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ㅡ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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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점점 더 우리는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이해해가고 있었다. 그것은 중요한 문제였고, 신이 우리에게 부과한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였다. 비록 윤회론자가 아닐지언정 나는 그 일주일의 어느 어귀쯤에서 ㅡ 지금의 삶이 무언가 본리그를 앞두고서 행하는 일종의 전지훈련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전지 훈련의 어느 어귀쯤에서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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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삼미.....>를 읽었다.  남들도 이 장면을 읽으며 울었을까. 난 창피스럽게도 울고 말았다는.......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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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0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깍두기 2004-08-07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속지 않고.... 중요하죠?^^
 

 

 

 

 

 

오랫동안 한국문학을 잘 읽지 않았는데

이제 김소진의 작품을 찾아 읽어야겠다.

이 책의 리뷰는 귀찮아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쓰려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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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리포터를 책이 나올 때마다 사 보고(큰 녀석이 목매고 기다린다), 영화도 나올 때마다 봤건만(이건 두 녀석이 다 목매고 기다린다) 좋은 줄은 모르겠다.

물론 재미가 없지는 않다. 책은 잡으면 네다섯권이나 되지만 하루내에 술술 읽히고(내 생각엔 출판사의 술수인 것 같다. 2권으로 내도 될 것을 아동도서라는 명목으로 글씨 키우고, 여백 많이 줘서 권수 늘리는 얍삽한...... 거기다 번역도 문제 있다고 본다) 영화도 1편을 볼 때는 책을 얼마나 완벽하게 재현했을까 하는 기대에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었다.

그러나 2편은...... 남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중간에 좀 졸았다.그리고 아이들 땜에 더빙으로 봐서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 말하긴 좀 뭐하지만 해리역을 하는 아역배우(이름 못외운다)는 너무 얼굴만 보고 뽑은 것 같다. 영화 내내 표정이 두세가지 밖에 안되니 말이다. 그래서 3편도 별 기대는 안하고 아이들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갔다.

그런데, 3편은 좀 진화한 것 같다. 내용도 무거워지고.....원작도 워낙 기억에 남는 내용이었다.제법 그럴듯한 공포감도 조성되어 둘째 아이는 괜히 보러 왔다며 칭얼거렸다.

놀라웠던 것은..... 아이들이 부쩍 커버렸다!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다. 헤르미온느는 좀만 더 자라면 아주 매력적인 아가씨가 될 것 같고, 론은 좀 의젓해지긴 했는데 약간 미련스럽게 보일 기미가 엿보인다.(워낙  3편에서 론의 역할이 좀 미련스럽기 때문인가?)

해리는..... 난 왜 이리 해리가 맘에 안 드는 거지? 키도 훤칠해지고 잘 생긴 얼굴인데 말이야. 내 취향이 아닌가봐. 난 해리의 얼굴에 왠지 모르게 야비함이 엿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리고 난 작가가 두들리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이야기에 악역은 필요한 법이지만 해리포터에서 두들리 가족은 마치 모두가 한 놈 찍어놓고 놀리고 괴롭히는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들의 심술궂고 못된 짓이 응징을 당할 때마다 통쾌하게 웃어줄 수가 없다. 좀 불쌍하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벼움에 대해 난 찬성할 수 없기 때문에-마법을 책임감 있는 철학이 아닌 기술로 보는 태도- 영화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너무 고지식한 어른이어서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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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리포터 작가의 산문집 같은 게 나오면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정말 좋아할만한 사람인지... 그녀가 너무 돈을 많이 벌어 질투하는 건가?
아무튼 유례없는 인세를 요구해 책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죠?
그 기사를 보고 조금 화가 났어요.
아이들이 컸다니 궁금하긴 해요.^^

깍두기 2004-07-2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이 여자가 너무 돈을 많이 벌어 내가 배가 아파서 이러나.....?
근데 배 아픈 것 외에도 저는 이 사람의 철저히 자본주의적 접근 방식(이야기 속에서도, 밖에서도)이 맘에 들지 않고,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다른 마법소설에서 볼 수 있는 철학이나 책임감(마법은 아무렇게나 휘두를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법은 댓가를 치뤄야 한다. 자기 내면의 진정한 소원을 알아야만 마법을 행할 수 있다 등등)이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나 바로 그런 부담없음 때문에 아이들은 열광하는 거겠죠.
 

