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책의 번역 의뢰를 받았을 때 :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특히 내가 관심있던 분야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면 더욱 그렇다. 정말 잘 해보리라 마음먹는다.
2. 1/4 정도 번역했을 때 : 신나게 번역한다. 이런 표현이 좋을까, 저런 표현이 좋을까 고민 또 고민하며 워드 파일 여는 것이 즐겁다.
3. 2/4 정도 번역했을 때 : 원서를 펴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슬슬 의무감으로 번역을 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표현을 두고 고민하는 사치 따위는 벌써 쓰레기통에 버린지 오래;
4. 3/4 정도 번역했을 때 : 책을 찢어버리고 싶다 -_-;;;;;;;
5. 번역을 마무리할 때 :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따따블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 원서만 보면 속이 울렁거린다 -_-
점점 끝으로 갈수록 광속 (날림?) 번역이 된다;
6. 편집자의 수정본을 다시 검토할 때 : 될대로 되라...왠만하면 그쪽에서 수정한 대로 넘긴다. 좋은게 좋은거지. -_-
7. 역자 후기를 쓸 때 :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다. 오역이 많으면 어떡하지, 문장이 이상하면 어떡하지. 좀 더 꼼꼼히 할걸...하고 후회한다 ㅠㅠ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후.
8. 출판된 책을 받아볼 때 : 엄청 고생한건 몽땅 잊어버리고 무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표지고 본문이고 쓱쓱 쓰다듬어본다. 어서 빨리 다음 책을 번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햄토리 챗바퀴도 아니고...바보다...)
...(...)
이건 번역하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저같은 저질 번역자만 그런거겠죠 -_-
책장에 곱게 꽂아놓은 번역서들을 보고 흐뭇해하다가도
5분 후에 워드를 켜면서 이를 갈고 있는 이 자기모순은 무엇인지 ㅠㅠ
오늘도 일하기 싫어서 알라딘을 방황 중입니다...(그나마 여긴 책 얘기가 많아서 딴짓이라도 조금 죄책감이 덜 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