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걸음만 앞서 가라 - 정치학자 강상중, 아시아의 리더 김대중에게서 배우다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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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이라는 이름 석 자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나는 그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통찰력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중의 많은 서적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힘’을 이야기하는 역발상적인 사고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내 머릿속은 아직까지도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그랬던 그가 젊은이들을 위해서 <반걸음만 앞서가라>고 또 다시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이분이 쓴 책의 특징은 제목을 통해서 핵심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낀 또 다른 장점은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고도 독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힘인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의 정보와 책의 정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들이 텍스트를 바라보면서 읽기 쉬운가?”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고 가지를 늘리기 쉽도록 지식을 정제한 상태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차이점일텐데, 이 책은 책의 정보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시켰다는 인상을 짙게 받을 정도로 편집이 잘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청동 기저귀’

우리는 일본의 정치상황을 읽어 내려가는 힘이 전무하다. 일본이라면 무조건 치를 떠고서는 손사래를 치는 국민성도 일본 정치를 멀리하는데 한 몫 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라는 것 자체를 멀리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많은데(비록 광우병 소고기 파동 이후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젊은이들이 상당수이긴 하지만) 일본에 대한 이야기(고이즈미 총리. 그의 집권동안 이루어진 각종 기행들이나 일본 자민당. 그들의 첫 패배와 같은 사건)를 꺼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사건들을 읽는 핵심적인 한마디를 우리들에게 직접 건네주면서 일본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겉으로 드러낸다. 그 한마디는 바로 미국에 의해서 강요된 냉전을 담보로 한 ‘청동 기저귀’를 차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청동이라 함은 어딘가 무겁고 음침하고 오래된 이미지를 우리에게 심어주는데, 이것으로 만들어진 기저귀를 찼다는 묘사는 2차 대전의 패배 이후 미국의 지침대로 따라야만 했던 일본 정치인들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주는 단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자 신문에 두바이 쇼크로 인해 또 다시 ‘3차 엔고’의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일본이 이런 높은 환율의 고통을 겪게 된 원인이 바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플라자 회의’에서 제시하는 환율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 탓일 것이다. 그야말로 ‘청동기저귀’인 것이다.

<연쇄하는 대폭락>의 저자였던 소에지마 다카히코는 그의 저서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저 미국의 가장 토실토실한 ‘양털 깎기’의 희생양”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절망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아마도 ‘청동 기저귀’를 벗어던질 날이 바로 그 한숨을 멈출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다. 

이런 미국의 영향력은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금융시장의 변동사항이나 환율의 영향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취약한 나라 중의 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국의 주둔이나 핵우산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는 것처럼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유지할 수 없는 ‘청동 기저귀’를 차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청동 기저귀를 벗어던져야 하는 미래의 리더에게 바치는 책

이 책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을 가르치는 책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리더의 롤 모델로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하게 이 책은 한국인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한국인들 보다는 조금씩 투쟁의 목소리를 내면서 커가고 있는 일본 내의 젊은 리더들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셨다고는 해도 일본 내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반걸음만 앞서가라>라는 책이 일본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

“리더는 국민과 한쪽으로는 손을 잡으면서 그 손을 떼지 않고 반걸음 앞으로 가야 합니다. 만약 국민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잠시 멈춰 서서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설득을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렇게 하여 의견을 맞춥니다. 그런 방식이 지금 성공하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137p-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좁은 공간에 있어도 인터넷이라는 것만 있으면 쉽게 알고 싶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블로그에 담아낼 수 있다. 이것은 누구나 마음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종 매체들이 전달하고 있는 다양하고 상반된 정보들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통치자들처럼 민중들을 우르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끌고 다니기만 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김대중 대통령은 단언한다. 너무 앞질러 가서도 안 되고 너무 같이 가서도 안 된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이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전장을 넓고 깊게 보면서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반걸음 앞서가는 일이라고 한다.

