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가치와 동기부여

행복한 책읽기 - 김현의 일기 1986~1989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6월

  나는 이 책을 세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다시 읽을 수 없는 김현 선생의 문장을 곱씹으면서 읽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선생의 평론을 몇 차례 읽은 후 나는 곧바로 그의 애독자가 되었다. 한국에 구조주의를 소개하는 등의 학문적 업적은 차치하더라도, 그의 인품과 문장만으로도 그는 충분한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몇몇 지우들의 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더욱 그는 나에게 '지식인의 전형'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유학 할 때는 일부러 그가 공부하던 스트라스부르 대학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현 선생과 기형도를 가장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출중한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어쩌면 빨리 갔기 때문에 천재성이 더 부각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학자이기 이전에 독자였던 선생의 치열한 책읽기와 작가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죽기 전까지 담담하게 책을 읽고 느끼고 사유하는 일을 지속했던 선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한한 인간으로서 마지막 삶의 열정을 책읽기에 쏟아 부었던 것이다. 이 책은 지금도 내 추천도서 목록 상단에 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읽고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받은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동기부여나 방향설정이 필요한 사람들은 꼭 읽었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