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야별 ‘주목받은 책’들은…
[경향신문 2006-12-21 22:45]    

2006년 한해 출판시장을 대표할 만한 책들은 어떤 것들일까. 독자들, 나아가 세상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출판사 대표 및 편집장 20명에게 들어보았다.

이들이 추천한 책들 가운데는 방대한 사료와 치밀한 논리로 기존 연구의 공백을 메워주는 ‘묵직한’ 책들이 적지 않았다.

‘사생활의 역사’처럼 국내에서 완간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책들도 있었다. 또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맞서 그 현실적 대안을 고민한 책들과 우리 사회의 치부를 날카롭게 꿰뚫는 사회과학서도 추천 목록에 포함됐다. 경제·경영서 분야에선 올해 출판계를 좌지우지한 우화형 자기계발서보다는 부의 원칙과 미래를 가르쳐주는 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이 21일 국내의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 대표 및 편집장 20명을 대상으로 분야별 ‘올해의 책’을 추천받은 결과 인문 분야에선 ‘사생활의 역사’(5명)가 가장 많았다.

최근 전 5권으로 완간된 ‘사생활의 역사’(필립 아리에스 편집)는 2,000여년의 서양사 전반을 공적인 영역보다 사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춘 문화사이자 사회사다. 거대 담론 중심에서 벗어나 미시사·일상사로 대표되는 프랑스 아날학파의 시각으로 로마제국부터 현재까지를 다룬 역작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이제까지의 모든 인문·사회과학적 흐름이 이 시리즈에서 합쳐지고, 이후 모든 인간의 탐구는 이 시리즈에서 연원한다’는 평가를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김경원 외)가 꼽혔다. 일상생활 속에 자주 쓰이는 낱말들의 의미와 사용법, 오류 등을 소개하는 기획이 돋보인다는 평을 일찌감치 받았다. 정병준 목포대 교수가 쓴 ‘한국전쟁’은 국내 역사학자가 쓴 최초의 한국전쟁 연구서로 주목을 받았다. 방대한 사료를 비교·분석해 한국전쟁의 형성과정을 추적해낸 노작이라는 평가다.

박원순 변호사가 쓴 ‘야만시대의 기록’도 한국 고문의 역사를 최초로 파헤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총 3권에 걸쳐 일제시대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국내외의 고문 사례들을 통사적으로 정리해내 참혹한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인권’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근대를 다시 읽는다’, 미시사의 전범으로 꼽히는 ‘몽타이유’도 추천됐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쓴 ‘국가의 역할’이 많은 표를 얻었다. 신자유주의에 과연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아가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능한 대안인지를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경제에 있어 국가의 역할과 개입에 대해 균형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정운영씨의 유고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가 뒤를 이었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최장집 교수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의 실천 등을 분석한 ‘민주주의의 민주화’, 지난해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황우석 사태’를 기록한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한학수)도 추천됐다.

문학 분야에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과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가 나란히 꼽혔다. ‘우리들의…’는 올해 ‘공지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한국 서적으로는 4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소설. ‘아내가…’는 결혼제도의 통념에 대해 솔직하고 명쾌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경영서 분야에선 ‘부의 미래’, 뒤를 이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방법보다는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과학 분야에선 ‘평행우주-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미치오 가쿠)이, 예술 분야에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세기의 눈’(피에르 아술린)이 분야별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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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2006년 ‘놓치기 아까운 책’들
[경향신문 2006-12-22 17:39]    

주식 용어에 ‘저평가주’라는 게 있습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주식입니다. 이런 주식은 조만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올해에도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2월초까지 출간된 책이 4만3천여종. 이 가운데 일부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외면당했습니다. 과연 그들이 제대로 평가받았을까요.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 대표 및 편집장 20명에게 놓치기 아까운, 이른바 ‘저평가된 책’들을 추천받았습니다. 주로 인문서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쯤 눈길을 줘보길,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어나가길, 그래서 지식의 깊이를 더하길 바랍니다.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책으로는 ‘조선의 문화공간’이 꼽혔다. 조선시대 500년을 풍미한 사대부 87인의 삶을 이들이 마련한 문화공간을 배경으로 펼쳐낸 독특한 책이다. 10년을 파고든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 조선시대 문화공간에 대한 정밀한 고증과 함께 옛사람들이 남긴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출판사측은 “대중성이라는 미명하에 흥미 위주로만 나가지 않았고, 미련스럽게 4권을 한꺼번에 낸 게 부담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밝혔다.