삼국지의 유비가 과거에 그랬던가? 적군의 공세를 피해 피난을 떠나야했던 그 상황에서도 결코 부상병들과 노약자를 보호하면서 천천히 진군했고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백성들의 민심을 얻어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반걸음 앞서갔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가장 잘 표현해 낸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강상중의 일곱 가지 리더파워

리더는 자고로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나 리더 홀로 있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와 함께할 수 있는 ‘추종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리더와 추종자가 일을 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상황에서 리더와 추종자의 시대적인 문화와 관습이나 규범들이 존재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전부 갖추어져야 리더십이 발현될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리더가 더 이상 리더가 아니라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지나고 간접적인 수단들의 발전으로 인해서 점차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리더를 그들의 바람막이로 세워두고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모든 잘못의 근원을 리더들에게 돌리기만 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과거의 인터넷 유행어는 나로 하여금 현 세태를 걱정하게 만든다. 요즘에는 이것이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로 바뀐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가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힘의 ‘하드파워’와 대화의 ‘소프트 파워’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스마트 파워’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리더라면 ‘신념’과 그에 따른 ‘비전’이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구체적으로 목표설정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사람들을 동원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기발한 문구나 연설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주어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날것’ 그대로의 지성(현장)과 ‘건조된’ 지성(책)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고독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판단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반걸음만 앞서가라>가 내게 준 것

쉽게 읽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리더’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더욱 유용한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만간 ‘날 것’을 체험하러 쉽게 말해 경험에 굶주려 있는 내가 사회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갑자기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그 중 하나인 ‘경쟁’. 어쩌면 그것도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방식으로 해야 가장 효율성이 높을 것 같다. 왜냐하면 동일한 목표를 가진 스터디그룹이 모두 합심하여 공부하면 학기말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저 혼자 일등을 해보겠다고 족보나 여러 가지 것들을 혼자서만 보고 혼자서 공부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많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시험장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만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그것을 대부분 공부했고, 어떤 이들은 힘을 모아서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공부해놓았다면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여영 님의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라는 책을 보면, 신입사원 시절 화려한 치장으로 인해서 직장 동료로부터 여러 가지 이상한 오해를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신입사원들에게 화려한 옷을 지양하라는 충고를 건네주는데, 이것을 해석해보면 ‘튀는 의상’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만을 돋보이기 위해서 남들보다 몇 걸음 정도 앞서간 행동인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도 <반걸음만 앞서간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좀 더 맵시 있는 옷차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불현득 떠올라서 곧바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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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법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시장경제의 법칙>은 시장경제의 진실을 밝히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책을 지은 아몬 버틀러라는 인물은 영국의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아덤 스미스 연구소 소장으로 30년간 전 세계 시장경제의 국유산업 민영화, 공공부문 개혁을 실행한 영국 자유시장의 원로 연구자라고 한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경제의 온도계로 일컬어지는 ‘가격’이라는 요소를 불순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도록 정제하여 어떤 재화의 가격 추이만 살펴보더라도 그 재화의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였다.

좀 더 자세히 접근하면 가격 형성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개입(규제, 보조금)을 최소화 하여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제대로 보장해주고,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면서 그들이 가진 재산에 대한 압박감이나 거부감없이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키자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거리감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무너져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금융상품의 탈규제로 인하여 거품이 잔뜩 껴있던 모기지 상품을 거래하다가 한계치에 도달하여 탈이 난 상태인 것이다. 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무너져가는 상황을 힘겹게 떠받히고 있는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무턱대고 케인즈 주의를 반대하면서 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면서 공적자금을 거두어들이자니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기침체의 딜레마를 거부할 수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떠받들고 있자니 언젠가는 허물어질 경제상황에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 같고……. 

이런 시기에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책이 출간된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의 케인즈 주의의 경제로 흘러가는 상황을 우려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예로 들면 거품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해주고, 사대강이라는 건설 사업을 벌여서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숨통을 틔워 놓기 위함일 것이다. 즉, 무분별한 공적자금의 남용은 불필요한 거품을 유지시키는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도 오류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저자는 이 모든 책임을 정치권에서의 오류 때문이요. 권력자의 폐단이라고 떠넘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시스템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시장을 따라갈 수 없는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안들이 시기적절하지 못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권력을 계속 잡고 싶은 욕망에 무리한 정책들을 내놓는다는 것이었다.

