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사라진 돈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일원짜리 한장으로 도화지 한 장을 살 수 있었다.
일본풍의 도안이지만 한국은행 글씨 밑에 '총재의인' 도장이 제법 멋스럽다.
바탕색이 시퍼러 딩딩하며 벽지 같은 느낌을 주는 문양이 들어가 있다.
오원이라는 글씨도 비교적 현대(?)적으로 보이는데, 그 밑에 BC4269609라는 발행번호를 보니
그럼 이 돈이 기원전에 만들어진 것이란 말인가?
현재 내 앨범에도 잘 모셔져 있는 돈이다.
비로소 '총재의인'이라는 도장이 한글화가 이루어졌다.
이 돈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첨성대 그림을 몰라보고
누구네 굴뚝이냐고들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이 내려 온대나...
돈 같은 느낌 보다는 쿠폰이나, 아이들 장난감용 화폐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바탕색이 왜 저렇게 노란 것인지...노란돈 오십원...거금이었겠지...
세종대왕이 만원짜리에만 계시는 것은 아니다. 저 위엄있는 모습을 보시라.
그런데 솔직히 너무 연로하시고 긴장된 모습으로 나오셨다. 그래도 세련된 형태를 지닌 돈이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오백원짜리 동전이 나오면서 사라진 돈으로
이 종이돈은 여중때 나의 열흘치 차비였다. 잘 생긴 돈이다.
같은 오백원짜리 종이돈인데, 도안이 조잡하다.
특히, 오백원 이라는 글씨체는 즉흥적인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가운데에 실선이 그어져 있고 그 양쪽으로 전혀 다른 바탕색이 들어가 있어서
위폐같은 느낌에다가 율곡 선생은 왠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율곡 선생 옆에 횃불은 왜 삽입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만원권하고 분위기는 흡사하지만 세종대왕의 위치도 다르고
측우기 대신에 무궁화가 탐스럽게 피어 있는 이 만원권은 언제까지 통용되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한은법에 따라 동전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살 때 소비자가 동전으로 결제해도 된다는 것. 한은법 48조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동전교환을 은행에서는 번거롭게 여기고, 동전은 이제 길에서조차 누구하나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찬 밥으로, 거리의 돌멩이로 전락 되어진지 오래다. 몇 년전 잠깐 동전받아 주기 운동이 일어났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수수료율을 따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두하여 동전교환 운동이 일어난지 한 달 만에 슬며시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한 푼 두 푼 동전을 넣었던 돼지 저금통은 드라마속의 콘텐츠로나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만 그래도 돈은 아껴야 한다. 노후생활의 최고가 저축이라고들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