‘마주보는 한일사’ ‘근대를 다시 읽는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도 책의 기획이나 내용에 비추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주보는…’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역사교사들이 매년 양국을 오가면서 토론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5,000년 한·일사를 최초로 공동저술했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웅진지식하우스 이수미 대표는 “인문학의 위기가 실감나는 한 해의 희생양”이라고 평가했다. ‘비트겐슈타인 선집’도 그 출간 의의가 높이 평가됐다. 선완규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은 “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사상과 삶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트겐슈타인의 주요 저작들이 7권의 선집으로 완간됐다는 것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면서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봐야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와 ‘한미FTA 국민보고서’는 지난해와 올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황우석 사태’와 ‘한·미FTA’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출판의 사회적 책무를 상기시켜준 책들이다. 김기옥 한즈미디어 대표는 ‘여러분…’에 대해 “기록하고 반성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개의 언론매체들과 독자의 반응은 별로였다”고 말했다.

‘여론조작’과 ‘부와 권력을 찾아서’는 저자들의 비중에 비해 관심을 크게 얻지 못한 책으로 거론됐다. ‘여론조작’은 세계적 석학이자 비판적 지성인 노엄 촘스키와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권위자 에드워드 허먼의 공저로 미국 패권주의 외교정책과 주류 언론의 기만적 행태를 파헤친 현대 미디어론의 고전. ‘부와…’는 중국학의 대가 벤저민 슈워츠의 주저로 중국의 계몽사상가 엄복의 눈에 비친 서구사상과 그 한계를 되짚어본 책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본사가 마리우스 B 잰슨의 ‘현대 일본을 찾아서’도 ‘놓치기 아까운 책’으로 추천됐다. 책세상 문선휘 편집장은 “텍스트의 내용은 물론 장정과 책을 만든 공이 대단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인류사 속의 크고 작은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순수한 기록을 모은 ‘역사의 원전’도 저평가된 책으로 추천됐다. 장인용 지호 대표는 “기획부터 번역, 편집까지 대단한 역작임에도 저자의 전작인 ‘지식의 원전’에 치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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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 책들을 만나 행복합니다
[조선일보 2006-12-22 21:02]    

조선일보 책(BOOKS)팀 선정… 올해의 책

올해의 책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권태준·나남출판)
해방전후사의 재인식1(박지향 외·책세상)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민음사)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웅진씽크빅)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
사생활의 역사(필립 아리에스 외·새물결)
여자생활백서(안은영·해냄)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21세기북스)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문학과지성사)
틈새(이혜경·창비)


올해 쏟아져 나온 수많은 단행본 가운데 과연 어떤 책들이 내년, 후년에도 독자들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 책(Books)팀은‘올해의 책’을 선정, 그 스테디셀러 후보로 추천합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한 해 동안 내놓은 추천도서 목록과 한국출판인회의, 그리고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온라인 서점들이 발표한 베스트셀러들을 참조했습니다. 여기에 조선일보 책 섹션에 소개해 온 책들을 검토해 10권을 골랐습니다. 이제, 마음껏 즐기실 차례입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역임한 저자가 5년에 걸쳐 파고든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권태준 지음·나남출판)는 우리 현대사를 ‘근원적’으로 탐구한다. 이승만의 나라 만들기는 독재 정치라기보다 국민에게 국가를 인식시키는 과정이었으며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분단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부국강병책이었다고 진단한다. 개발론·근대화론·종속이론 등 우리 사회를 규정한 다양한 이론들의 대결을 훑어보는 데도 유익하다.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전2권·박지향 외·책세상)은 1979년에 첫 권이 나온 ‘해방 전후사의 인식’(전 6권)의 역사관을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실증주의와 탈(脫)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일제 잔재의 단절과 연속, 해방정국과 대미관계, 분단과 한국전쟁, 1950년대와 이승만 정부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한다. 올 한 해 지식 사회의 역사논쟁을 이끌어낸 문제작이다.

