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누구나 내용수정 가능, 신뢰도 논란 속 네이처지 "브리태니커의 정확도에 필적" 평가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인터넷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org)의 과학 분야 항목을 조사한 결과 정확도가 230여년 전통과 권위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에 필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두 백과사전의 과학 관련 항목 42개를 서로 비교하도록 한 결과 중대한 오류는 4건씩 똑같았고 기타 오류는 브리태니커 3건, 위키피디아 4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

위키피디아는 무엇이며, 네이처는 왜 이 인터넷 백과사전의 정확도에 관심을 가졌을까? 위키피디아에서 영어로 ‘Kimchi’를 검색하면 ‘김치는 야채와 고춧가루를 섞어 발효시킨 한국의 전통 음식’이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김치의 역사, 만드는 방법 등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 김치의 사진과 한글 표기법까지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다. 관련 항목으로는 ‘한국 요리’와 ‘한국 관련 토픽들’을 클릭해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놨다. 심지어 한국에서 근무했던 일부 미군은 욕을 할 때 ‘shit’ 대신 ‘Kimchi’를 쓰기도 한다는 설명까지 나온다.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들이 기술된 내용을 읽다가 불충분하거나 잘못됐다고 느끼면 언제든 ‘편집’ 버튼을 클릭한 뒤 고칠 수 있다는 것. 네티즌이면 누구나 이 온라인 백과사전의 내용을 ‘데스킹’(수정 또는 보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아예 새로운 항목을 작성해 추가할 수도 있다.

2001년 처음 생겨난 위키피디아는 수많은 네티즌이 번갈아 가면서 빈 칸을 채우고 내용을 수정하면서 키워온 온 백과사전이다. 불과 4년여 만에 이 백과사전에 수록된 지식은 영문 정보만 86만건(브리태니커는 약 10여만건)을 넘어섰다. 인터넷 방문자수 조사 기관인 히트와이즈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는 지난 12월 현재 교육 관련 웹사이트 중 방문자수가 가장 많다. 위키피디아는 또 2005년 인터넷 포털 사이트 구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위키피디아라는 이름은 하와이 말로 ‘재빠르다’는 뜻의 위키(wiki)와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것이다. 수많은 네티즌의 지식이 모여 부족한 부분을 곧바로 채우기 때문에 성장 속도는 눈부실 정도로 빠르다. 위키피디아는 방문자 수가 하루 90만명을 넘어 이미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을 추월했다.

그런데 이 백과사전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나 내용을 고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서술된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케네디 전(前) 법무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언론인 존 시전털러는 얼마 전 위키피디아에 실린 자신의 인물정보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가담했으며, 1971~1984년까지 소련에서 살았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오류는 한 네티즌의 장난으로 밝혀졌지만 시전털러는 명예가 훼손됐다며 분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물정보는 특히 악의적인 공격의 대상이다. 누군가 부시 대통령의 인물정보를 삭제하고 대신 남자 성기 사진을 올려놓은 적도 있다. 자원봉사 모니터요원이 몇 분 만에 이를 발견해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이같은 공격이 반복되면 위키피디아는 해당 정보에 대한 수정을 한동안 금지시킨다.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아닌 정보들은 네이처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꽤 정확한 편이다. 패션잡지 에스콰이어의 편집장인 A 제이콥스는 위키피디아의 자정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여러 건의 잘못된 정보를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3일 동안 모두 576명이 이 글을 수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거의 바로잡혔다”면서 “고쳐진 글의 품질도 너무 좋아 내가 직장을 잃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반면 LA타임스는 이라크 전쟁 관련 정보를 위키피디아처럼 자유롭게 고칠 수 있도록 한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가 며칠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음란물로 도배가 됐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의 창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LA타임스가 실패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LA타임스는 웹사이트 출범에 앞서 먼저 해당 주제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네티즌들로 핵심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둘째, 이라크라는 주제가 너무 논란이 심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에스콰이어 편집장은 탄탄하게 구축된 위키피디아 커뮤니티를 상대로 실험했고, 게재한 글의 주제도 논란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 웨일스는 “사려 깊은 사람들의 공동체에 정보 관리와 모니터링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키’ 자매사이트 급증

위키피디아가 성공을 거두면서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생산하는 자매 사이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생겨난 것만 위키트래블, 위키뉴스, 위키셔너리, 위키하우 등 10여개에 이른다.

캐나다 출신의 미셸 앤 젠킨스와 에반 프로드로무는 몇 년 전 태국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낭패를 당했다. 들고 간 관광 안내책자에서 추천한 호텔을 찾아갔는데 이미 영업을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젠킨스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낭패를 겪을 것을 알았지만 이미 1000만부가 인쇄된 가이드북을 일일이 수정할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귀국 후 위키페디아에서 영감을 얻어 ‘위키트래블’이라는 온라인 여행정보 사이트를 만들었다. 위키트래블은 네티즌이 마치 여행가이드북의 편집자가 된 것처럼 자유롭게 정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키 사이트 회원들은 독자이면서 동시에 저자인 경우가 많다. 남극과 갈라파고스섬을 탐험한 여행가 리안 홀리데이는 위키트래블 사이트를 자주 들른다. 주로 LA 인근 해변의 맛있는 식당이나 술집 정보를 읽기 위해서다. 그는 또한 이 사이트에 자신이 여행한 지역에 관한 글을 쓴다. 홀리데이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두서없이 올려놓고 며칠 뒤에 다시 보면 누군가에 의해 말끔히 정리돼 있다”고 말했다.

위키의 신념은 단순하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한 명보다 수천~수만 명이 지혜를 짜낸 정보가 더 정확하고 가치있다는 것. 그러나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할 배리안 교수(정보관리학)는 위키피디아의 운명이 이메일의 역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창기 이메일은 획기적이고 유용한 통신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사용자가 늘고 스팸 메일이 폭증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전 편집장인 로버트 맥헨리는 위키피디아를 공중 화장실에 비유했다. “지저분할 수도, 생각보다 깨끗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나보다 앞서 변기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민구 주간조선 기자(roadrunn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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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1-1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싸이트 좋아요~

Kitty 2006-01-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렇게나 정확하다니 깜짝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