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토요일마다 아동대상으로 역사특강이 있다 지난주에 우리 딸이 듣고는 너무 재미있어한다 어제도 역사특강을 들었다 흥선대원군과 쇄국정책에 대해 한다고 문자가 날라왔다 역사의식이 있는 다음세대가 세워지면 좋겠다 근데 아들 두놈은 강의 안듣고 도서관 순찰(?)만 하고 있다 ㅜㅜ


2웬 노인이 들어와 책을 빌린다 “칼 세이의 <코스모스>란 책이 있느냐?” 그래서 내가 옆에 있다가 끼어들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라고. 어르신이 그 책을 읽는다 하시길래 연세를 여쭤봤더니 “78세”라고 하셨다 우아~근데 굉장히 정정하셨다 스치는 생각으로 나도 그렇게 늙어가야겠다 평생 공부하며 살아야지 생각했다


3<코스모스>가 유명한 책이라고 하니 옆에 앉은 아줌마가 무슨 책이냐며 슬그머니 일어나 책을 들추어본다 ‘과학도서’라고 내가 답변했다 할아버지가 내 자리 맞은편에 앉으셔서 ‘전공이 천문학이냐?’고 물으시더니만 자긴 경제 재무쪽에 일했는데 천문학도서를 한번은 읽었는데 너무 어렵다고. 그러면서 고등학교수학이야기도 하시다가 수학이 젬병인 내 앞에서 ‘벡타’이야길 하셨다 쩝 ㅜㅜ


4도서관에서 큰소리로 이야기하면 안되는데 라고 하시면서 자기가 ‘활’(국궁)을 쏜다고 하셨다 과녁은 350만원 주고 구입했고 활은 얼마, 화살은 개당 1만원이 넘어가는데 잊어버리거나 부러지면 돈이 날아간다 한달에 70만원 정도 든다고 하셨다 나더러는 배우지 말라고 하셨다 골프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고 하셨다 오전에 77발 쏘고 오후에 77발 쏘신다고 했다 활쏘는 거 보통 힘으로 안되는데 그분이 나이에 비해 정정하신 이유가 활쏘기에게 있었나 싶었다 근데 수영도 하신단다 78세에 독서하는 인생이 되려면 체력이 요구된다는 사실...


5그러다가 ‘진검’이야길 하셨다... 인생 선배를 만나니 너무 흥미로웠다 시끄럽게 느껴질까봐 복도의 의자에 앉아 대화를 잠시나마 나누었다 고령화사회에도 이렇게 활력넘치게 생활하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싶었다 물론 그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니깐 그럴것이다


6책 한권으로 대화가 통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너무 소중한 거다 앉아서 책이야기만 나눠도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7김탁환의 <천년습작>에 보면 저자는 독자의 입장을 너머 작가의 입장에서 독서하지 않는, 독서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와 세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진중권도 <테크노시대의...> 그런 이슈를 다뤘다 나는 작가가 아니다 단지 독서가일 뿐이다 하지만 독서가는 혼자서 잘 읽고 자기지식만 채우는 차원에 그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요즘 하게된다 독서가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독서하지 않는 인간들(?)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독서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서게해야 할 책임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쫌 그런 의식이 스며든다 ‘읽지 않는 시대와 세대’에 대해 개탄하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독서가 얼마나 좋은지 나눌수 있어야 하고 동기부여를 시켜 “함께 읽는 독자”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만큼 책을 통해 풍성함을 받았으니 나누어주어야 나도 크고 또 다른 이도 커가는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들...기회가 된다면 그런 모임을 가졌음 하는데 좀 더 지켜보고 움직이고 싶다


8문득 김광석의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 줄 수 있다면...>그런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좋은 것은 나눠야 더 풍성해진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나눌 수 있다면 나누고 함께 읽고 느끼고 깨닫고 실천하는 독서가가 되고 싶다!


9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악수를 나눴다 다음에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길 나눌수 있을지도.

문득 이웃 한분이 고대시대엔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대단한 통찰과 지식을 구할 수 있었느냐란 그런 내용의 질문을 했다 내가 대답하길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책도, 텍스트도 다 근원지는 사람이다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삶에서 더 많은 지식과 통찰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 사람과 나누는 그것, 사람을 읽는 그것이 또 하나의 독서가 아닌가!


10독서는 탁상공론이 되어선 아니된다 독서는 책상에서 이뤄지지만 진정한 독서는 삶의 변화와 인격의 성숙이 아닐까! ‘고인 물은 썩는다’ 독서의 미학도 나눌때 더 배가된다 예전에 독토할 때 선물받은 <이젠 함께 읽기다>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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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8-09-23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도서관 일화입니다~ 카알벨루치님도 온가족 모두 즐겁고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psyche 2018-09-24 0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들이 함께 주말을 도서관에서 보내다니 참 보기 좋아요! 책 한권으로 낯선이와 마음 통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좋고요.

2018-09-24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심이병욱 2018-09-24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특히 글 마무리의 ˝독서는 책상에서 이뤄지지만 진정한 독서는 삶의 변화와 인격의 성숙이 아닐까!˝에 감명 받았습니디.

카알벨루치 2018-09-24 10:49   좋아요 0 | URL
이렇게까지 댓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명절 잘 쇠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18-09-24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 아이의 아빠셨군요!
우리도 그 할아버지처럼 슈퍼 노인이 될 확률이 많죠.
지금은 그 나이되면 뭘할까? 상상도 못할 것 같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무슨 책인가를 열심히 읽고 있을 겁니다.
아니면 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실제로 저의 지인 한 분은 나이가 70인데 대학원을 다니고 계시더군요.^^

카알벨루치 2018-09-24 17:20   좋아요 1 | URL
전 제도권 공부는 안하고 싶어서 ㅎㅎ슈퍼노인 됩시다 스텔라님 ~^____^

세상틈에 2018-09-24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