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남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의 하나는 설겆이일 것입니다. 어찌나 귀찮고 하기 싫은지, 밥 먹기 전에 설겆이 걱정부터 할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설겆이 거리가 며칠씩 밀리기 마련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역한 냄새 때문에 비로소 설겆이를 하게 됩니다.

  오늘도 역시 비통한 심정으로 언제부터 쌓여 있었는지 이끼(?)까지 끼어버린 밀린 설겆이 거리를 냄새에 못 이겨 닦기 시작했습니다. 세제를 수세미에 얹고 더러워진 그릇을 손에 들고 박박 문지르니 거품이 일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세제 묻힌 수세미로 박박 잘 닦은 그릇들을 한 쪽에 고이 모아 두었다가 흐르는 물로 거품을 제거하고 깨긋이 헹구어냅니다. 이쯤되면 마음에 편안함이 몰려옵니다. " 이제 며칠 동안은 별 탈 없이 먹고 살 수 있겠구나."

   그런데 설겆이를 마치고 깨끗이 씻어낸 그릇에 음식을 담다가, 문득 엊저녁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거품이 다 빠지면 하나님이 사용하실거야. 네가 35년 동안 쌓아왔던 거 다 제거되니까 하나님이 새 것들로 채워주시잖아. 난 좀 더 남았나봐."

   어쩌면 밀려서 이끼마저 끼고 냄새 고약한 설겆이 거리는 내가 내 멋대로 살아온 삶의 결과물들과 그리 똑같을까요? 그 동안 내 인생의 그릇에 내가 담아왔던 온갖 더러운 것들로 인해 내 삶은 얼마나 왜곡되고 그릇된 길로 치달았던가요? 그리하여 하나님은 설겆이 작업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세제를 수세미에 얹고 내 삶을 손에 쥐고 하나님은 거품을 일으키며 나를 깨끗이 닦아 주신 것입니다. 이제 거품을 제거하고 깨끗이 헹구어내기만 하면 하나님 나라의 깨끗함을 담을 수 있겠지요. 이제 막바지 작업인 듯 합니다. 다 무너지고 건강밖에 안 남았는데, 건강마저 무너졌으니 남은게 없습니다.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것은 이제 다 닦여 나갔습니다. 마지막 거품만 제거되면 하나님의 그릇이 되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담을 수 있겠지요.

   꼬박 한 달을 앓았습니다. 원망과 자괴감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비로소 하나님을 보기 시작했을 때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그 사랑과 놀라운 계획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사람을 저 세상에 보내기도 하시고 다시 돌아오게도 하신다.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신다." 삼상2:6-7

 "하나님은 내가 가는 길을 다 알고 계신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처럼 깨끗할 것."  욥 23:10

   낡은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멋진 새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하나님은 그 동안 내가 쌓아온  삶의 모든 이력과 공적들을 완전히 무너뜨리시고, 신축공사를 시작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다시 세우는 일 없이 무너뜨리지 아니하신다"라는 신념으로 박해를 이겨내곤 했던 재세례파 교도들처럼, 믿음으로 무너지는 과정들을 잘 견디면 하나님이 훨씬 더 아름답게 내 인생을 세워주시리라 믿습니다. 고통의 시간들을 순리로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뜻을 잘 따라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겸손하고 진실한 하나님의 그릇이 될 것이라고 희망해 봅니다
구원-강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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