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음악 저작권
김원석 지음 / 은행나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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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가장 큰 특징은 정보 공유화와 쌍방향성,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의 특징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극장이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시디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것이 인터넷에서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파일을 주고 받으면서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음반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레코드 점이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인기가수들도 10만 장 이상 음반을 판매하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불법 다운로드가 음악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한탄을 할 정도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되는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제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대가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었는데, 갑자기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거나 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니까,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P2P(Peer to Peer) 사이트인 소리바다나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인 벅스 같은 경우에는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했고, 오랜 법적 분쟁 끝에 결국 소리바다와 벅스는 유료화되었으며, 최근 소리바다는 대법원에서 저작권 방조 혐의로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다. 이 책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출간된 것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일반인들도 이제 차츰 저작권 침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음악 저작물의 저작권자에 대한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여 음악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오랜 기간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용적인 점에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음악 저작권의 개념과 역사적 전개 과정, 종류, 보호, 그리고 문제와 전망 등 음악 저작권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저작권료의 징수와 분배와 같은 실용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지은이가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보니 자연히 저작권 보호에 치중하고 쓴 내용들이 많다. 이는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굳이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법조문을 참조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실무적인 측면이 강한 내용들이었다.

음악 저작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작권 징수와 일반인들의 음악 저작권에 대한 침해와 같은 실용적인 부분만을 다룰 뿐, 소위 노래를 표절하는 것이나 패러디하는 것과 같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부분이나 이론적인 면 등에 관한 설명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 균형감각이 아쉽다. 이 이 책으로 음악 저작권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데는 다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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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8-02-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음반쪽은 완전 사양산업쪽으로 가고(모 음반유통사는 cd공장 처분했다고 하더군요.) 음원쪽으로 가는듯 하던데 그 수익배분율때문에 좀 문제인듯 하더군요. mp3나온 초창기때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인식을 잘 시켰으면 좋았을텐데...안타깝다 싶어요. 지금 너무 불법적인 것이 활개를쳐서...

키노 2008-02-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금 현상이 좀 그렇습니다^^;; 과연 가수들이 자신들만의 음악성을 위해 노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 한 곡만 띄우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런지. 편리함이 많은 것을 몰아내는 느낌^^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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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한해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 체결로 국민여론이 양분될 정도로 시끄러웠다. 한미 FTA 체결을 무조건 반대하는 극단적인 입장에서부터 찬성은 하되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논의를 거치기 보다는 일방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 우리들에게 갑자기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한미 FTA 체결이 문제되기 전까지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반대하기 보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감이 앞서는 정치적인 모습을 보인 측면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직시한 이 책이 좀 더 일찍 출간되었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을 준다.

장하준 교수는 이미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통해 기존의 경제이론과는 다른 독특한 경제이론을 전개해왔다. 아마 최근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 장하준 교수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경제이론은 이제껏 논의되어져 온 경제이론과 달리 참신하면서도 기발한 면이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그는 박정희 개발정책이나 재벌을 옹호하는가 하면 주주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등 어느 하나의 경제이론으로 경제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현상의 실제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현실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한 이 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주제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여 그와 같은 논쟁에서는 자유로울 것 같다.

