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홈피관리자> - 민지네에서 퍼옵니다. 아래는 꿀땅콩님의 코멘트이며 원문 번역도 꿀땅콩님이 하였습니다. 원제는 <살해 당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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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들이 참수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닉 버그.

그의 참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부시 행정부는 이를 이용해서 추락한 전쟁찬성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보려고 했습니다. 체니와 부시는 앞다투어 기자회견을 갖고 잔인한 테러리스트들과의 일전을 선포했고 전쟁의 정당성을 알리기에 바빴지요. 테러에는 응징 뿐이라는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정략적 움직임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바로 닉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가장 슬픈 순간에 자신의 슬픔을 공동의 슬픔으로 이해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이 편지는 분노로 또 다른 실수를 할 뻔한 미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렸고, 닉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부시 행정부에게 치명타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저는 부시라는 이름 대신 노무현을 넣고, 닉이라는 이름 대신 김선일을 넣어 봅니다. 어렵게 자란 착하기 그지 없는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저며옵니다. 이라크에서 일을 하면서 이라크인들을 진정으로 이해했던 두 아들. 부시와 럼스펠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던 건강한 그들. 그들은 너무나 닮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죽음을 통해서 또 다른 죽음을 막고자 하는 두 아버지의 너무나 닮은 용기를 봅니다.

비록 나의 아들이 죽지는 않았지만, 나의 오빠 혹은 형이 참수를 당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비극을 목격한 우리 모두가 우리 김선일 씨를 가슴 깊은 곳에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용감한 아버지들이 정부의 무능과 인명 경시와 침략에 일갈하는 그 자리에 우리 모두 같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절대로 당신의 죽음에 대해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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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는 결코 내 아들 닉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내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들보다도 나는 생명을 앗아가는 정책을 만든 이들을 더욱 비난합니다.

마이클 버그
2004년 5월 21일 금요일
The Guardian

내 아들 닉은 나의 스승이자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친절하고 다정했습니다. 아닙니다. 사실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친절하고 다정했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는 그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려한다는 이유로 보이스카웃을 그만두었었습니다. 닉은 언제나 내게 필요한 힘이 되어주었었고, 지금도 내가 그에 대해서 전세계에 말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왜 내 아들의 비극적이고 잔인한 종말의 책임을 부시 행정부에게만 묻느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내게 질문합니다. : “당신의 아들을 죽인 그 5명의 살인범들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 살인범들을 부시만큼이나 비난한다고 대답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틀렸었습니다.: 지금 나는 확신합니다. 나의 아들을 만난 살인범들은 분명 내 아들과 접촉하면서 얼마나 내 아들이 특별한 사람인지 점점 깨달았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들이 내 아들에게 잔인한 짓을 하는 그 순간, 그 행위에 그들이 늘 해온 만큼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도합니다. 나는 그들도 결국 내 아들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그 칼을 휘두른 사람 역시 닉의 숨결을 느꼈을 것이고 그가 죽이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국 깨달았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또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다른 살인범들 역시 내 아들의 눈을 보았을 것이고, 최소한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바라볼 시선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으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살인범이 되었던 그들이 정확히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부시는 내 아들의 눈동자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아들을 몰랐으며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악한 자입니다. 그는 스스로도 아버지이지만 또 다른 아버지인 나의 고통, 내 가족의 고통 그리고 나아가 전세계가 겪어야 할 슬픔을 알지 못합니다. 그는 그저 정치꾼일 뿐이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정책결정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조지 부시는 내 아들의 마음과 미국인들의 진정한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그의 정책으로 죽어가는 이라크인들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지요.

도날드 럼스펠드는 스스로가 이라크 죄수들에 대한 학대의 책임을 지겠다고 합니다. 어떤 결과도 물지 않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 가능합니까? 닉이 바로 그 결과를 짊어졌습니다.

나는 나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들보다도 앉아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타인의 생을 파괴하는 정책을 만드는 이들을 더욱 참을 수 없습니다.

