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화난다 화나. 도대체 누가 이 영화의 제목을 '쇼핑걸'이라고 붙이고 개봉할 생각을 했을까.
이 영화의 원제는 'shopgirl'이란 말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shopgirl과 shopping girl은 주는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다.
'쇼핑걸'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틴에이저물이나 달달하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연상되고 만다.
게다가 shopgirl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고 shopping girl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냔 말이다!!
(페이퍼 쓰려고 알라딘에서 DVD 검색하다가 국내 개봉 제목 보고 또 발끈해서리 ㅠ_ㅠ)
언제나 실망스러운 영화 배급업체의 제목 붙이기에 대한 불만은 이정도로 해두고...

최근에 별로 건질만한 영화가 없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 기대치도 않았던 수작이었다.
이 영화는 스티브 마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가 소설보다 더 좋았다.



(이 책의 표지는 정말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와인색에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분위기.
단편이라서 후딱 읽기도 좋고...)

혹시나 이 영화의 제목이나 선전을 보고 달달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들어간다면 딱 NG다.
(초반부의 한두군데 빼고 도대체 어디 웃기는 장면이 나오는거야!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다가
화를 버럭버럭내거나 쿨쿨 잠이 들 확률이 매우 높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 싸이트에서 평가했던 bittersweet romance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고급 백화점의 장갑 코너에서 일하는 미라벨과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
부유한 연상의 레이 포터와 한없이 찌질한;;;자칭 예술가 제레미.
줄거리는 흔한 삼각관계 러브스토리이지만
이 영화를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영화 전체에 걸친 스티브 마틴의 나레이션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마디 한마디 어찌나 가슴을 후벼파는지
등장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마다 등장하여 더욱더욱 찌르르 마음을 울리는 나레이션. ㅠ_ㅠ
단편소설인 원작보다 영화에서 훨씬 강조된 부분이었는데, 그래서 영화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스티브 마틴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원래 아무 생각없는 코미디언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이런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이 사람은 틀림없이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거나,
주변에서 유사한 경우를 보았거나, 아니면 사랑에 달관한 사람일 것이야.

클레어 데인즈는 보는 사람에 따라 아주 예쁘게 나왔을 수도/아주 빈티나게 나왔을 수도.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의 그녀의 영화 중 제일 연기가 좋았다.
찌질의 궁극인 제레미는 소설보다 더욱 찌질한 이미지를 잘 살린듯 -_-;;;;
스티브 마틴은...할말이 없다. 영화 보기 전에는 도대체 데인즈와 마틴이 어떻게 어울릴까 생각했었는데
영화 보는 내내 미친듯이 둘이 엮이도록 기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ㅠ_ㅠ;;;

마지막 장면은 정말 머리를 뜯으면서 봤는데...특히 스티브 마틴의 나레이션이 정말..정말..
(원작과는 약간 엔딩이 다르고, 나레이션 부분은 소설에는 없다...안타깝게도...)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혹은 기다리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혼자서 이런 말을 중얼거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How was is possible he thinks, to miss a woman whom he kept at a distance, so that when she was gone, he would not miss her. Only then does he realize how wanting part of her, and not all of her had hurt them both. And how he cannot justify his actions except that...'well, it was life'.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6-06-2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제가 안붙였지만 그런 심오한 차이가 있었군요... 클레어 데인즈,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스티븐 마틴은 모르겠어요. 글구 관계는 역시 삼각이 최고라는...

Kitty 2006-07-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어 데인즈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온 배우이구요, 스티브 마틴은 유명한 코미디 배우랍니다. 관계는 역시 삼각이 최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