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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성리학 이황의 성학십도 ㅣ Easy 고전 9
조남호 지음, 신명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철학자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헤겔 등의 서양철학자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아마도 이는 우리들의 교육시스템 자체가 서구의 철학자 위주로 이루어져있고, 현재 세계가 서구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레 형성된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요즘 동양의 철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져 오고 있다. 서구의 합리주의, 물질주의, 이성주의가 빚어낸 폐해를 동양의 정신적인 것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한 동양철학자들 중에서 공자보다도 더 유명한 사람이 있으니 조선시대의 이황이다.
이황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지만, 단순히 그의 이론과 저서를 몇줄 정도로 암기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에 비해 이웃 일본이나 중국, 유럽 등지에서 이루어지는 이황에 대한 연구는 사뭇 진지하다.
이 책은 그러한 이황의 사상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책으로, 이황의 저서 중에서 잘 알려진 ‘성학십도’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두고 있다. 이 책은 이황이 말년에 어린 선조가 임금이 되자, 선조를 성군으로 이끌기 위해 성리학의 요점을 쉽고 간략하게 보여 주려고 만든 책으로, 성학은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 십도는 열 개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즉, 성학십도는 성인(여기서 성인은 중국의 요임금과 순임금 그리고 공자를 가리킨다)이 되기 위한 학문의 내용을 요약한 열 개의 그림이라는 의미다.
내용 자체가 전부 한자로 되어 있는데다가 성리학 자체가 어려운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 원서 자체를 읽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러한 점을 인식하고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부에서는 이황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이어서 2부에서 성학십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전체 그림을 먼저 보여주고 그 그림을 다시 하나하나 떼어내어 한글로 풀어서 다시 설명하고 있어 이황의 사상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고 하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성리학이 너무 어려워 아예 엄두를 못내는 사람들에게는 일단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이황의 철학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처음부터 세부적인 나무만을 보려고 한다면 그 학문적 범위의 광대함에 질려 버릴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점을 잘 커버해주고 있다.
그리고 또한 이 책은 위와 같은 많은 내용을 압축하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이제껏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과 같이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퇴계학파의 주장을 ‘주리론’, 율곡학파의 주장을 ‘주기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개념 규정은 일제 시대에 일본인 학자 다카하시 도오루가 내린 것입니다. 그는 사단칠정 논쟁이 아무 쓸모없는 논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사단과 칠정, 리와 기가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조선은 이처럼 쓸모없는 논쟁에 열중해서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폅니다. 우리는 이 같은 배경을 모른 채 주리론, 주기론이라는 도식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이런 용어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본서 제101쪽 참조)
태극도에서 숙흥야매잠도에 이르는 10가지 그림을 통해 성리학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는 학문의 목적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도덕적 인간과 사회를 실현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이황의 사상은 지금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하겠다. (물론 유학자로서 그의 학문적 업적에 비해 그 시대의 현실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