<시장경제의 법칙>이 내게 준 것

결과적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에 대략 20퍼센트 정도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가격이 현실경제를 제대로 투영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의 생각에는 동감하는 바이지만 요즘 시대의 제품들은 명품이나 고가전략이 아니면 브랜드(신뢰의 상징)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브랜드 포지션을 갖추어야 한다는 브랜딩 전략은 각종 전문서적에서도 활용하라고 충고하고 있으며, 푸마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의 비결도 저가 할인점에서 푸마를 모두 치워놓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금껏 이루어져왔던 개발도상국 자원 약탈행위를 무마하기 위해서 쌍방이 모두 이익을 봐왔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과연 모든 사람이 이득을 봤을까? 이득을 봤을 수도 있다. 한쪽은 먹고 살만큼 버는 것도 모자라서 이곳저곳에 돈잔치를 벌이는 이득이겠고, 또 한쪽은 하루하루 근근이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의 이득이겠고.. 아니지..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먹던 그들의 삶에 그래도 세끼 죽으로 연명할 수 있으니 이득이겠지... 

또한 시장경제 체제의 전문성이 더 많은 이득을 생산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철학을 너무나도 신봉하고 있는 나머지 현재 주목받고 있는 통섭형 인재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쇠못을 만들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재료를 옮기는 일 밖에 없다고 한다. 그것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전 공정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멈출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손해보지 않은 금액이 더 컸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격으로 판단하는 것도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산업 분야의 연구개발이나 기초체력은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갑자기 얻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가치가 없다고 지원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절실히 필요할 때가 찾아왔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잘못은 정치권의 대응실패와 권력의 유혹 때문이라고 하는데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돈’이 권력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이 조금 더 ‘돈’을 취하기 위한 행위이고 이 또한 시장경제 하에서 일어날 예측 가능한 범위 속에서의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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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드 싱킹>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얼라인드 싱킹
짐 스테픈 지음, 이수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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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 일이 너무 많아! 할 일을 전부 끝내 본 적이 없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피곤해.
일에 대한 만족? 만족은 고사하고 해야 할 일이나 시원하게 끝내 봤으면…….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너무 부족해!
내가 내 삶을 주도하는 것 같지가 않아!
이제는 삶이란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젠장, 내가 왜 사는지 알 수가 없어.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얼라인드 싱킹>의 주인공 레이와 캐롤 부부를 보면서 나의 10년 후의 모습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맞벌이 부부들의 모습들이 바로 그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보금자리인 주택과 아파트의 전세 값은 해가 갈수록 치솟기만 하고, 한편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곧 꺼진다고는 하는데 경제상황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에서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란 부동산 가격 부양책인 경우가 절대 다수라 부동산 거품이 꺼지길 기다리는 것은 요원하고…….

집값이 오르겠지 막연히 위로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성공하기는 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자마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대출빚.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의 젊은 부부들은 사랑으로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 보다는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일을 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우리들을 위해 <얼라인드 싱킹>의 저자가 우리들의 목적의식을 재고시킬 비법을 들고나타났다. 삶의 화살표를 올바로 가리키도록 구성된 피라미드 형식의 질문들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MIN의 비밀이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저자는 MIN의 비밀을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벗겨나가면서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목적 질문

당신은 무엇 때문에 일을 하고 있는가? 삶과 일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얼라인드 싱킹>의 저자의 추구하는 ‘조화로운 생각’의 첫 질문은 바로 당신의 삶에 대한 목적을 묻는 ‘목적 질문’이었다.

