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김석철 지음 / 창비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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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장을 덮으며 잔잔한 아쉬움이 남는다. 책 속의 건축물 중 직접 본 것들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며 왜 그때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가하는 것과 아직 보지 못한 걸작 건축물들을 보고 싶은 바램이.... 현존하는 훌륭한 건축가로 손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 김석철님의 크기를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 책에도 소개가 되었던 팡떼온에 갔었다. 한번은 가이드에게 이끌려, 한번은 신혼여행 중에 힘들어 하는 건축물에는 별 관심이 없는 아내의 손을 이끌고. 이리저리 좁은 골목길을 돌아 쉽지 않게 찾아간 그다지 넓지 않은 광장에 면해 있는 조금은 꾀죄죄한 색깔의 팡떼온을 처음 본 내 느낌은 압도당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꽉 찬 느낌이었다. 아내의 표정은 애개였고. 조금은 초라하고 꾀죄죄한 건물의 외관에 조금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가이드북의 시원찮은 설명에 김석철교수의 해박한 설명 중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부분을 보태어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달고 팡떼온의 내부에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경건함에 도취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어느 건축물도 태생의 사연이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미적 측면 하나만 가지고 평가를 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태생의 배경, 건축 재료, 공간 분할, 건축 목적,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평가하고 이용하고 감상을 할 때만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석철님의 책은 그런 궁금증과 무지함에 단비와 같은 시원함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동안 대지를 딛고 서 있는 건축물에 대한 고찰뿐만 아니라 건축에 새로운 개면을 도입한 혁명적인 건축물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과 한국의 건축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해석을 담은 연작들을 기대해 본다.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이 되고 책에 소개된 건축물들을 모두 한번씩은 직접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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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짚가리
최영준 지음 / 한길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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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을 헤집고 다니다 발견한 반가운 책이다.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서 가을 추수가 끝나면 언제나 놀이터 대용으로 타작이 끝난 짚가리는 나의 놀이터가 되곤 했다. 내 고행 충남 보령에선 기와집 모양의 짚가리를 쌓곤 했는데 주로 놀이터로 이용이 되는 건 짚가리로 쌓기 전까지이고 짚가리로 되고 나면 그때부턴 놀이터로서의 기능은 끝이 나곤 했다. 겨울이 되어 하얗게 눈이 쌓인 짚가리가 덩그라니 논 한가운데 서 있는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조금은 아득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기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하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별로 눈여겨 보지 않았던 짚가리에 대한 고찰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사진을 첨부해서 정리 해 놓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지역적으로 차별성을 가졌을뿐더러 소용에 맞게 지혜로울 정도로 또 하나의 창조물을 만들어 낸 농부들의 세심한 작업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잘 집어 낸 책이다. 아마 올 가을 길가에 가지런히 쌓인 짚가리를 통해 농부의 솜씨를 들여다 보고 싶다. 얼마나 손이 잰 농부인지... 아마도 조금은 힘들겠지. 일손부족으로 짚가리보단 기계로 바로 육면체로 묶어버리고 나는 세상이니.... 강원도엔 남아 있으리란 예상을 해 본다. 만약 발견하게 된다면 아들 녀석에게 주저리주저리 아빠의 옛날 놀이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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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페루비안 - 황색의 눈과 녹색의 눈
김안나 지음 / 평민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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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잉카가 다시 살아 돌아오고 있다. 척박한 땅을 딛고 힘차게 일어서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워 냈던 저력의 민족 잉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안데스산맥의 깊은 골짜기만큼이나 그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문화의 힘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티티카카와 마추피추, 나스카와 안데스의 만년설을 만나며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나도 언젠가 잉카트레일을 따라 잉카를 직접 체험하는 상상을. 문자가 없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이 거의 전무한 잉카를 느낄 수 있는 건 정교하게 세워진 석조건축물과 유적, 그리고 그 수가 점점 줄어가는 그들의 후손뿐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잉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페루에 아마존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고 따스한 심성을 가진 그들을 만나러 갈 때 아마 이 책을 가지고 가리라. 마추피추를, 잉카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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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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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여행하는 삶을 꿈꾼다. 물론 내 삶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라 믿고 있기도 하지만...... 여행에 관한 많은 신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여다보고 항상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취미 중의 하나인 내게 미애와 루이 가족의 318일간의 여행기는 조금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정 중심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기록도 아니었다. 주로 여행기간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과 여행지를 거치며 미애와 루이가 느꼈던 부분들에 상당히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풍광과 물산을 보면서 여행지를 스케쥴에 맞추어 지나치는 것은 여행이 아닌 관고아이라 생각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미애의 생각에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막을 보고 싶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하고 싶고 멋진 호수를 보고 싶다. 그래서 미애가족의 일정을 서울에서 함께 마무리 하면서 사륜구동차를 가지고 세계 일주하는 상상을 책을 읽는 기간동안 내내 달고 살았다. 물론 이성단장 가족의 세계일주 책을 읽을 때 또한 그런 상상을 하곤 했지만.... 고난과 역경을 딛고 무사히 돌아온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많은 이들을 가슴에 담아가지고 참다운 여행을 한 미애가족의 또 다른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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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 - 구판 황석영 대하소설 12
황석영 지음 / 창비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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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KBS에서 방영 하던 프로그램 중에 TV문학관이란 것이 있었다. 거기서 보았던 것 중에 “삼포 가는 길”이란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하얀 영상과 허름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삼포라는 지명을 사회과부도를 갖다 놓고 한참동안 찾아보다가 결국엔 찾지 못했더랬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작품의 원작자가 황석영이란 사실을 알았고 그 반가움으로 장길산의 첫 권을 망설이지 않고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질을 다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어 돈이 생길 때마다 낱권으로 구입을 해서 보았기에 매권의 마지막장을 넘기기가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가지지 못한 밑바닥 인생들의 고단한 삶의 묘사와 이제는 시간이 흐름과 더불어 분단으로 인해 잊혀져 가는 황해도 구월산 근방의 주옥같은 언어와 토속적인 사설들, 인간다운 삶을 위한 민초들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아름다운 장편으로 내게 남는다. 현실 속에서도 신분의 벽을 넘어 모두 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길산이 孤軍奮鬪했던 것처럼 작가 또한 분단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방북을 하고 오랫동안의 해외체류와 영어의 몸이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몸소 겪어 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제는 예산의 내포땅에 자리를 잡고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황석영님의 모습을 보면서 책 속의 장길산의 미완의 혁명이 아닌 만민평등의 통일된 참세상을 상상해 본다. 아직도 백두산 언저리엔 길산의 희망이 자라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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