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에 미쳐라 - 컴퓨터 의사 안철수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1
김상훈 지음 / 엠에스디미디어(미래를소유한사람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에 대한 글이나 기사를 꽤 많이 접해온 편인데도 아직도 저에 관한 새 글을 쓸 때마다 쑥스럽고 불편합니다. 이는 마치 혼자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주위가 모두 소란스러운 것 같아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제가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기분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글이나 저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할 때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미국에서 띄운 편지 중-

잘하는 운동도 없었고, 희멀건 했던 외모를 가진 어린 시절의 안철수는 주위의 친구들에게 ‘흰둥이’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의지가 되었던 유일한 친구는 병아리였고, 병아리 친구와의 비극적 사건 이후에 그의 유일한 벗은 책이 되었다.

그가 얼마나 책에 미쳐있었는지는 근처 도서관의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행동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복하다보니, 도서관 사서가 ‘얘가 책의 뒷면에 이름을 남기려고 빌려가는구나.’라고 오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책에 미쳐있던 그는 책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탐색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기계들을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익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서는 지금껏 그가 이루어낸 성과들을 설명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듯싶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썩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지만 결국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그 고된 대학생활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도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인생의 여인을 만나는데도 역시 성공했다. 그것도 한방에)

‘안철수 연구소’라는 회사를 차려서 연간 순수익 100억 원이 넘는 회사로 발전시키는 일에도 성공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서 다시 새로운 공부를 하러 떠나고……. 책에서는 유학생활의 결과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는 화려하게 교수로 컴백한 안철수. 대체 이 사람이 가질 수 있었던 무한한 능력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네 꿈에 미쳐라>라는 책은 안철수 그의 자서전은 아니다. 그를 옆에서 취재했던 김상훈 기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전기식으로 재구성해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과 함께 안철수 자신이 직접 참여한 공간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뒷부분 선각자 안철수가 하는 이야기는 지금의 관심사인 경영부분에 상당부분 많이 치우쳐있어서 CEO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 없이 보통사람인 내가 책을 모두 다 읽은 뒤에 느낀 소감을 이야기해보라 한다면 참으로 우직한 사람이라고, 그저 대단한 사람이라는 정도의 말 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분야의 일도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경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나에게 있어서 마치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은 ‘무’에서 비롯되었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따름이다. 

하지만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성과를 이루어냄에 있어서 중요한 비결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밝혀내서 나의 삶에 적용시켜야 한다. 책 속에서 그 비결을 찾아봤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결은 바로 ‘기본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입을 앞둔 다른 친구들은 문제집을 얼마나 많이 풀어내느냐를 경쟁했다고 하는데, 그 시기의 안철수는 영어의 기초가 되는 단어를 중점적으로 파고들었으며, 수학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확실히 기초를 다지고 난 이후에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고 이야기한다.

나중에 백신을 개발할 당시에도 컴퓨터에 관련된 언어라든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숙지한 이후에 다음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경영에 관련해서도 체계 없이 지휘하지 않았고, 서재에 꽂힌 각종 경영전문 서적을 탐독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해나갔다고 한다.

몇몇 사람은 학창시절에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 책만 가지고서는 그가 어느 정도까지 기초를 다졌는지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기초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만족도 이상으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어낸 앤드루 와일즈의 경우에도 300년 간 풀리지 않고 있던 그 정리를 풀어내기 위해서 수학적으로 필요했던 지식의 도구를 갈고 닦기 위해서 평생 수학자의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7년의 기간 중에 절반이상의 시간을 바쳤음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카이스트의 석좌교수가 된 안철수 교수는 어떤 어려운 상황과 어려운 공부를 함에 앞서서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기본기의 확립과 더불어 그를 완성시켜낸 무서운 집념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 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고. 그게 당신이나 나처럼 평범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시간을 투자해 봐. 길이 보일거야.” -88쪽-

무조건 빨리 해야 하고 남들이 하는 진도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그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서가라는 선조의 가르침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정확성과 확실성이라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적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것으로 체득되어 아마도 지금의 안철수와 같은 경지에 이르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지금의 안철수를 만들어 낸 경험치는 그의 인생의 대부분을 자신의 능력 향상에 힘써온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도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었지만, 남들과는 다른 멀리 볼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굳건한 지식의 탑과 실전으로 체득한 경험의 탑. 양쪽의 탑으로 떠받혀진 그가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든든한 양방향의 탑이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로서의 시도를 함에 있어서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그 탑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벽돌과 같은 모양새로 또 다른 분야의 탑을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에게 당부한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 되어라고…….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다.” -212쪽-

냉정한 현실인식,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 현실에 근거한 치밀한 사업계획, 구체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현장 경영과 더불어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열정. 이것이 바로 그가 실행하고 있는 경영자의 비법이요. 인간 안철수를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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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규태 2012-01-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으로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안철수님,김상훈님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동료들과 읽지 않은 젊은 학우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