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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짚가리
최영준 지음 / 한길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속을 헤집고 다니다 발견한 반가운 책이다.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서 가을 추수가 끝나면 언제나 놀이터 대용으로 타작이 끝난 짚가리는 나의 놀이터가 되곤 했다. 내 고행 충남 보령에선 기와집 모양의 짚가리를 쌓곤 했는데 주로 놀이터로 이용이 되는 건 짚가리로 쌓기 전까지이고 짚가리로 되고 나면 그때부턴 놀이터로서의 기능은 끝이 나곤 했다. 겨울이 되어 하얗게 눈이 쌓인 짚가리가 덩그라니 논 한가운데 서 있는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조금은 아득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기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하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별로 눈여겨 보지 않았던 짚가리에 대한 고찰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사진을 첨부해서 정리 해 놓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지역적으로 차별성을 가졌을뿐더러 소용에 맞게 지혜로울 정도로 또 하나의 창조물을 만들어 낸 농부들의 세심한 작업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잘 집어 낸 책이다. 아마 올 가을 길가에 가지런히 쌓인 짚가리를 통해 농부의 솜씨를 들여다 보고 싶다. 얼마나 손이 잰 농부인지... 아마도 조금은 힘들겠지. 일손부족으로 짚가리보단 기계로 바로 육면체로 묶어버리고 나는 세상이니.... 강원도엔 남아 있으리란 예상을 해 본다. 만약 발견하게 된다면 아들 녀석에게 주저리주저리 아빠의 옛날 놀이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