닉은 군인은 아니었지만 군인이 가져야 할 훈련과 봉사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라크에 이라크인을 돕기 위해 갔고 어떤 개인적인 이익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닉은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만 그의 죽음으로 그는 이제 수없이 많은 이들이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위험에 처할 수 있을 때에도 자신이 진심으로 해야한다고 느끼는 일을 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행위는 옳습니다.: 그의 이러한 정신을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알게 되었고, 이들은 또 이 정신을 전파합니다. 그리고 세계는 이 정신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치욕적인 9월 11일날, 미국이 공격받던 그날 우리는 무엇을 했어야 할까요? 아마도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 일을 했어야할 듯 합니다. 바로 타인을 적이라고 규명하는 것을 중단하고 처음으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을 말입니다. 이 작은 지구에서의 평화적인 공존에 여러 가지 단서들을 붙이는 짓을 그만두고 우리는 처음으로 인류가 자율적이고도 자유롭게 살 권리를 존중하기 시작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으로 다른 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했어야합니다. 타인들의 삶을 통제하는 기준들을 만들며 정작 우리 자신들을 위한 기준은 분리해내는 짓을 중단했어야합니다.

조지 부시의 무능한 리더쉽이야 말로 대량 살상 무기입니다. 부시의 무능한 정부는 내 아들을 불법적으로 억류했고, 일련의 무능한 행정착오들을 가져왔으며 결국 닉을 악화되는 폭력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아마도 닉이 억류되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그를 다시 안아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닉을 (미군이) 팔루자를 포위했을 때까지 억류했던 것이 아니라 이라크 죄수들에 대한 학대가 세상에 알려질 때까지 억류했고 결국 그 보복으로 내 아들의 인생은 막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내 아들이 하던 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평화를 위해 일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곳에 나는 이제 수 천의 그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닉은 그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이제 이 땅에 남은 우리 역시 신념에 따라 행동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제 대서양 양 쪽에 있는 악인들에게 우리가 이 전쟁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알려야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살테러단에도 지쳐있으며 서로를 죽이는 일을 중단할 줄 모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계속되는 평화협상 결렬에 대해서도 지쳐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예견된 결론을 내기 위해 계속되는 평화 협상들에도 질려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지금 평화를 원합니다.

많은 분들이 닉과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분들에게 기도 속에 평화에 대한 기원도 넣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기도와 함께 행동 역시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바로 지금 평화를 요구해달라고 말입니다.

 

George Bush never looked into Nick's eyes

Even more than the murderers who took my son's life, I condemn those who make policies to end lives

Michael Berg
Friday May 21, 2004
The Guardian

My son, Nick, was my teacher and my hero. He was the kindest, gentlest man I know; no, the kindest, gentlest human being I have ever known. He quit the Boy Scouts of America because they wanted to teach him to fire a handgun. Nick, too, poured into me the strength I needed, and still need, to tell the world about him.

People ask me why I focus on putting the blame for my son's tragic and atrocious end on the Bush administration. They ask: "Don't you blame the five men who killed him?" I have answered that I blame them no more or less than the Bush administration, but I am wrong: I am sure, knowing my son, that somewhere during their association with him these men became aware of what an extraordinary man my son was. I take comfort that when they did the awful thing they did, they weren't quite as in to it as they might have been. I am sure that they came to admire him.

I am sure that the one who wielded the knife felt Nick's breath on his hand and knew that he had a real human being there. I am sure that the others looked into my son's eyes and got at least a glimmer of what the rest of the world sees. And I am sure that these murderers, for just a brief moment, did not like what they were doing.

George Bush never looked into my son's eyes. George Bush doesn't know my son, and he is the worse for it. George Bush, though a father himself, cannot feel my pain, or that of my family, or of the world that grieves for Nick, because he is a policymaker, and he doesn't have to bear the consequences of his acts. George Bush can see neither the heart of Nick nor that of the American people, let alone that of the Iraqi people his policies are killing daily.

Donald Rumsfeld said that he took responsibility for the sexual abuse of Iraqi prisoners. How could he take that responsibility when there was no consequence? Nick took the consequences.

Even more than those murderers who took my son's life, I can't stand those who sit and make policies to end lives and break the lives of the still living.

Nick was not in the military, but he had the discipline and dedication of a soldier. Nick Berg was in Iraq to help the people without any expectation of personal gain. He was only one man, but through his death he has become many. The truly unselfish spirit of giving your all to do what you know in your own heart is right even when you know it may be dangerous; this spirit has spread among the people who knew Nick, and that group has spread and is spreading all over the world.

