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올해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마치 봄날씨 같다. 이런 따스한 날에는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한편의 시가 흘러나올것만 같다. 학창시절 외우고 외우던 시가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 억지로 외웠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나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그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잃어버린 우리들의 시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부제로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라는 말이 붙어 있듯이 울림이 무척 좋은 시들이다. 지은이 신경림이 뽑은 우리 시 50편과 지은이의 해설, 박혜라 등 5명의 현대화가들의 그림과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하여 2000년대까지 각 시대의 시인들이 담아낸 다채로운 정서를 이 한권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좋다.
판타지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 추리 소설, 처세서 등이 서점을 점령한 지 오래다. 시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사치스러운 일인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는 감각적이고 실리적인 내용을 선호하고 있다. 요즘 다시 슬로우 운동이 한켠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들의 생활을 짧은 시 한구로 오래도록 간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시를 처음 접할 때의 그 두근거림으로 말이다.
이 책이 가진 위와 같은 의도와 달리 이 책에 실린 시들이 우리들에게 무척 익숙한 것들이어서 조금은 실망아닌 실망을 안겨준다. 너무나 유명한 시인들의 시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신선한 무엇인가를 기대한 이에게는 편집음반이나 마찬가지의 기분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인지 지은이의 감정을 실은 해설이 좀 더 풍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