2002년 퓰리처상 역사부문수상작인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민음사)은 프래그머티즘 혹은 실용주의로 불리는 ‘미국의 정신’이 그 선조들의 강렬한 삶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 책은 법학자 올리버 웬들 홈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 논리학자이자 과학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 교육학자 존 듀이 등 4명에 대한 전기이자, 남북전쟁 이후 100년에 걸친 ‘현대 미국’ 탄생의 역사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논설위원 출신이 쓴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웅진씽크빅)는 커피 한 잔의 가격부터 중고차 매매의 비밀까지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독자들을 경제의 세계로 안내한다. 희소성·내부정보·효율성·시장의 힘·게임이론 등 중요한 경제학의 개념들을 우회적으로 다루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 경제생활과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명한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은 전(全)방위적 지식경영인인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정리한 독특한 책이다. 단계별로 학습하라, 정보를 조직하라, 메모하고 따져보라, 토론하고 논쟁하라, 과정을 단축하라,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등등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지식편집자로 꼽히는 다산이 어떻게 지식을 경영하고 정보를 조직했는지 보여준다.

사생활의 역사(전5권·필립 아리에스 외·새물결) 제2권과 제5권 번역본이 올해 발간됨으로써 2002년 이후 4년을 끌어온 완역이 이뤄졌다. 4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프랑스에서만 20만질이 팔리고,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된 거작이다. 풍속사와 예술사, 정치사, 일상사를 한데 모은 ‘아래로부터의 종합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절대 남자 보는 눈을 낮추지 말라, 나쁜 남자를 유혹하라, 작업 기간은 2주를 넘기지 말라, 먼저 전화하지 말라, 첫 섹스를 기억하라, 놀았다고 티내지 말라, 미모 지상주의를 욕하지 말라, 하루 한번 경제기사를 읽어라…. 여성지 기자가 활달하게 써내린 여자생활백서(안은영·해냄)엔 솔직담백하고 명랑발랄한 인생 계획표와 ‘생활의 기술’이 담겨 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21세기북스)는 197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돼 세계적으로 1500만부가 팔린 자기계발서의 ‘고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에고이스트가 아닌 자신을 배려할 줄 알기에 타인을 배려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기에 타인도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는 10가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동안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문학과지성사)는 직장생활 7년차를 맞는 31세 오은수를 주인공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연애, 친구와 가족,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조밀하게 담아낸다. 문체·내용·형식 등 모든 면에서 ‘도발적이고 치밀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늘진 삶의 구석구석을 애정 어린 시선과 정교한 필치로 형상화해 온 작가 이혜경은 단편 모음집 틈새(이혜경·창비)에서 이주노동자, 소도시 가전제품 기사, 여행 가이드, 대형마트의 보안요원 등을 통해 현대인들 삶의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틈새’를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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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념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인의 기준에서 볼 때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 “개념어 사전”은 상식을 길러주는 책이란 말인가?
결론적으로 그런 내용과는 상관이 없다.
말이 “사전”이지 이 책은 사전의 반 정도도 되지 않는 분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얕볼 수만은 없다. 한 손안에 들어오는 판형의 책이지만, 책에 실린 내용들은 한 손안에 들어올 정도로 간단한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ᄀ, ᄂ, ᄃ 순으로 153개의 개념어들을 정리해두고 있다. 물론 사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수의 개념어들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관련 개념어들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읽을 수 있도록 표시해두어, 이 개념어들을 서로 연결하여 읽다보면 나름대로 머릿속에 하나의 밑그림이 그려지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보면 책에 실린 개념어들의 숫자가 그리 적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개념”을 정의하면서 “사실 개념을 정의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회과학만이 아니라 자연과학에서도 완전히 객관적인 개념이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개념을 객관적으로 사용하려 하고, 또 자신은 그렇게 한다고 확신해도 개념의 정의에는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선입견이 게재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개념의 의미를 알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 개념이 사용된 맥락 또는 이론 체계를 고려해야만 한다(본서 24뽁 참조)”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 인문학에 있어서 개념의 절대적인 정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는 진보․발전하고 다양한 개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사고와 다원화된 의견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가장 가장 큰 매력은 지은이가 밝히고 있는 “개념”에 대한 정의에서와 같이 개념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맥락과 체계 내에서 이해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책을 번역하면서 하나 둘씩 알게 된 지식들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내면서,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의 개념들은 자연과학의 개념들처럼 뜻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단일한 의미보다는 복합적인 뜻의 그물을 가진다. 하나의 개념은 인접한 개념들과 연관되고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비록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나 각 개념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정의하는 대신 그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애썼다(본서 제5쪽 참조).”

