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판타지란 너무 허무해서 싫다. 내가 판타지를 읽을 때는 완벽하게 창조된 또 하나의 세계를 봄으로써 인간 상상력의 극치를 맛보려 함이고 그래서 난 지도까지 완벽히 구비된 장편 판타지가 좋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고 어스시 시리즈가 그랬다. 나니아 이야기엔 뒤에 연대기가 나와 있다. 마치 실제 역사인 것처럼.
이렇게 얘기를 꺼낼듯 하다가 그만 둬 버리면 안되지. 이제 막 무대장치 해 놓고 얘기 시작할 듯 하다가 끝내냐고. 그리고 사실 그 무대장치도 좀 성의가 없는 것 같았다. 작가가 후기에서도 얘기했지만 의상도 중간에 바뀌고 확실하게 정해 놓은 배경도 없이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런 걸 중요시 여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
이 사람의 다른 단편 <어른의 문제>를 읽고 이어서 이걸 읽었는데 처음엔 참 생소했다. 소재가 너무 달라서. 근데 이 작가는 무슨 소재를 다루건 그 사회의 소수자나 아웃사이더를 다룬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듯. 다른 많은 작품들을 안 읽어봤으니 속단할 수는 없다만.
어른의 문제에 나오는 소수자들은 매우 유쾌하며,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뭐 어떻단 말이야 이런 식인데 반해 해변의 노래에 나오는 이들은 매우 우수에 차 있었다. 나는 <어른의 문제>가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