저자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목적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작심삼일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처음 시작 할 때는 거창하게 향후 몇 년간의 ‘로드맵’을 그리곤 하지만 막상 처음 몇 달을 지나고보면 눈 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기에만 급급한 나를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목적 질문’ 역시 다른 자기계발서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얼라인드 싱킹>은 우리들로 하여금 ‘목적있는 삶’을 꾸준히 관리하길 바란다. '펀데이(fun day)'. 문자 그대로 표현하면 ‘즐거운 날’인 펀데이를 3개월 단위로 지정해서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함과 동시에 자신의 목적을 향해서 제대로 점검해볼 수 있는 날로 만들자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목적 질문을 돕는 마음가짐 : 자유에 대한 통찰

그렇지만 목적있는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마주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 레이는 심심할 때마다 부장의 호출과 함께 처리하기 곤란한 일을 떠맡게 되고, 캐롤은 아이들의 양육까지 책임지면서 수간호사 일을 해야만 했으니 여간 고통스러운 삶이 아니었다.

이런 막중한 일들이 하나하나 쌓이다보면 언젠가 견뎌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귀찮은 일과는 사람들을 빨리 지치게 만든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이를 이겨내라고 독려한다. 그 발상의 전환이란 “주된 소망(P)과 소망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NC)의 연관관계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비시즌기간인 겨울 동안에 엄청난 노력(힘겨운 체력 훈련과 더불어 기술적인 훈련까지 병행)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선수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스포츠 스타)을 위해서 기꺼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시즌을 통해 스포츠 스타로 거듭나기’(P)를 달성하기 위해서 겨우내 체력훈련, 연습, 코치의 말에 순종하기, 원정경기. 등등 의 스포츠 스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NC)들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의 삶에 P와 NC를 대입해보면 레이는 더 나은 삶을 P로 설정. 예상치 못한 일들을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과정(NC)로 받아들였고, 캐롤은 아이들의 양육과 가족의 평화를 P로 설정하고, 그들을 돌보는 일들을 NC로 받아들이게 된다.

초점 질문

우리들이 하는 모든 활동은 우리가 설정한 주된 목적(P)을 향하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의 목적을 위해서 필요한 행동들이 하루 24시간에 달성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우리들은 보통 할 일이 있으면 그 가중치를 따지지 않고 한 곳에 몽땅 메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이런 행위가 할 일을 메모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일을 끝내고나서 목록 하나를 제거해봤자 아래 목록에 남아있는 수많은 일거리는 당신을 더욱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쌓이고 또 쌓이는 일 무덤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때 가다렸다는 듯이 ‘보관함’이라는 개념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쉽게 말해서 할 일 목록 중에 우선순위 목록 3가지를 먼저 정해서 실행하자는 말이다.

우선순위 아래의 목록들은 하지 않아도 좋다. 대신에 반드시 우선순위에 올라있는 일들은 끝내야 한다. 우선순위 목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하나의 일거리들이 대략 얼마정도 걸리는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우리들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우선순위’ 그것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하루를 끝마쳤을 때 해냈다는 뿌듯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지금 질문

저자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주 소중한 것입니다. 두 분이 딱 한 번만 경험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경험하지 못합니다. 물론 두 분도 딱 한번뿐, 다시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자, 이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바로 “지금”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남겨진 최종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지금으로부터 어떻게 최상의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느냐?” 저자는 최상의 것을 만드는 것을 돕기 위해서 ‘MIN의 비밀’이라는 것을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MIN은 Most Important Now의 줄임말로서, 우리말로 하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목적 질문에서 정해 놓은 ‘삶의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초점 질문에서 정해 놓은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당신의 여러 가지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MIN이다.

<얼라인드 싱킹>의 핵심. 조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MIN의 비밀’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연관된 나의 MIN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고, MIN의 범주에 들지 않는 논-MIN을 한쪽으로 치워두는 것이며, 설정한 Most Important Now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얼라인드 싱킹>이 내게 준 것

참으로 힘겹게 돌고 돌아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의 목표에 관련된 최상의 일을 지금 생각하고 정리하고 수행하자!” 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저자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간직하면서 갈고 닦은 자기관리의 비법을 옮겨 놓은 <얼라인드 싱킹>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지금 당신의 단계는 조화로운 사고를 약 30%정도 달성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것을 100%달성하기 위해서는 실행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꺼이 전수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일러준다.

