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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사이언스 - 과학선생 몰리의 살짝 위험한 아프리카 여행
조수영 지음 / 효형출판 / 2008년 4월
평점 :
‘아프리카’라고 하면 일단 미지의 대륙, 자연이 살아 숨쉬는 야생의 대지라는 흥미진진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이미지가 떠오르는 한편, 질병과 전쟁, 기아가 난무하는 곳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막상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후자를 떠올리게 되면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현진 과학 선생님, 그것도 여자 선생님이 홀홀 단신으로 홀로 아프리카 대륙을 누비며 재미난 아프리카 여행담을 들려 주고 있다. 케냐를 출발해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를 거쳐 오면서 지은이가 들려 주는 이야기는 아프리카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부딪히는 갖가지 것들에서 과학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직업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기존에 출간된 여행서적들이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여행 안내서와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낸 기행문으로 크게 대별해 볼 수 있는데, 전자는 너무 무미건조한 반면, 후자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이야기에 치우쳐 있어 때로는 거부감마저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지은이가 현직 교사여서인지 글 자체가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은근슬쩍 끼어드는 과학이야기가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흥미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아프리카 여행이 만나서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읽어 보아도 좋은 내용들이다.
킬리만자로 정상에서는 적도에서도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이유를, 타자라 열차를 타면서 기차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와 관성의 법칙을, 빅토리아 폭포에서 극심한 공포가 통증감각을 무디게 하는 이유를, 래프팅을 하면서 작용․반작용의 원리, 부력, 관성의 법칙, 베르누이의 정리를, 붉은 나미므 사막을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풍력을, 기린을 통해 진화를, 펭귄이 아프리카 남단에서 볼 수 있는 이유를, 불라와요 자연사 박물관을 둘러 보면서 연필과 마차가지로 탄소로 이루어졌음에도 다이아몬드가 더 값진 이유를 재미나게 풀어 쓰고 있다. 마치 아이들과 함께 아프리카로 야외 수업을 나온 듯이 지은이는 과학이라는 촉수로 아프리카 대륙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는 킬리만자로의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킬리만자로 정상에는 표범이 살 수 없는 이유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신밧드가 코끼리 무덤을 보았다고 하지만 코끼리 무덤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니모의 아빠가 암컷인 이유 등 우리가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것도 알려 주고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주고 있다. 아프리카에도 홍수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나 도시들이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생각보다 그리 덥지 않다는 이야기, 사막이라는 것이 무조건 모래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연 강수량이 250밀리미터 이하인 지역을 지칭한다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리카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불행한 나라라는 것은 아프리카의 일면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와힐리어인 ‘하쿠나 마타타’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걱정말고 힘든 일은 나중에 생각해요’ 라는 뜻이라고 한다. 홀로 아프리카 대륙을 누비며 좌충우돌하는 지은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하쿠나 마타타’ 그 자체였다.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과학이라는 또 다른 세상의 재미를 맛보게 해 준 지은이의 다음 여행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