다만 이러한 개념어들에 대한 정의 자체가 지은이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과 중요성이 떨어지는 개념어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필요한 개념어에 대해서는 오히려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하나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리고 한번쯤 언급해도 좋을만한 개념어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한는 사회에서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백과사전식의 지식에 대한 갈구는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시간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많은 개념어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개념어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리기 위한 작업 즉, 자신의 생활과 주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언제나 생각하고 고찰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지은이가 각 개념어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설파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 책을 통하여 나름대로 자신만의 생각과 사고를 길러내어 자신만의 “개념어 사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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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za 2007-09-1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이 있는 혜안이 묻어나는 리뷰네요.
 

스래쉬 메틀 THRASH

스래쉬 메틀은 헤어 메틀(Hair Metal), 데스 메틀(Death Metal) 등과 더불어 헤비 메틀(Heavy Metal)이라는 장르 안에 들어가 있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사이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생겨났으며 서사적인 곡 구성과 장엄한 멜로디 등은 당시 영국으로부터 유입되기 시작한 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쉬 헤비 메틀(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에 영향 받은 것이고 빠르고 현란한 비트는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에서 빌려온 것이다. 스래쉬 메틀은 같은 시기 라이벌 장르라 할 수 있었던 '스피드 메틀(Speed Metal)'과 평행선을 그으며 전성기를 구가해나갔다.


스래쉬 메틀은 저음으로 일관하는 빠르고 복잡한 기타 리프와 간혹 등장하는 고음의 기타 애드립, 그리고 피킹하는 손바닥 모서리로 줄을 뮤트시켜(Palm Muting) '징징'대는 소리(전문 용어로 'Chugging Sound'라고 함.)를 내도록 하는데서 사운드의 정체성을 갖는다. 또 앞서 말한 '빠른 비트'는 두 개의 페달(Double Bass)로 1/2 비트를 주로 쓰는 드럼에 의해 표현되는데 덕분에 리듬 파트 짝궁인 베이스 기타도 손가락으로 치는 것(Fingering)보다는 속도 내기에 유리한 피킹이 일반적이다.


설이 분분하지만 위에 설명된 느낌의 리프, 그러니까 '최초의 스래쉬 메틀 리프'라 하면 보통 영국 헤비 메틀 밴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71년작 <Paranoid>의 'Paranoid'와 75년 앨범 <Sabotage>에 수록된 'Symptom Of The Universe'의 리프를 꼽는다.(혹자는 그들의 세 번째 앨범 <Master Of Reality>의 'Into The Void'나 'Children Of The Grave'를 꼽기도.) 또한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 하드락 밴드 퀸(Queen)의 74년작에 있는 'Stone Cold Crazy'도 빠르기라는 측면에서 스래쉬 메틀에 큰 영향을 준 곡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저러한 것을 바탕으로 해 70년대 후반부터는 이제 본격적인 스래쉬 메틀 곡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그 최초는 바로 영국 런던 출신 헤비 메틀 밴드 모터헤드(Motorhead)의 79년작 <Overkill>의 'Overkill'이라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곡 제목은 나중에 미국 뉴욕 출신의 스래쉬 메틀 밴드 오버킬(Overkill)의 밴드 이름에 그대로 대입되기도 한다.