9시 50분에 갔더니 10시 40분에 하는 1회가 매진이었다.(쬐~~~금 열받음)

그래, 방학맞이 유명영화를 그것도 일요일거를 예매 안했으니 고생해도 싸다고 생각하며 내꺼 한장, 아이들 것 2장을 3회분으로 예매하여 도로 집으로 왔다.

3시 40분에 시간 맞춰 영화관에 들어가려고 애들을 차에 싣고 나왔는데 영화관 근처에서 차가 억수로 밀려서 10분 정도를 까먹어 버렸다. (이것도 내 잘못이니 그냥 조금만 열받았다)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차들이 한 줄로 길게 서 있는데 어떤 얌체같은 인간이 내 앞에서 끼어들기를 하려는 것이었다. 아니, 이 자가 나를 멀로 보고..... 나는 앞차와의 거리를 종잇장 한장 간격으로 좁혔다. 그런데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지나가야 하겠길래 간격을 조금 넓혔더니, 그 사이를 잽싸게 끼어들어 버린 것이다. (우잉~~~~)

여기까지도 봐줄만했다. 영화관 앞 1층은 여성전용 주차장인데, 앞의 그 차(끼어들기한 바로 그 자)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거길 쏙 들어가 버린 것이다. 덕분에 난 지하 3층으로 내려가야 했다.(머리에서 김 나기 시작한다)

영화가 좀 진행되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우리 자리인 듯 한 곳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맞게 앉으신 거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고 좌석번호를 가르쳐 주는데 우리 자리가 아니었다. 우린 할 수 없이 너무 앞이라 비워놓은 맨 앞자리에 가서 고개를 쳐들고 목을 주물러가며 영화를 봐야했다. 영화가 끝나고 좌석확인을 해보니 우리 자리는 아까 물어본 바로 뒷자리였다.(그럼 내가 좌석 확인을 하고 있을 때 뻔히 보면서 가만 있었단 얘기 아닌가)

이러니 내가 영화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인격수양을 해야지. 모든 것은 10분 일찍 출발하지 못한 내 탓이오. 10분만 일찍 나왔어도 차도 안 밀리고 제 시간에 제자리 찾아서 편히 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에게 태클 건 모든 사람들을 용서해야지.....(말은 이렇게 해도 여전히 화는 나는 걸.....) 

 

**진짜 관람기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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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도 더운데 고생하셨군요.
그래도 애들은 무지 좋아했겠어요.
토토로 극장 가서 보여준 후 아이에게 영화 한 편 안 보여줬네요.^^
기대하던 영화 개봉한다 하면 첫날 조조로 달려갔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비디오로 봐버려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분명 있는데...
어제 그 얌체 앞에 있으면 뒤통수 한대 쥐어박고 싶네요.^^

깍두기 2004-07-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렇죠? 뒤통수 한대.... 나~쁜 놈은 같이 씹어야 맛이라구요^^
로드무비님,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애들 등쌀에 영화관에 안갈 수가 없게 됩니다. 덕분에 좋아하지도 않는 디즈니 만화를 좌악~꿰고 있다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환상문학전집 17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SF의 거장에게 "당신은 틀렸어!"라고 말하다니, 건방지기도 하지. 하지만 요즘 당신네 나라가 하는 짓을 보면 내가 이말을 안할 수가 없다구. 하지만 그건 이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이니 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지.

