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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타오르고 싶다 - 그림 혹은 내 영혼의 풍경들
김영숙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8월
품절
로드무비님이 이벤트 선물로 주신 이 책을 읽었다.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그림 공부를 많이 한 사람보다는 이제 막 그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에게 알맞을 책이다. 나같은 사람 말이다. 새로운 것을 꽤 알게 되었다. 친절하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지은이의 글솜씨 때문에도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그러나, 나에게 저자의 글은 어딘가 2%가 부족한 듯, 책을 다 읽고 나니 좀 허전한 감도 있었다.
소현이가 좋아하는 고흐의 자화상. 이걸 보고는 고흐놀이라며 내 목도리를 칭칭 감고 사진을 찍었었다.
이건 고갱. 다 아시다시피 고갱은 중년의 나이에 잘 다니던 회사와 아내 자식들을 버리고 그림공부를 하러 떠났다. 아, 그의 아내는 얼마나 황당했을까나. 고흐와 고갱의 그림을 보면서 옛날에 <달과 6펜스>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아마 그 둘의 이야기였지? 근데 어떤 얘기였는지는 가물가물.....그래서 리뷰를 써야 한다. 이 책에서는 한단락 정도로 잠깐 둘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
모딜리아니. 그의 그림의 여자들은 슬픈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모딜리아니의 행각에 대해 읽으니 또 그의 그림이 달라보인다. 학대받는 여인의 초상같은.....어쩌면 그 글은 안 읽는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볼 때마다 이제 다른 상상은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흑.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딧>이다. 이 그림은 <천천히 그림읽기>란 책에서도 보았다. 여기선 세가지 버젼의 유딧이 나온다. 그 비교가 재미있다. 아르테미시아는 여성화가가 드문 시대에 활동했던 여성화가인데 그가 그린 유딧은 두려움이나 망설임이라곤 전혀 없다.
이것은 카라바조가 그린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저게 어디 목을 따고 있는 장면이란 말인가. 파리 한마리도 못 죽이게 생겼다.
클림트는 죽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들고 있는 유딧을 그렸다. 유딧은 알기 쉽게 말하면 이스라엘의 논개이다. 적장을 유혹해 목을 치는 장면을 이렇게 에로틱하게 표현하다니, 클림트의 유닛의 표정을 보면 살인에서 쾌감을 느끼는 정신병자를 그려놓은 것 같다.
각 단락의 맨 끝에는 세계유명미술관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있다. 교통편과 전화번호까지 있는.....나는 그걸 일부러 읽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갈 수도 없는데 읽어봤자 가슴만 아프다.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는 날, 여행계획을 세울 때 읽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