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위원들이 이 책에 상을 주면서 전통적이 아니라는 둥, 당혹스럽다는 둥, 기존틀로 해석할 수 없다는 둥 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는지 읽어보면 알게 된다. 소설을 '공부'하고 '지어내는' 문학평론가나 소설가들은 확실히 당황했겠다. 이 도대체 뭔가 말이다.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리얼리즘 소설(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보통 우리가 읽는 소설들 말이다) 인 것 처럼 시작했다가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판타지가 되어 있고 나중에는 장터거리 약장수가 떠벌거리는 과장되고 뒤틀린 세상이야기로 읽히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용케 한 지붕을 이고 삐걱이지 않으며 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신기할 뿐.
그러나 나같이 그냥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는 아무 생각도 않고 이 책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말빨 장난 아니고 구라는 고래처럼 거대하다. 내가 오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고로 군데군데 지나치게 튈려고 오버한 장면이 눈에 띄나(왜 이런 거 있잖은가. 여기까지만 말했으면 진짜 웃겼을 텐데 조금 더 불필요한 말을 하는 바람에 덜 웃기게 되는거) 재밌어서 다 용서해 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 뿐만은 아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고래처럼 거대하고도 예민한 것, 낡고도 새로운 어떤 것과 방금 눈을 맞추고 온 것 같은 느낌에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