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기차 국시꼬랭이 동네 4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언어세상'  출판사가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란 기획 하에 우리 문화,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옛날 문화를 보여 주는 시리즈물이다. '똥떡', '쌈닭' 등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들만 보아도 아스라한 추억에 젖게 되고, 우리 아이들에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로의 여행을 이끈다.

외국 동화책이 주류를 이루고 우리 작가가 쓴 훌륭한 그림책을 만나기가 어려웠던 나는 이 시리즈물의 제목만 보아도 참 반가웠다. 솔거나라에서 나온 '한지돌이'를 참 좋아하던 큰애를 생각하며 책을 뒤적여 보니 그림도 내용에 걸맞게 동양화처럼 은근한 색채에 시골 아이들과 강아지의 표정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강마을, 모래쌓기를 하던 남매 윤수와 윤미는 기차를 보며 탄성을 내지른다. 기차 타고 외가에 가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오빠 윤수는 데려다 준다고 큰소리치는데 이제부터 아이들의 진지한 놀이가 시작된다. 모래를 파내고 다지며 긴 기찻길을 만들고 한 쪽 고무신 뒤쪽을 다른 고무신 앞쪽에 끼워 기차를 만드는 아이들... 아이들의 놀이는 이렇게 무언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중요하고 진지한 양상을 띠는데 우리 어른들은 집안이 어질러진다고 혹은 나이에 안 맞게 유치하게 논다고 타박하고 중지시키는 경향이 있다.

고무신 기차를 다 만들고 놀다가 모래 속에서 왕고무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그림은 아이들의 환상을 보여준다. 고무신의 크기가 커져서 두 사람 다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진짜 기차가 된 것이다. 그림 속 아이들의 환한 표정 만큼이나 책을 보던 우리 아이들도 눈이 동그래져서 "우와"하고 소리를 지르던 장면.. 가끔은 환상이 더 좋은 것 같다. 실제 세상보다.. 

아이들의 놀이는 점점 발전하여 기차가 트럭으로 변하고 새하얀 고무신 트럭을 몰고 와서 시비 거는 친구 민규와 한 판 싸움도 벌어진다.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놀란 윤미의 표정이 실감나고 강아지조차 놀라고 무서워 윤미의 옷을 부여잡는 모습에서 화가의 세심한 유머를 보게 된다.  

다 같이 고무신 트럭을 만들자는 윤미의 말에 둘은 화해하고 검정 고무신과 하얀 고무신은 합쳐져 새 트럭이 된다. 이 장면에서 파워레인저를 좋아했던 우리 아들들의 외침. "우와, 고무신 합체!"

강 위에 둥둥 떠다니는 꽃고무신 한 짝을 보고 놀이는 다시 바뀌어 배 놀이를 시작하고 그림은 꽃고무신배를 탄 아이들로 바뀐다.

줄거리가 단순하지만 고무신을 갖고 기차, 트럭, 배를 만들고 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작은 고무신이 커져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다는 상상이 우리를 동화의 세계로 이끈다.

끝부분에는 고무신을 갖고 택시, 트럭, 손수레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드는 사진도 첨부되어 있고, '고무신의 걸어온 길','고무신과 아이들'이라는 제목 하에 고무신 문화에 대한 안내도 들어 있다.

4세에서 7세까지 좋을 것 같고, 어른들도 정겨운 추억에 젖게 만드는 귀중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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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6-2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세상의 이시리즈 참 좋죠? 전 그중에도 이 고무신기차가 참 애착이 간답니다.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저의어릴때 첫 깜장고무신얘기도 곁들여 주었더니 너무 신기해하는거에요.ㅎㅎㅎ

비자림 2006-06-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대화 많이 나누시나 봐요. ^^
우리 아이들은 '똥떡'을 제일 좋아해요. 그에 대한 리뷰는 조만간에..호호

프레이야 2006-07-0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참 좋더군요. 소박한 정감이 묻어나는 그림이요..

비자림 2006-07-09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런 그림책은 일부러 보여주려고 한답니다.
근데 애들이 날 닮아서 재밌거나 신기한 그림책을 더 선호한답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