변태섭 지음 / 삼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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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통사의 고전과도 같은 책이다. 한국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키포인트를 이해하는데 있어 참고할 서적으로 이보다 나은 책이 거의 없을 정도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각 시대사를 전공하는 역사학도들에게는 별효용성이 없을지 몰라도, 고시나 공무원시험 및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도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깊이 없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고대사와 중세사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들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의 점에 있어선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주로 저자의 역사관에 대한 문제이다. 특히 한국의 현대사부분과 북한사에서 그러한 경향들이 두드러지는데, 이 에 있어 저자는 너무도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전두환정권과 노태우정권시절의 군부독재양상을 상당부분 은닉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민주화의 과정으로까지 파악하는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북한의 역사서술 역시 그러한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해방직후 북한의 민주개혁에 대한 평가를 도외시하고 있는 대목 역시 그러한데, 그것은 저자가 남한의 반공주의적 관제역사관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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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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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하면 항상 운동만 하며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 고정관념이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이 히트를 치는 이유도 단순히 홍명보선수의 개인적인 카리스마나 인기가 월드컵이 불러일으킨 반향과 절묘하게 결부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웬걸?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유명교수들이 나와 이 책에 대해 진솔하게 토론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물론 내가 운동선수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라든지 이 책의 인기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으며, 축구선수로서 그라운드 위의 홍명보 그 이상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축구를 철학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어느 사색가의 인생역정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축구는 결코 타고난 운동신경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서도 만족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축구자체를 삶이자 철학으로서 관조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홍명보는 그 모든 요건을 갖춘 '철학하는 선수'로서 내게 느껴졌다. 그의 발군의 실력 외에도 그가 있으면 항상 든든해지는 심리적인 안정성 역시 바로 그의 인격적인 요소에서 찾아야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이 책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홍명보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축구에 관심있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축구는 운동 이상의 그 무엇이며 인생의 축소판같은 것이기에 사람들은 이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축구발전을 위해 힘쓰는 축구관계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그들은 적어도 우리나라의 축구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소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며, 선수사이에서의 봉건적인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창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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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란 무엇인가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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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솔직히 이성으로서의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올의 해박함이 거기에 국한될리 없을 것이란 사실을 예측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확실히 알아 보고픈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그러나 왠걸? 이성으로서의 여성이란 온데간데 없고 단지 여성성으로서의 동양적,서양적 세계관을 비교분석하는 심오한 철학적 세계가 펼쳐지지 않는가!

완전히 내 기대와는 어긋났기 때문에 책을 덮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이왕 돈주고 샀다는 생각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의 지적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본전은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예측대로 도올의 해박함이 동과 서 고와 금을 가리지 않고 마치 시간여행하듯 박진감있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억압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동양적 여성관 우대받는 인격체로서의 서양적 여성관에 대한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는데, 그것은 기존의 생각으로서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던 발상이었다. 왜냐하면 동양의 유교적 가치관이야말로 여성을 억압한 족쇄이며, 서양의 기독교야말로 여성해방을 부르짖은 평등의 종교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라니!(물론 유교는 여성억압의 한 원인을 제공했지만)

물론 도올은 거의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그의 견해가 맞을지 그를지에 대해서는 입증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유익하다는건 바로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신화를 무참히 짓밟아버림으로써 사고의 지평을 확대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도올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그런 점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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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철학 이것이다 -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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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먼저 그의 해박함에 대해 놀라게 된다. 다음으로는 그의 저작들이 철학서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의 총체를 모두 전시해놓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옛날 중국에서는 문학과 역사학 철학이 독립된 학문영역이었다기 보다는 명백한 경계와 구분이 없었다 한다. 아마 김용옥의 글들이 그런 경향을 띠고 있는 이유도, 중국의 고전에 너무 심취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그의 지적 해박함을 의심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근 1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은 자신의 과거사이자 신변잡기에 할애되고 있다. 특히 교수시절 자신의 입장과 상반된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실랄히 공격하고 있는데,저자 특유의 거침없는 성격이 책을 통해 그대로 재현되는 것같아 생생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글들을 읽고 느낀 건 학자의 겸손한 자세가 학문적 성과에도 과연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사실 주위의 훌륭한 교수들을 볼 것 같으면, 학문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분은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김용의 경우는 지적 자만심에 의해 수많은 적을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일반인들의 반감을 유발시킴으로써 수준이하의 평가와 대접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학문과 인품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색이 물밀듯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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