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김수현 / 샘터사 / 1999년 5월
품절


어느 날,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고 기분 좋게 들어오셨다.
"얘야, 버스 정류장에서 정말 예쁜 아가씨가 예쁜 옷을 입고 있더라. 망설이다가 내가 물어 보았어. 아가씨 그 옷 어디서 샀소? 내게도 아가씨처럼 예쁜 딸이 있는데 사주고 싶어 그래요. 그랬지."
무뚝뚝한 아버지, 아무리 약주를 드셔도 용돈 한 번 건네주신 적 없는 아버지가 파란 만 원짜리 지폐를 여섯 장이나 내놓고 주무셨다. 나의 두 달 아르바이트 수입이었다.-42쪽

결혼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열쇠를, 우편물을, 보고 난 신문을 한자리에 놓겠다는 약속인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 성가신 약속이 하고 싶어서 기나긴 밤 가슴을 설레었고, 울리지 않는 전화를 원망하며 사랑을 키웠던 것이다.-11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5-12-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버지, 아빠 불러도 가슴저리는 이름이에요

Kitty 2005-12-12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빠가 술만 드시면 항상 전화해서 과자를 사다주셨거든요. 저걸 읽으니 왠지 아빠 생각이 났어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