이들 부부가 실천하는 모습을 담은 2부의 이야기를 돌아보면 레이와 캐롤 부부는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물론 이웃들. 더 나아가 직장동료들에게 까지 ‘조화로운 사고’ 방법을 전수해준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서(?) 이들 부부는 재미있게도 살찌는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자녀들에게 MIN의 통제를 받기도 한다. 아마도 이를 통해 저자가 의도한 것은 가족들이 상호연관해서 발전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다시 서두의 암울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선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만약 좀 더 편안하고 많은 삶을 살기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 자신의 최종 목적이라면 주된 소망에 필요한 필수 조건들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것이 돈을 벌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 능력의 향상이라면 당신에게 닥친 여러 가지 일들을 ‘보관함’에 집어넣은 다음 능력 향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일들을 우선순위로 설정하여 그것만을 최대한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어떨까 한다.

자신의 목적이 돈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고 가족의 행복이라면 초점목적의 ‘보관함’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의 우선순위를 더욱 높여서 그것을 실천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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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솔루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사과솔루션 -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윈-윈 소통법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김호,정재승 감수 / 지안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예로부터 우리들은 어떤 상황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과’를 이용하곤 했다. 쉽게 말해서, ‘사과’라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졌음을 시인하는 결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자존심 문제로서 ‘사과’하기를 꺼리다가 갈등의 강도가 거세졌을 때야 비로소 울며 겨자 먹기로 “정말로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과 티격태격할 때. 조금 친한 단계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결코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친구들 사이의 위치에서 자신만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손실회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네가 사과하면 받아주겠다는 승자의 아량만을 서로의 머릿속에 가득히 담고 있으니, 동상이몽이라는 말을 바로 이런 때에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과의 문제는 또래집단 사이에서의 개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잘못된 발언이 사회적인 이슈를 낳기 때문에 요구되기도 하고, 더 크게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개선에서도 요구되어진다. 그리고 이런 사과의 빈도는 삶의 질을 중시하고, 빠른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 21세기에 이르러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여러 사과와 관련된 문제들이 우리들 입에 오르내렸다. 가깝게 일주일만 되돌아보더라도 미수다의 ‘루저논란’ , 이혁재의 ‘배틀 논란’ , 부산에서 벌어진 실내 사격장 화재사건 , 그리고 어제 벌어진 월드컵 예선에서 앙리의 ‘핸드볼 논란’ 등은 인터넷을 통해서 국내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고, 이에 대해서 각자 의견을 피력하며, 심지어는 바다 건너 전 세계적인 뉴스로 확대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뉴스가 급속히 퍼지고, 이런 행위들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게 됐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고, 그 중 한 가지 방법인 사과의 역할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사과 솔루션>의 저자인 아론 라자르는 주장한다.

사과의 필수조건

<사과 솔루션>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를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사과의 정석. 사과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매우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아론 라자르라는 인물이 정신과 의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과’라는 개념을 학술적인 위치로 격상시켜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다. 또한 사과와 관련된 각종 역사관련 이야기들은 이 책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의 메시지를 간단히 요약해보면 사과는 잘못에 대한 인정으로 시작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잘못에 대한 인정을 통한 사과의 말이 둘 사이에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게다가 피해자에게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라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사과의 첫 단계다.

다음 단계는 당신이 이야기하는 ‘잘못’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고 말한다. 즉,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서 뉘우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후회의 단계 다음에 해명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덧붙여준다. 해명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두려워하는 여러 가지 최악의 상상들을 진실. 그것 하나만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사과의 의미로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상을 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손해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피해자나 사회에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과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

이런 사과의 단계들을 설명해주면서도 저자는 우리들이 ‘왜 사과를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들도 궁금하지 않게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기를 가장 큰 이유는 사과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과하는 사람의 자존심 문제 역시 사과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나보다 상대방의 문제라고 한다. 즉, 내가 이렇게 사과했는데도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어쩌나?’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사과를 겁내거나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 사과는 타협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과라는 것이 “내가 이러저러해서 미안해”라고 했을 때, 무조건 “괜찮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면에서도 네가 잘못 한 것 같으니 이렇게 해주면 어떨까?”라는 여러 가지 대답과 같이 서로의 갈등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사과 솔루션>이 내게 준 것

언제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할 줄 아는 큰 리더인데 반해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사과할 줄 모르는 인물이라는 비판기사를 본적이 있다. 미국대통령이라는 지위가 가져오는 거품(사과의 위력이 배가되는 상황)을 배제했을 때. 미국 하버드대 흑인교수 체포 사건의 중심인물인 경찰관과 하버드 교수를 직접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대화로 풀어나간 점은 오바마를 큰 인물로 보기에 충분한 행동인 듯싶다.