So what were we to do when we in America were attacked on September 11, that infamous day? I say we should have done then what we never did before: stop speaking to the people we labelled our enemies and start listening to them. Stop giving preconditions to our peaceful coexistence on this small planet, and start honouring and respecting every human's need to live free and autonomously, to truly respect the sovereignty of every state. To stop making up rules by which others must live and then separate rules for ourselves.

George Bush's ineffective leadership is a weapon of mass destruction, and it has allowed a chain reaction of events that led to the unlawful detention of my son which immersed him in a world of escalated violence. Were it not for Nick's detention, I would have had him in my arms again. That detention held him in Iraq not only until the atrocities that led to the siege of Fallujah, but also the revelation of the atrocities committed in the jails in Iraq, in retaliation for which my son's wonderful life was put to an end.

My son's work still goes on. Where there was one peacemaker before, I now see and have heard from thousands of peacemakers. Nick was a man who acted on his beliefs. We, the people of this world, now need to act on our beliefs. We need to let the evildoers on both sides of the Atlantic know that we are fed up with war. We are fed up with the killing and bombing and maiming of innocent people. We are fed up with the lies. Yes, we are fed up with the suicide bombers, and with the failure of the Israelis and Palestinians to find a way to stop killing each other. We are fed up with negotiations and peace conferences that are entered into on both sides with preset conditions that preclude the outcome of peace. We want world peace now.

Many have offered to pray for Nick and my family. I appreciate their thoughts, but I ask them to include in their prayers a prayer for peace. And I ask them to do more than pray. I ask them to demand peac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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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6-2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조선인 2004-06-2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갑니다.

숨은아이 2004-06-2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퍼갈게요.

balmas 2004-06-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감사^^

jenny-come-lately 2004-06-2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침 저를 깨우시면서 엄마가 전해주신 김선일씨의 소식을 들었을때, 저도 그 집행자들보다(한국전쟁 끝나고 소련과 미국의 한국 점령을 떠올리며 그들의 과격한 분노에 잘못된 동질감까지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한국 정부가 더 밉고 원망스럽더군요.
웹에서 아룬다티 로이를 검색하다가 찾아들었습니다. 녹색평론을 통해 저도 아룬다티 로이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누아 2004-06-2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갑니다.

killjoy 2004-06-26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광화문 집회에 나가보았습니다. 노무현이 파병철회를 하지않으면 그를 끌어내려서라도 파병을 막고 파병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테 콜비츠 [조문객] Der Ttauende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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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하르
모흐센 마흐말바프 지음, 정해경 엮고 옮김 / 삼인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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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된 글을 읽다보면 "in terms of"라는 어구가 자주 나온다. 사전에 나오는 대로 "견지에서"라고 번역하고 넘어가곤 했다. 어느 날 문득 "견지"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뜻일까? 한자를 새겨보면 곧 알 수 있다. "보는 자리"(見地)라는 뜻이다.

내가 어떤 현상을 보는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 카불을 폭격하는 전투기 조종사의 자리에서 내려다보는가? 아니면 안전한 고향 땅에서 저 멀리 지평선에 나타난 이방인들이 우리 땅으로 넘어 오는 것을 바라보는가? 그것도 아니면 고향을 떠나 맨발로 사막을 떠도는 피난자의 자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되바라보는가?

2001년 10월 미국 정부는 9 11 사건의 배후 인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 탈레반 정부의 책임을 물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미국 정부는 수십 년 간의 대내외적 전쟁으로 황폐해진 빈곤과 문맹의 그 땅에 발 한 번 딛지 않은 채 공중에서 폭탄을 투하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이 아프간 민중을 해방시키는 거라고 선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웃 나라 이란 사람 마흐말바프는 국경 근처의 난민촌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칸다하르]라는 영화를 찍었다. 같은 이름으로 삼인출판사에서 나온 [칸다하르]는 그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공부하고 그것을 다시 알리기 위해 쓴 글을 모은 작은 책이다. 헐리우드 영화나 CNN에 나오는 전투기 조종석의 시계에만 익숙해진 나는 이 책에서 이방인의 시야를 포착하려고 노력하는 이웃의 시선을 배운다. 책에 실린 아프간 시인의 시를 잊을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소개한다.

