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1.
내가 좀더 어릴 때 -10대나 20대 초반- 이 책을 읽었다면 꽤 감동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자아의 신화를 찾기에는 너무 늙어 버렸는지 별 감흥이 없다.
2.
작가가 하려는 중요한 말,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것을 비롯하여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교훈적인 말들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몇천년 전에 하신 말씀이 아닌가. 나는 나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글이 싫다. 적어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었다면 이야기와 문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훈은 읽고 난 후 내가 다시 곱씹어보며 느낄 수 있게.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나오는 교훈적인 말들은 마치 생쌀을 씹은 느낌이 들게 한다.
3.
세상을 오래 살진 않았지만 세상은 이런 식으로 거하게 신비한 게 아니다. 아주 소소하고, 쩨쩨하고, 보잘것 없으면서 신비한 거다. 자아의 신화란 순례여행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치사한 꼴 다 겪고 그 속에서 한 송이 연꽃을 피워 얻어지는 거다. 작가도 그 점을 모르진 않겠지. 책의 내용은 다만 비유일 뿐일 테니까. 그래도 추함과 더러움이 없는 순수한 주인공의 내면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