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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판매학
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지음, 홍혜걸 옮김 / 알마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건강이 최고 관심거리 중의 하나가 되었다. 6,70년대 먹을게 없어서 힘들었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성인병이나 각종 희귀질환 등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리고 있다. 어느 정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또한 서구화된 식습관과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각종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면서 더더욱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건강에 대한 관심은 건강 관련 산업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건강 관련 사업의 급성장 이면에 드리워지 어두운 부분이다. 근거도 없는 건강 식품의 범람과 왜곡된 건강에 대한 광고 등 그 부작용은 정도를 넘어 서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복용하는 약은 안전할까? 그리고 우리가 병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정말 약을 복용해야만 할 정도로 중대한 질병일까? 지은이의 대답은 확고하다. 거대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마케팅으로 인해 복용하지 않아도 될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질병이 아닌 것도 질병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다국적 제약 회사 머크 사의 사장이었던 헨리 개스덴이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약을 만들어, 리글리 사의 껌처럼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게도 우리 회사의 약을 파는 것이 꿈이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그 꿈이 지금 현재 현실화 되었다고 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 회사는 인간이 가지는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 즉 죽음, 노화 그리고 질병에 대한 뿌리깊은 두려움을 이용하여,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사소한 것을 질병으로 둔갑시키고, 약을 복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그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학계 권위자들의 명성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과 의사들,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각종 금전적인 보조를 하여, 자신들의 마케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중매체는 약효에 대해 절대적인 수치를 적용할 경우 효과가 미미한 것에 대해, 충격적인 느낌을 주는 상대적 수치를 인용해 보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제약 회사만 좋은 것이다.
콜레스테롤, 고혈압이나 골다공증에 관한 정상 범위를 좁게 잡아 여태까지 정상군의 범위에 속하였던 사람들을 질병이 있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월경전 불쾌장애, 사회불안장애, 여성 성기능장애 라는 신종질환을 만들어 내어 약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폐경과 같은 자연적인 현상도 질병의 범위에 포함시켜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런 약들이 때때로 그들이 예방한다고 주장한 바로 그 질병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거대 다국적 제약 회사의 논리에 의해 인류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마케팅으로 인해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된 방법과 이유로 의료 지원이 낭비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공 의료 시스템과 의사들은 꼭 필요하고 긴요한 일을 하는 데 시간관 돈을 즉각적으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신약에 내재된 위험성과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질병의 정의와 분류가 진지하게 논의되어져, 대중에게 근거없는 두려움 대신 합리적 정보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본서 제22쪽 참조).
물론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공헌한 점은 있다. 그리고 제약 회사는 이윤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이어서 마케팅에 다소 과장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약이나 질병은 인류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것인 만큼, 그 정도에는 한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한도는 제약 회사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제약 회사들은 더 이상 질병을 상품화하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