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 때 <뉴욕타임스>와 CBS뉴스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42%가 사담 후세인이 9월 11일의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성 공격에 대해 직접 책임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리고 ABC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55%가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를 직접 지원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의견들은 어떤 증거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증거가 아예 없기 때문에.) 이 모든 생각은 넌지시 둘러댐과 자기암시, 그리고 미국의 미디어기업, 혹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재의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속 빈 대들보인 소위 '자유언론'이 유포시킨 명백한 거짓말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찬성했던 미국 내의 대중적 지지는 미국정부가 조장하고, 이것을 미디어 기업들이 충실하게 증폭시켰던 거짓과 기만이라는 층층대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우리는 이라크와 알카에다 사이의 조작된 연관성을 떠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조작된 격분을 느낍니다. 조지 부시 이류(부시 2세를 말함--역자)는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으면 미국으로서는 자살을 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우리는 굶주리고, 폭격당하고, 봉쇄되었던 한 국가가 전지전능한 미국을 전멸시키려 한다는 과대망상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라크는 이런 나라들의 계열에서 가장 신참에 속합니다. 이라크 전에는 쿠바, 니카라과, 리비아, 그레나다, 그리고 파나마도 이 명단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사이가 좋은 이웃간에도 가끔 생기곤 하는 일상적인 격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목적을 가진 격분이었지요. 그것은 새 부대에, 또다른 말로는 '선제 공격 정책'이라고도 알려진 헌 정책을 붓는 것으로 몰아갔습니다. 미국은 원하는 것은 까짓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직무다, 라는 겁니다.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승리하였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무기를 발견하기 전에 먼저 무기를 묻어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왜 사담 후세인이 자기 조국이 침략당했을 때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 골치아픈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아무 답변이 없을 겁니다. 맹목적인 신봉자들은 오래된 막사에서 사용금지된 화학물질이 담긴 몇개의 큰 통이 발견되었다고 정신없이 떠드는 텔레비전 리포터의 말을 증거로 삼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이것이 정말 화학물질인지, 실제로 사용이 금지된 것인지, 또한 화학물질이 담겨 있는 그 깡통을 전문적 용어로 큰 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일치조차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확인되지 않는 소식통에 의하면 또 소량의 칼륨과 과망간산염, 그리고 오래된 하모니카가 거기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이 흐르면서 한 고대문명이 매우 최근에 생겨난 한 야만국에 의해 무심하게 쓰러져가 버렸습니다. (107-09)

-아룬다티 로이 "인스턴트 제국 민주주의" (박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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