지은이는 규제철폐와 민영화, 국제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부자 나라 정부들의 협력체에 의해 추진되고, 주로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사악한 삼총사’를 이루는 국제 경제 기구들인 IMF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부자 나라들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보호 관세와 보조금을 사용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자기 나라에서 실제로 시행해 성공을 거둔 전략을 사용하라고 권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자신들이 권장하는 정책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라고 하며, 신자유주의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을 파헤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필요한 경제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허울을 한올 한올 벗겨내기 위해 지은이는 많은 사례와 데이터, 그리고 지나간 역사들을 곁들여 구체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베스트셀러였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인용하면서 도요타 성장 신화의 이면을 파헤쳐 세계화를 비판하는가 하면, ‘로빈슨 크루소’를 쓴 다니엘 디포를 통해 현재의 부자나라들이 어떻게 부자나라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부자나라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알아보며, 지은이의 여섯 살 짜리 아들까지 등장시켜 자유무역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공기업 문제가 민영화로 해결이 가능한지, 지적재산권이 기술혁신을 촉진하는지, 재정 건전성 정책이 능사인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상관관계가 있는지,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지 등, 지은이는 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며 번뜩이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 규제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외국인 투자의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초국적기업들은 어느 정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을 빼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에게 본때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장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기업들의 이동성이 높아져 국가의 규제가 무력해졌다고 하면서, 어째서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국제 협정에 빠짐없이 서명하게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정통파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 맡겨 두면 되지 않겠는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호적인 나라에 대해서만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해당 개발도상국에게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이런 제한을 부과하기 위해 국제협정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규제가 효력이 없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본서 제154쪽 참조)” 라는 대목에서 지은이는 신지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와 위선에 가득찬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은이의 현실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지은이는 에필로그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시장에 대항하여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조업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이 부분에 대해서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21세기에는 제조업보다는 지식산업 위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부자나라들과 개발도상국 사이에는 엄청난 경제적 격차가 있기 때문에 정당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부자나라들이 과거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미신과 허구를 밝히는 지은이의 주장은 무엇보다 신자유주의가 걸어온 역사적 사실에 터잡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설득력을 가진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미국이나 영국 등 부자나라들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반발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부자나라들의 역사와 많은 데이터를 살펴봄으로써 단순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인 면을 넘어서서, 그들의 현실과 실체를 보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이론에만 치중한 여타의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책들과는 분명 남다른 면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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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판짜기 - 박정희 우상과 신자유주의 미신을 넘어서
곽정수 엮음 / 미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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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0년대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한 말이 ‘한강의 기적’이었다. 일제식민치하와 6. 25전쟁을 겪고난 후 물적, 인적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이루어낸 발전이라는 점에서, 독일이 전후 이룩한 경제발전을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는데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경제발전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IMF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경제는 급속도로 위축된다. 대량실업, 물가불안, 부동산시장의 왜곡 등 한국경제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군부독재시절을 거쳐 민주정부라고 하는 김영삼, 김대중, 현재의 노무현 정부까지 15년 동안을 거치면서 IT 거품, 카드 대란, 부동산 시장의 몰락, 중산층의 붕괴로 요약되는 경제불안은 정서적으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즉 그 어느때보다 국민적 통합이 절실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는 최근에 대통령 선거로 여야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시점에서 김상조, 유종일, 홍종학 교수(이하 “김상조 교수 등”이라 한다)가 한국경제에 대해 좌담회 형식으로 논의한 내용을 한겨레신문 기자 곽정수가 책으로 엮은 것으로, 과거 박정희 정부의 국가주도 계획경제나 요소투입형 경제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며, 한국경제의 새판짜기를 주장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에서 시장합리주의로, 재벌중심에서 중소기업중심으로, 선(先)성장에서 동반 성장으로, 요소투입형 경제에서 사람중심 지식경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내용들이다.

위와 같은 주장은 근본적으로 시장주의와 국가주의의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으면서, 시장을 강조하되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경쟁을 환영하되 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중식하고, 개방을 지향하되 준비된 개방을 하자는 것으로 합리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김상조 교수 등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에 대한 반박을 하고 있다(정확하게는 대안연대에 대한 반박이다. 이 글에서 인용하는 쾌도난마 한국경제에 소개되는 글도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교수의 주장이었는데, 편의상 장하준 교수로 통칭한다). 이왕이면 김상조 교수 등과 장하준 교수가 한 자리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김상조 교수 등의 주장은 장하준 교수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한 ‘쾌도난마 한국경제’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이야기한 ‘나쁜 사마리아인들’과의 비교를 통해 양자의 견해를 살펴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서 김상조 교수 등은 국가는 시장규칙을 제정하고 엄격한 규칙 집행과 감시를 통해 시장을 합리화해야 하고, 무엇보다 약자보호제도가 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경제개혁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정치개혁도 자연히 따라올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관치는 무조건 나쁜 것이니까, 관료들에게 힘을 주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며, 관치는 불가피하지만 불완전 하기도 하니까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관료들을 견제하는 시각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한다(쾌도난마 한국경제 205쪽, 206쪽 참조).

이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회가 가지는 한계를 드러내 주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정책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가 경제적인 면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면에 의해 해결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그간 이루어졌던 정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되고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하는 자세로 임하고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 뿐이다. 군부독재시절을 지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하는 정부에서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며 의욕적인 초기 모습과 달리 현실은 그 전이나 별반 다를게 없이 끝났으니 말이다. 자연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게 되고, 이는 현 노무현 정부에서 극에 이르게 되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재벌”에 대해서 김상조 교수 등은 과거 박정희 정부의 국가주도 계획경제에서나 재벌을 통한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이제는 더 이상 재벌을 통한 경제성장이 유효하지 않다며,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여야 하고, 제도적으로는 기업집단법 제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 폐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인프라 개선, 기술지원을 위한 혁신 클러스터 추진,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한 평생학습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경영 혁신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재벌 기업들은 국민의 자산(쾌도난마 한국경제 87쪽 참조) 이라고 하면서도,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벌을 통한 경제발전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지금 현재 재벌이 커질 대로 커져있고, 자본이 개방된 상태에서 자본을 통제하고 영미식 주주 자본주를 도입하는 것은 서로간에 대립과 갈등을 불러 일으킬 뿐이므로, 유럽식으로 재벌 시스템을 일정 부분 인정해 주는 대신, 재벌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이끌어 내는 대타협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쾌도난마 한국경제 89쪽 참조).