하지만 이런 과정의 숨겨진 진실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까지만 해도 "경찰이 어리석었다"는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측근들이 설득하면서 사실 상의 '사과 전화'를 하게 됐다고 전한다.

주위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마땅히 칭찬을 해줘야겠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과라는 것이 관계와 관계 사이를 조율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큰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고 사과를 하면서 여론이 움직이는 현상을 접하고서는 사과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취임 후 “모두가 제 탓”이라고 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서 당사자들을 불러 해명하고, 보상하는 단계를 실행하면서 얻은 것은 피부로 느꼈으리라.

이 일화는 몇 주간 우리들에게 일어난 각종 논란에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위에서 언급한 논란에 대처해서 제대로 된 사과를 전달한 이혁재 씨("배틀을 찾아가 식사를 대접하며 사과할 것이다. 많이 경솔했고 인격 수양이 부족했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움직임은 진짜 사과의 위력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사전 인터뷰로 작성된 이야기를 마치 제작진이 시켰다고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고, 사과의 대상을 엉터리로 선정하여 한국 남성들의 '루저대란‘을 야기한 그녀에게 이 책 일독을 권한다. 사과는 협상의 단계라는 생각으로 도망가지 말고 떳떳하게 자신의 발언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어를 읽을 수 없을 티에리 앙리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공이 손에 닿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심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는 그의 말처럼 오심도 경기의 일부겠지만 사과 없는 그의 인정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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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째 법칙 -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냉혹한 성공의 기술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4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살림Biz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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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타인들은 ‘부활한 마키아벨리’라고 칭송하는 로버트 그린. 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도발적이고 겁이 없는 로버트 그린. 드디어 그가 <50번째 법칙>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등에 업고 우리를 찾아왔다.

나는 일전에 <전쟁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의 독설에 흠뻑 빠져들었다. 나는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채찍과 동시에 당근을 기대하고 있다. 얌전한 척. 좋은 것만 말하는 착한 책이 아니라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나쁜 책. 그렇지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쁠 때는 나빠야 한다고 말하는 나쁜 책.

그의 책은 나쁜 책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읽는 우리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과거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여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거친 단어들에서 시작하여 강렬하고 단호한 말투의 매듭까지…….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과거의 저서들인 <전쟁의 기술>,<권력의 기술>등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어떤 인물을 그의 이야기 속에 포함 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그의 평전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로버트 그린은 피프티 센트라는 인물의 이야기와 자신의 권력술을 <50번째 법칙>에 함께 버무려 놓았다.

시작은 피프티 센트

나는 미국 힙합을 좋아한다. 쿵쿵 거리는 강렬한 비트.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진 못하지만 가슴까지 전달되는 거친 목소리들. 그렇지만 아쉽게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팝송을 그리 즐겨 듣지 않았기에 힙합음악으로 유명하다는 피프티 센트라는 이름은 나에게 생소한 이름으로 다가왔다.

피프티 센트. 책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과거사들은 어두운 단면을 연출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빈민가에서 홀로 살아야했던 피프티 센트. 보통사람이었다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그 자리를 돌아본 후 체념하고 말겠지만 피프티 센트에게는 그곳을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정신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신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내버려졌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인해 길러졌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이라는 요소를 가슴 속에 얼마쯤은 품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두렵다. 또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피프티 센트에게는 무엇인가를 두려워할 여유가 없었다. 거친 빈민가 소굴에 홀로 남겨진 그에게 편안함을 제공해줄 수 있는 따뜻함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것이 마약판매상이었다. 허슬러로서 무수한 암투를 승리로 이끌게 되었다. 허슬러로서 돈을 모으게 되자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빈민가를 떠나 힙합가수로 변신했다. 그는 힙합이라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암울했던 삶을 토로하고 부익부빈익빈을 만들어낸 모든 체제를 비판하면서 대중과 소통한다.