80년대가 열리며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 밴드 레더 챰(Leather Charm)은 'Hit The Lights'라는 곡을 들고 나온다. 하지만 밴드는 곧 해체되고 메인 송라이터였던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는 덴마크 출신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Lars Ulich)를 만나 새로운 밴드를 모의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의 메틀리카다. 82년 4월에 메탈리카는 <Power Metal>이라는 첫 데모를 발매하였고 7월에 <No Life 'til Leather>라는 데모를 이어 내놓았다.
좋은 반응에 힘을 얻어 밴드는 83년도에 대망의 데뷔작 <Kill 'Em All>을 발매, ‘전설’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당시 메틀리카와 함께 헤비 메틀 씬을 주도한 밴드로는 최초의 스래쉬 메틀 데모로 기록되어 있는 <Red Skies>의 주인공 메틀 처치(Metal Church)와 앞서 언급된 오버킬, 그리고 메틀리카의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약하다 밴드를 등진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의 밴드 메가데스(Megadeth)정도가 있었다.


필드에 몇몇 괜찮은 밴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스래쉬 메틀은 84년, 오버킬의 두 번째 데모 <Feel The Fire>와,
같은 미국 출신 밴드인 슬레이어(Slayer)의 미니 앨범 <Haunting The Chapel>이 발매되면서 비상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나온 역사적인 앨범들은 따로 있으니 미국 스래쉬 메틀 밴드 엑소더스(Exodus)의 데뷔작 <Bonded by Blood>와 슬레이어의 두 번째 앨범 <Hell Awaits>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이 두 장의 앨범은 스래쉬 메틀의 속성을 더욱 어둡고 무겁게 이끌어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하겠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뒤에 거물이 될 스래쉬 메틀 밴드 크리에이터(Kreator)가 <Endless Pain>이라는 데뷔 앨범을 발매하였고 남미땅 브라질에서도 세풀투라(Sepultura)라는 무시무시한 밴드가 <Bestial Devastation>이라는 미니 앨범을 발매해 스래쉬 메틀의 국제적 영향력을 실감케 하였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대못이 박힌 갑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유독시스(Eudoxis)라는 밴드가 데모 <Metal Fix>를 발매하면서 스래쉬 물결에 합류하였고 메가데스의 데뷔 앨범 <Killing Is My Business... And Business Is Good!> 역시 같은 시기에 발매되며 스래쉬 메틀의 전성시대를 예고하였다.


80년대 중반은 헤비 메틀의 전성기였을 뿐 아니라 스래쉬 메틀의 분기점이 된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86년에는 스래쉬 메틀계에 길이 남을 '명반'들이 많이 나왔는데 슬레이어의 <Reign In Blood>, 메틀리카의 <Master Of Puppets>, 메가데스의 <Peace Sells... But Who's Buying?>, 미국 L.A 출신 스래쉬 메틀 밴드 다크 앤젤의 <Darkness Descends>, 그리고 스래쉬 메틀에 훵키 그루브를 접목시킨 미국 출신의 뉴클리어 어솔트(Nuclear Assault)가 발매한 <Game Over> 등이 자웅을 겨루었다. 한편 호주에서도 슬레이어를 닮은 홉스 앤젤 오브 데스(Hobbs' Angel Of Death)라는 밴드가 등장하는 등 스래쉬 메틀의 열기와 유행은 날이 갈수록 세계를 무대 삼아 더 멀리 퍼져만 갔다.