재벌에 대해 양자 모두 순기능을 인정하지만 재벌이 가진 역기능을 통제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김승조 교수 등은 재벌 경영의 투명성과 그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비해, 장하준 교수는 재벌 시스템을 인정해 주되 대타협이라는 모호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과연 그 대타협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 문제이고, 여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군사독재 시절과 같은 관주도 경제로 치달을 염려도 있고, 관료기구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공룡처럼 커져 버린 재벌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역사가 보여주듯이 시민들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만큼 시간을 두고 서서히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담보되는 정부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일관적인 정책과 투명한 정책을 통해 시간을 두고 재벌을 규제한다면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성장과 분배”에 대해서 김상조 교수 등은 현재 우리나라는 IT, 카드, 부동산 정책의 실패, 재벌 중심의 왜곡된 경제구조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하면서, 선 성장 후 분배론은 고도성장기에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적절한 분배 정책을 통해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구조조정 촉진형 복지정책으로 한계에 다다른 영세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을 빨리 파산시키고 다른 일을 찾도록 정부에서 보조를 해준다든가,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개별사업장 단위에서 지역별 또는 산업별 차원에서 최소한의 공동의 기준을 만드는 틀로 바꾸고, 사회복지정책을 늘리고 세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하준 교수는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분배를 통한 성장은 단기적 효과 이상을 기대할 수 없고 분배만으로 성장 동력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쾌도난마 한국 경제 114쪽 내지 116쪽 참조). 양자 모두 분배와 성장을 개별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일치를 보는 것 같다.

다만 성장과 관련하여 장하준 교수는 적극적 산업육성정책, 무역증진정책, 기술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고 하는데 반해, 김상조 교수 등은 요소투입형 성장의 유효성은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며 사람, 지식,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김상조 교수 등이 너무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한다. 장하준 교수는 현재의 선진국들이 현재의 개발도상국들과 유사한 발전단계에 있을 때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했던 정책이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장하준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해야 할 일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들은 부자 나라들이 사용하는 정책에 비해서 보다 투자 지향적이며 성장 지향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나쁜 사마리아인들 245쪽 참조)고 하며, 부자 나라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아직도 요소투입형 성장은 유효하며, 이러한 성장을 통해 생성된 자본은 사람, 지식,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모형이 아닐까 한다.

“개혁과 개방”에 대해서 김상조 교수 등은 세계화와 개방에는 찬성하지만 한미 FTA는 제도개혁을 수반하지 않은 불리한 협정이라고 하며, 국내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와 금융구조의 문제점이 외국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의 본질적 내용임에도 이를 왜곡하는 과장된 적대적 M&A 위협론을 경계하고, 외국자본에 국내자본과 마찬가지로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그리고 정책집행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금산분리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하준 교수도 세계화와 개방에는 찬성하지만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강자만이 살아남는 체제이자 저성장 체제라고 신랄하게 공격한다. 그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책에서는 아예 자유주의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많은 역사적 사실과 사례들을 통하여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이론 속에 도사리고 있는 허구와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개발도상국들은 시장에 대항하여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경제 활동을 체계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나쁜 사마리아인들 326쪽 참조)고 주장한다.