나는 걸어서 왔고 걸어서 떠난다.
저금통이 없는 나그네는 떠난다.
인형이 없는 아이도 떠난다.
나의 유랑에 걸린 주문도 오늘 밤 풀리겠지.
비어 있던 식탁은 접히겠지.
고통 속에서 나는 지평선을 방황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데서 떠도는 사람은
나였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나는 놓아두고 떠난다.
나는 걸어서 왔고, 걸어서 떠날 것이다.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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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1-1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너무 좋네요.
잘 지내시죠?
이 DVD 어제 주문했습니다.^^

killjoy 2006-01-1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예요
잘 지내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일을 시작한지 다섯달째 접어들고 있고요
과로의 공포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침팬지들은 잎과 꽃이 달린 풀줄기를 인간에게는 극히 낯선 '장거리 후각 도구'로 사용한다. 침팬지들은 제인 구달의 주머니 속에 그런 풀줄기를 조심스럽게 밀어넣었다가 다시 끄집어내어 킁킁 냄새를 맡곤 했다. 제인 구달의 주머니 속에 바나나가 숨겨져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침팬지들은 풀줄기를 통해 바나나 냄새를 맡으면 구달에게 달라고 사정을 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주머니 침팬지가 어미가 직접적인 접촉을 금하는 갓난 새끼의 냄새를 맡고 싶을 때도 이 '장거리 후각 도구'를 사용한다. (53)

-비투스 B. 드뢰셔 [휴머니즘의 동물학] (이마고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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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 때 <뉴욕타임스>와 CBS뉴스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42%가 사담 후세인이 9월 11일의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성 공격에 대해 직접 책임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리고 ABC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55%가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를 직접 지원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의견들은 어떤 증거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증거가 아예 없기 때문에.) 이 모든 생각은 넌지시 둘러댐과 자기암시, 그리고 미국의 미디어기업, 혹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재의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속 빈 대들보인 소위 '자유언론'이 유포시킨 명백한 거짓말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찬성했던 미국 내의 대중적 지지는 미국정부가 조장하고, 이것을 미디어 기업들이 충실하게 증폭시켰던 거짓과 기만이라는 층층대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우리는 이라크와 알카에다 사이의 조작된 연관성을 떠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조작된 격분을 느낍니다. 조지 부시 이류(부시 2세를 말함--역자)는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으면 미국으로서는 자살을 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우리는 굶주리고, 폭격당하고, 봉쇄되었던 한 국가가 전지전능한 미국을 전멸시키려 한다는 과대망상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라크는 이런 나라들의 계열에서 가장 신참에 속합니다. 이라크 전에는 쿠바, 니카라과, 리비아, 그레나다, 그리고 파나마도 이 명단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사이가 좋은 이웃간에도 가끔 생기곤 하는 일상적인 격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목적을 가진 격분이었지요. 그것은 새 부대에, 또다른 말로는 '선제 공격 정책'이라고도 알려진 헌 정책을 붓는 것으로 몰아갔습니다. 미국은 원하는 것은 까짓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직무다, 라는 겁니다.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승리하였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무기를 발견하기 전에 먼저 무기를 묻어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왜 사담 후세인이 자기 조국이 침략당했을 때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 골치아픈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아무 답변이 없을 겁니다. 맹목적인 신봉자들은 오래된 막사에서 사용금지된 화학물질이 담긴 몇개의 큰 통이 발견되었다고 정신없이 떠드는 텔레비전 리포터의 말을 증거로 삼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이것이 정말 화학물질인지, 실제로 사용이 금지된 것인지, 또한 화학물질이 담겨 있는 그 깡통을 전문적 용어로 큰 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일치조차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확인되지 않는 소식통에 의하면 또 소량의 칼륨과 과망간산염, 그리고 오래된 하모니카가 거기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이 흐르면서 한 고대문명이 매우 최근에 생겨난 한 야만국에 의해 무심하게 쓰러져가 버렸습니다. (107-09)

-아룬다티 로이 "인스턴트 제국 민주주의" (박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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