이듬해인 87년에도 명반 행진은 계속 이어져 뉴욕 출신 스래쉬 메틀 밴드 앤스랙스(Anthrax)가 밴드 최고 명반으로 인정받는 <Among The Living>을 발매해 슬레이어, 메틀리카, 메가데스와 함께 '스래쉬 4인방' 으로 군림하며 락필드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87년은 비록 ‘4인방’까지는 못됐지만 스래쉬 메틀 마니아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테스타먼트(Testament)가 데뷔작 <The Legacy>를 발매한 해이기도한데 그들이 썼던 가사가 대부분 초자연적이고 '사타닉'한 것들이어서 테스타먼트는 한 때 '데스 메틀 밴드'로 오인되기도 하였다.


스래쉬 메틀의 80년대는 메틀리카의 88년 앨범 <...And Justice For All>과 테스타먼트의 89년작 <Practice What You Preach>같은 명반들을 더 남기고 저물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에 와서도 그 열기는 쉬 식지 않았다. 이 역시 ‘스래쉬 4인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메틀리카의 91년작 <Metallica>, 메가데스의 90년작 <Rust In Peace>, 앤스랙스의 90년작 <Persistence Of Time>, 그리고 슬레이어의 90년작 <Seasons In The Abyss>가 모두 차트 및 판매고, 그리고 작품성에서 두루 좋은 성적을 거두어 불안했던 90년대를 활짝 열어준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또 하나의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텍사스 출신의 4인조 밴드 판테라였다. 한마디로 ‘짧고 굵은’ 스래쉬 메틀 사운드를 무기로 헤비 메틀 씬을 초토화시킨 이들은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었던 메이저 레이블 데뷔작 <Cowboys From Hell>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밴드가 된다. 헤비 메틀 밴드 중에는 메틀리카만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빌보드 1위도 94년작 <Far Beyond Driven>으로 척척 해낸 판테라. 핵심 멤버 다임백 대럴(Dimebag Darrell)의 사망으로 인해 이젠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밴드가 됐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여전히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는 헤비 메틀 밴드들 사이에서 전설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90년대 초반을 넘어서 중반으로 치달아갈 때쯤 세계 락 필드는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맞아들여 불과 2~3년 전만 해도 잘 나갔던 스래쉬 메틀을 졸지에 ‘구닥다리’로 만들어버렸다. 믿었던 ‘4인방 효과’도 시대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네임 밸류로 차트 상위에 든 것 말고는 특별히 해낸 것이 없었다. 이른바 ‘스래쉬 메틀의 굴욕’이 시작된 것이다.


한번 뒤바뀐 흐름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그대로 흘러가기 마련. 지금도 여전히 영국과 미국 쪽에서는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각광받고 있으며 헤비 메틀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래쉬 메틀도 ‘정통’ 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스웨덴 예테보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멜로딕 데스 메틀(Melodic Death Metal)이나 미국의 메틀코어(Metalcore) 등으로 자체 변조되어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80년대를 호령했던 밴드들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다. 스래쉬 4인방 중 슬레이어는 얼마 전 신보 <Christ Illusion>을 발매한 뒤 활동에 들어갔고 메틀리카, 메가데스도 조만간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래쉬 메틀 1세대인 오버킬, 테스타먼트도 각각 신보 발매와 원년 멤버 재결성 투어 등으로 옛 명성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영한사전을 보면 ‘Thrash'의 뜻을 ’마구 때리다‘, '격파하다’, ‘파도를 헤쳐 나아가게 하다’, ‘두드리다’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말 그렇다. 스래쉬 메틀은 두드리고 마구 때려 격파를 할 것처럼 내달리는 드럼과 파도를 헤쳐 나가듯 시원스러운 기타 리프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장르 이름에 이미 장르의 성격이 모두 녹아있는 스래쉬 메틀. 뭔가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음악이니 잘 챙겨두면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 음악 포털 사이트 도시락(www.dosirak.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글 / 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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