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ymond Peynet

내가 당신을 사랑히게 된 것은 하나님이 남성으로서 내게 주신 보호본능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작고
약해 보이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늘 보호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나 당
신을 알고 사랑할수록 오히려 당신에게 깊이 보호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섬기고 존경함으로써 의연한 하나님의 남자로 성숙하게 했습니다.
당신은 공부도 많이 했고 똑똑하고 아름다우며, 순결하고 지혜로운 여자입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깊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는 당신이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절
망하고 낙담하여 내 삶의 모든 문이 막혔을 때 당신은 하나님께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였습니다. 당신
의 겸손한 충고로 우리는 삶의 모든 고비마다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었고, 그것은 축복의 시작이 되었
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고단한 삶은 내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지만, 또한 많은 것을 얻게 하였습니다. 자신
감을 상실했으나 신앙을 얻게 되었고, 명성을 잃었으나 겸손을 얻었으며, 사람들을 잃었으나 친구들
을 얻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련된 하나님 나라의 꿈을 얻게 된 것은 아픔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부부가 될 것이며, 당연히 우리의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더더욱이 하나님과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은희씨,
오늘 우리가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부부로 서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부인할 길이
없습니다. 또한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과 기도,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인내와 겸손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혼은 꿈도 못 꾸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듯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며 보호할 것을 약속합니다. 사랑합니다.
20030717. 결혼식날 아내에게 읽어주었던 결혼서약서
Raymond Peynet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다가, 문득 결혼서약서가 생각이 났습니다. Raymond Peynet의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누구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각오와 책임과 헌신과 신뢰가 없이 사랑은 형성되지도 않고 자라지도 않습니다. 익숙해지면 쉽게 잊고 마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자주, 반복적으로 처음의 약속을 상기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혼식때 설레이던 마음과 결혼서약을 읽을 때 다짐했던 사랑의 각오를 자꾸 자꾸 떠올려 보는것은, 세례 받을 때의 설레임과 주님을 향한 사랑의 각오를 떠올려 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신앙생활도 결혼생활도 익숙해지면서 가치를 잊어버리는 어리석음 때문에 약해지고빛이 바래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결혼서약서를 읽고 또 읽습니다.아울러 내 마음 속에 신앙서약서도 다시 읽어봅니다. 가치의 재확인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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