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페라 속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2
김학민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어찌어찌하다가 2006년에 처음으로 (다) 읽은 책이 이 책이 되었다. 사실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아껴두었었는데 다른 책이 많이 생기는 바람에 기분좋게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참으로, 더할나위 없이, 친절하다. 친절해. 어린아이의 손가락을 잡고 하나하나 그림을 짚어가면서 한글을 가르쳐주듯이 독자들의 손목을 잡고 오페라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것도 매 장마다 '잘 따라오고 있지?' 하고 확인까지 해가며.

우선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오페라의 고급 감상자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페라라..예전에 표가 생겨서 한두번 오페라를 보러갔었는데 참 노래들 잘 하고 아는 노래도 가끔 나오더라. 하는 정도의 기회 감상자부터 오페라에 슬슬 관심을 가지려하는 사람들까지를 타겟으로 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7가지의 오페라가 소개되고 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카르멘, 코지 판 투테, 살로메, 오텔로, 돈지오반니, 피가로의 결혼이다. 공교롭게도 7가지 모두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인 덕분에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의도적으로 그런 오페라만을 모은 것인지, 아니면 저작을 마치고 나니 우연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들이 모인 것인지. 하간 오페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사랑 이야기지. 사랑 이야기가 없는 오페라를 모으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살로메에 관한 이야기에 끌려서 책을 구입했지만 나머지 오페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저자 김학민씨가 때로는 '사랑이란 다 그런거란다~' 하는 인생을 달관한 철학가처럼, 때로는 '어머어머 그 얘기 들었어?' 하고 이웃집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수다스러운 아줌마처럼 요소요소에서 끼어들어 설명을 해주고 있었으니까.  

풍부한 도판도 즐거움을 제공한다. 작품의 무대디자인, 의상디자인, 실제 공연들의 사진 등을 풍부하게 싣고 있어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소매를 길게 늘어뜨린 화려한 당시 백작부인의 의상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보다 실제 의상을 입은 소프라노 사진을 하나 실어놓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른 법이다.

이 책은 나름대로 꽤 팔렸던 것 같은데 왜 2편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내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나?) 혹시 2편이 나온다면 한 두가지 바라고 싶은 점은 역시 오페라의 다양화일것이다. 모짜르트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명이긴 하지만 7편 중 3편이 모짜르트의 작품이라는 것은 역시 균형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맨 뒷장에 오페라별 추천 음반을 실어준 친절함을 조금만 더 발휘해 오페라의 아리아라든지 유명한 서곡이나 간주곡 등도 같이 정리해 주었으면 하는 것도 바래본다. 물론 본문 중에 띄엄띄엄 소개해주고 있지만 역시 한곳에 요약정리 및 밑줄 쫙 긋기를 해주면 나같이 게으른 독자는 얼마나 더 행복할까. 

마지막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이 책의 독서방법 한가지. 해당 오페라의 음반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것. 우연히 카르멘과 오텔로를 가지고 있어서 들으면서 해당 챕터를 읽었는데 역시 느낌이 100배나 달랐다. 다른 음반들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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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 방법 서보아야겠어요 오페라 시디도 사야하나

Kitty 2006-01-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디 들으면서 읽으니까 참 좋더군요. (씨디 가진 친구를 이용하셔요 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