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란 무엇인가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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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솔직히 이성으로서의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올의 해박함이 거기에 국한될리 없을 것이란 사실을 예측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확실히 알아 보고픈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그러나 왠걸? 이성으로서의 여성이란 온데간데 없고 단지 여성성으로서의 동양적,서양적 세계관을 비교분석하는 심오한 철학적 세계가 펼쳐지지 않는가!

완전히 내 기대와는 어긋났기 때문에 책을 덮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이왕 돈주고 샀다는 생각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의 지적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본전은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예측대로 도올의 해박함이 동과 서 고와 금을 가리지 않고 마치 시간여행하듯 박진감있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억압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동양적 여성관 우대받는 인격체로서의 서양적 여성관에 대한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는데, 그것은 기존의 생각으로서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던 발상이었다. 왜냐하면 동양의 유교적 가치관이야말로 여성을 억압한 족쇄이며, 서양의 기독교야말로 여성해방을 부르짖은 평등의 종교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라니!(물론 유교는 여성억압의 한 원인을 제공했지만)

물론 도올은 거의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그의 견해가 맞을지 그를지에 대해서는 입증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유익하다는건 바로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신화를 무참히 짓밟아버림으로써 사고의 지평을 확대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도올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그런 점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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