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솔루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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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솔루션 -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윈-윈 소통법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김호,정재승 감수 / 지안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예로부터 우리들은 어떤 상황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과’를 이용하곤 했다. 쉽게 말해서, ‘사과’라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졌음을 시인하는 결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자존심 문제로서 ‘사과’하기를 꺼리다가 갈등의 강도가 거세졌을 때야 비로소 울며 겨자 먹기로 “정말로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과 티격태격할 때. 조금 친한 단계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결코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친구들 사이의 위치에서 자신만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손실회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네가 사과하면 받아주겠다는 승자의 아량만을 서로의 머릿속에 가득히 담고 있으니, 동상이몽이라는 말을 바로 이런 때에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과의 문제는 또래집단 사이에서의 개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잘못된 발언이 사회적인 이슈를 낳기 때문에 요구되기도 하고, 더 크게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개선에서도 요구되어진다. 그리고 이런 사과의 빈도는 삶의 질을 중시하고, 빠른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 21세기에 이르러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여러 사과와 관련된 문제들이 우리들 입에 오르내렸다. 가깝게 일주일만 되돌아보더라도 미수다의 ‘루저논란’ , 이혁재의 ‘배틀 논란’ , 부산에서 벌어진 실내 사격장 화재사건 , 그리고 어제 벌어진 월드컵 예선에서 앙리의 ‘핸드볼 논란’ 등은 인터넷을 통해서 국내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고, 이에 대해서 각자 의견을 피력하며, 심지어는 바다 건너 전 세계적인 뉴스로 확대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뉴스가 급속히 퍼지고, 이런 행위들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게 됐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고, 그 중 한 가지 방법인 사과의 역할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사과 솔루션>의 저자인 아론 라자르는 주장한다.
사과의 필수조건
<사과 솔루션>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를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사과의 정석. 사과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매우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아론 라자르라는 인물이 정신과 의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과’라는 개념을 학술적인 위치로 격상시켜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다. 또한 사과와 관련된 각종 역사관련 이야기들은 이 책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의 메시지를 간단히 요약해보면 사과는 잘못에 대한 인정으로 시작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잘못에 대한 인정을 통한 사과의 말이 둘 사이에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게다가 피해자에게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라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사과의 첫 단계다.
다음 단계는 당신이 이야기하는 ‘잘못’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고 말한다. 즉,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서 뉘우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후회의 단계 다음에 해명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덧붙여준다. 해명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두려워하는 여러 가지 최악의 상상들을 진실. 그것 하나만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사과의 의미로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상을 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손해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피해자나 사회에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과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
이런 사과의 단계들을 설명해주면서도 저자는 우리들이 ‘왜 사과를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들도 궁금하지 않게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기를 가장 큰 이유는 사과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과하는 사람의 자존심 문제 역시 사과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나보다 상대방의 문제라고 한다. 즉, 내가 이렇게 사과했는데도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어쩌나?’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사과를 겁내거나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 사과는 타협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과라는 것이 “내가 이러저러해서 미안해”라고 했을 때, 무조건 “괜찮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면에서도 네가 잘못 한 것 같으니 이렇게 해주면 어떨까?”라는 여러 가지 대답과 같이 서로의 갈등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사과 솔루션>이 내게 준 것
언제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할 줄 아는 큰 리더인데 반해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사과할 줄 모르는 인물이라는 비판기사를 본적이 있다. 미국대통령이라는 지위가 가져오는 거품(사과의 위력이 배가되는 상황)을 배제했을 때. 미국 하버드대 흑인교수 체포 사건의 중심인물인 경찰관과 하버드 교수를 직접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대화로 풀어나간 점은 오바마를 큰 인물로 보기에 충분한 행동인 듯싶다.
하지만 이런 과정의 숨겨진 진실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까지만 해도 "경찰이 어리석었다"는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측근들이 설득하면서 사실 상의 '사과 전화'를 하게 됐다고 전한다.
주위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마땅히 칭찬을 해줘야겠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과라는 것이 관계와 관계 사이를 조율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큰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고 사과를 하면서 여론이 움직이는 현상을 접하고서는 사과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취임 후 “모두가 제 탓”이라고 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서 당사자들을 불러 해명하고, 보상하는 단계를 실행하면서 얻은 것은 피부로 느꼈으리라.
이 일화는 몇 주간 우리들에게 일어난 각종 논란에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위에서 언급한 논란에 대처해서 제대로 된 사과를 전달한 이혁재 씨("배틀을 찾아가 식사를 대접하며 사과할 것이다. 많이 경솔했고 인격 수양이 부족했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움직임은 진짜 사과의 위력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사전 인터뷰로 작성된 이야기를 마치 제작진이 시켰다고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고, 사과의 대상을 엉터리로 선정하여 한국 남성들의 '루저대란‘을 야기한 그녀에게 이 책 일독을 권한다. 사과는 협상의 단계라는 생각으로 도망가지 말고 떳떳하게 자신의 발언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어를 읽을 수 없을 티에리 앙리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공이 손에 닿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심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는 그의 말처럼 오심도 경기의 일부겠지만 사과 없는 그의 인정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