이 이야기는 인류가 달에 사람을 보내기 전에 씌어진 걸로 알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동명의 영화와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도 보긴 봤는데,워낙 사흘전의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이라 흐릿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매우 장엄하며, 느릿느릿하고, 좀 졸렸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를 예언한 소설이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아닌가. 그래서 이 시대를 살면서 이 책을 읽는 나는 자연스럽게 소설의 세부적인 시대 묘사를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는 전 세계의 주요 전자 신문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불러냈다. 중요한 신문들의 코드를 이미 외우고 있었으므로 패드 뒤편의 목록을 참조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모니터의 단기 메모리를 선택해 신문 1면을 화면에 꺼내 놓고 기사 제목을 재빨리 훑어보며 흥미 있는 기사들을 점찍었다. .........우표 크기만 한 직사각형이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져서 편안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이런 시스템을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서 클라크는 현재의 인터넷 신문을 1960년대에 이미 예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예언한 것보다 이 분야는 훨씬 더 발전해 버린 것 같다. 위의 묘사를 읽으면서 뭔가 뒤떨어진 느낌을 받으니 말이다. 그는 현재의  인터넷 상의 정신없이 빠른 정보전달 및 상호교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그러나 인류는 아직 그가 예언한 정도의 우주개발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런 쪽으로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달여행이 '정상적이고 평범하게' 여겨지지는 않고, 사람이 상주하는 달 기지도 없고, 토성까지 유인우주선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인간이 달에 처음 착륙했을 때만 해도 인류는 태양계를 금방이라도 정복할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뭐지?

  1. 우주개발은 상상 외로 너무나 어려운 기술이어서

  2.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3. 전쟁하느라 너무 바빠서(우주개발로 얻는 부가가치보다 약소국을 침공해서 얻는 부가가치가 더 커서)

내가 잘 모르는 일에 대해 뭐라 짐작할 수는 없는 일이고 3번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어쨌든,디테일에 있어서는 100%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은이의 상상력은 거대하다. 어찌보면 이 책을 보고 과학자들이 영감을 얻어 연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외계인의 도움으로 유인원에서 인간이 되었다. 외계지성은 우리가 진화했는지 확인하고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부르기 위해 스타게이트를 설치해 놓았다. 인공지능이 자기 모순에 빠져 인간을 배신한다. 지금 들으면 어디서 많이 들어서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지만 처음으로 생각해 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거대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당신은 틀렸어. 당신네 나라는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착하지가 않다구.

모든 나라가 식량부족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인들조차 고기를 먹지 못하는 날이 있을 정도였다  ㅡㅡ> 아마 모든 나라가 식량부족을 겪어도 미국인들은 고기를 먹을걸?

38개 핵보유국들은 오로지 정치가들의 눈에만 보이는 상징적인 경계선에서 호전적인 불안감을 안고 서로를 주시했다ㅡㅡ>이 세상 모든 나라가 미국이 또 뭔짓을 할지 불안감을 안고 주시하고 있다구.

 

사실, 이런 묘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열받는 이유는 당신네 나라가 요즘 하는 짓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래. 미국이 인류 전체를 대표해서 인류의 희망을 싣고 우주로 뻗어나간다, 이런 희망적인 관측을 이제는 할 수 없다구. 당신들은 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자격이 없어. 그럼 이제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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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능력도 알고보면 남의 걸 훔쳐 획득한 능력 아니겠습니까!
미국의 좋은 것들(특히 영화)만 즐기고 나머지는 싸그리 무시하려고 해요.
안 그러면 혈압오르니까!^^
잘 읽었습니다.^^

깍두기 2004-07-2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리뷰의 첫 코멘트를 로드무비님이...... 님은 제 서재를 빛내 주시는 너무 고마운 분이셔요.옆에 계시면 안아드릴텐데(부비부비....좋아는 하실라나???)

로드무비 2004-07-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치미를 떼고)어제 쓴 제 리뷰 보셨수?
코멘트가 하나도 안 달려 썰렁한...
헤헤, 안아주세요!

히치하이커 2005-07-05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훔.. 작은 딴지... 아서 클라크는 영국인입니다.. 미국인이 아니죠.. ^^

rlacjfgns 2007-03-30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서 C 클라크 님은 영국인이십니다.
현재는 스리랑카에 살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