위와 같은 논의를 통해 김상조 교수 등은 전환의 원동력은 확고한 개혁의지와 비전,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와 공정한 규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과 적극적인 시민운동의 세 박자가 갗춰져야 한다고 한다. 장하준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둘러싼 담론들은 객관적 연구에서 나온다기보다는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은데, 현 정부까지 이어져 온 경제정책도 그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며, 자본의 사회적 책임, 정부의 공공적 책임, 노동 측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자가 주장하는 경제정책이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물론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서 모두가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양자 모두 내노라하는 경제학자들이어서 어느 견해가 맞다고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하나는 명확한 것 같다. 아직 우리 경제는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축구나 야구 등 운동경기에서 공격을 누가 먼저 할 것인지를 정할 때 심판은 동전을 사용하여 정한다. 그때 동전의 앞면을 선제공격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뒷면을 선제공격으로 할 것인지는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정한다. 그리고 규칙에 따라 정해진 룰을 따라 공격과 수비를 한다. 규칙을 어기면 심판이 제재를 가하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제정책이 제멋대로 운영되어서야 될 말인가. 국가의 경제정책을 동전을 던져 앞면인지 아니면 뒷면인지에 따라 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운동경기처럼 일단 채택된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규제를 하며, 국민들은 이를 믿고 따라주는 자세가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과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필요한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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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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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독도영유 주장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국민들이 분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잠한 편이다. 일본이나 중국이 국내 정서를 감안해서 물밑 작업을 해서인지, 아니면 위와 같은 점에 대해 매스컴에서 보도를 하지 않아서 인지, 그네들이 어떤 식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잘 없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가 우리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등한시 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해본다.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역사는 역사가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역사가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역사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역사가들의 사관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평가의 토대가 되는 역사 자체는 고정불변의 사실이라는 것이다.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코끼리 몸뚱이 만지듯이 만지는 역사가들에 의해 다르게 비춰질 수는 있지만, 존재하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진짜라고 알고 있는 역사들이 때로는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간혹 책이나 보도 등을 통해 접하게 된다. 이는 잘못된 역사 수업이나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소설 등 에서도 그 책임을 따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만큼 우리 역사에 대한 애정이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그와 같은 점을 인식하고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어원, 인물, 유물․유적, 책․문헌․사진, 정치․사회․생활 등에 관하여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내용 44개를 추려 정리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우리가 가장 흔히 범하는 잘못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부담이 없는 책이 아닐까 한다.

백정이나 내시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 원효 대사와 귀주대첩에 관한 이야기 등과 같이 우리가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들도 많았지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두고 있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특히 고인돌, 금관, 운현궁, 독립문 등 유물과 유적에 관한 내용과 명성왕후에 대한 사진과 신라 여왕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주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사회학자들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기계화 되어 가면서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재의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21세기는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올거라고 하며 그와 같은 양상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고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물질로 충만한 미래 세대에서 주체적으로 살아남기는 힘든 것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없이 필요한 위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정확한 역사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역사보기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지금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필요한 내용들이 될 것이고 우리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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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저작권
임상혁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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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술이나 음악, 문학과 같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활동사진기라는 기술의 발전과 그 시기를 같이 하고 있다. 프랑스는 뤼미에르 형제를 미국은 에디슨을 영화의 시초라고 하며 각자 자국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누가 영화라는 매체를 먼저 발명했든지 간에 영화는 이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 안될 중요한 여가 수단이자 문화 활동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영화는 위와 같은 문화적인 측면 이외에 산업적인 측면을 도외시 할 수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쥬라기 공원이 현대 자동차가 1년 동안 차를 팔아서 벌어들인 수익을 능가한다는 말이 있듯이 잘만들어진 영화는 고부가치 산업이 될 정도다. 또한 영화는 단순히 영화상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가 판권 시장, 캐릭터 산업, 테마 파크 조성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불법복제물이 공공연하게 유통이 되고 있고, 그로인해 영화제작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불법복제물의 유통은 단순히 영화 극장 관객수의 감소 만이 아니라, 부가 판권 시장의 침체를 가져오게 하는 등으로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 법적인 보호라고 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변호사로서 영화와 관련한 소송을 하면서 자신이 겪은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저작권과 저작권 제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 등으로 저작권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영화에 대비시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은이가 소송 실무에서 영화와 저작권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나 빈약한 내용이다. 영화라는 이야기만 나오지 내용은 저작권 일반에 대한 것이고, 거기에 영화와 관련된 판례를 언급한 정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기획에서부터 제작, 상영, 그리고 수출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의 문제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에만 치중하여 가장 일반적이고 개론적인 이야기를 옮겨 놓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 책을 통하지 않더라도 저작권에 대한 책들을 보면 대부분 나오는 내용들이다. 지은이가 현장에서 영화에 관한 소송을 했다면 지은이 자신의 생각이 녹아 들어 있어야 할 것인데, 이 책에서는 지은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공허한 외침만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저작권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면에서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무가들이 이 정도의 내용 정도로만 영화와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법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벌어진 결과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앞으로 법실무가들의 소임이 아닐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현재 우리 영화계의 현실을 감안하여 영화와 저작권에 대한 내용을 따로 저작권에서 떼내어 논의한 의도는 좋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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