순조롭게 흘러가나 싶었던 어느 날, 그에게 갑자기 날아든 아홉 발의 총알은 그의 음악인생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아홉 발 중 한 발의 총알이 그의 턱을 관통했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그와 계약했던 음반회사가 떠났다. 그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시대의 흐름을 쫒아가지 못하는 거대한 몸뚱이의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노래보다는 그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관통한 총알로 인해 구멍 난 혓바닥은 자꾸만 쇳소리를 내서 그의 노래를 방해했다. 이것이 진짜 위기상황이었다. 여기서 성공하는 이들의 모든 특징적인 요소 ‘역발상’이 피프티 센트의 머리를 강하게 때린다. 그는 입에서 나는 쇳소리까지 노래에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상처는 빠른 랩은 하기 어려웠으나 그 소리가 내는 거칠음은 그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없었다. 턱에 총알을 얻어맞지 않고서는 말이다.

그는 기획사도 없었던 환경에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공짜마케팅을 벌인다. 또한 인터넷의 바다에 떠돌고 있던 디지털 해적들을 그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음악은 아무런 대가없이 해적들의 손에 의해서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동시에 그는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었으며 재빠르게 반영했다. 그는 거대 기획사가 할 수 없는 새로우면서도 접근성이 뛰어난 방법으로 피프티 센트만의 비즈니스 제국을 창조해냈다.

마무리는 로버트 그린

세상에 눈을 고정시켜라(강렬한 현실주의), 자신의 진짜 주인이 되어라(자주성),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라(기회 창출), 예측 불가능한 전략가가 되어라(계산된 추진력), 투쟁하고 저항하라(공격성),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라(권위), 네트워크에 접속하라(접속), 목표에 열중하라(숙달), 내면을 강화하라(자신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숭고)

로버트 그린은 피프티 센트의 이야기를 통해서 위에서 나열한 10가지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어떤 메시지에는 단계별로 접근하기도 하고, 어떤 메시지는 통합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거기에다가 이해하기 쉽게 과거 권력자들의 일화를 곁들여주면서 살을 덧붙이면서 법칙을 공고히 한다.

이를 두고 옮긴이는 10가지 메시지를 ‘모든 두려움을 넘어선 완전한 대담성으로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창의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삶의 방식’ 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한다.

<50번째 법칙>이 내게 준 것

삶은 투쟁의 연속이요. 죽음을 인정해야 삶을 충실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오늘날에 이르러서 죽음이라는 것이 TV나 인터넷의 뉴스로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멀어지고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는 간접적인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간접적인 삶의 의미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점차 능동적인 인간에서 수동적인 인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같다. 스포츠의 감동을 중계방송을 통해 느끼고, 사랑의 감정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느낀다. 모험과 여행은 온라인 게임으로 느낀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온라인 채팅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이 모든 지식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피프티 센트는 그리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모든 위인들은 환경에 내던져졌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공했다. 때로는 그 삶이 죽을 만큼 힘들었어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면서 작은 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은 간접적인 삶이 아니라 직접적인 삶을 살았다. 철저히 현실과 싸워나갔다. 

이런 삶을 고스란히 접하면서 나는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세상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알고 싶었고 준비하고 싶었고 준비 중에 있었다. 준비하지 못한 나에게 몰아닥칠 거센 파도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공부한다면 나에게 몰아닥칠 파도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파도는 아직도 내 머리 위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나를 덮칠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것을…….

나의 잠재력은 우주의 그것과 같다는 말은 현실과 부딪혔을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삶이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는 말도 역시 현실과 부딪혔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머릿속에 가득히 담아놓은 교훈들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일 테다. 지금이야 말로 망각의 힘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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