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저녁 식사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3
마이클 갈랜드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보림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서재 이미지는 미로의 그림이다. 난 미로라는 화가를 잘 모른다. 다만 서재 이미지를 고르다가 미로의 이미지가 좋아 현재도 쓰고 있는데 그는 초현실주의 계열의 화가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클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미로. 스페인 화가 미로에 대해 언제 본격적으로 알아 보고 싶다.

난 이렇게 그림을 좋아하긴 하나  문외한인 편인데 그래도 살바도르 달리 정도는 이름을 외우고 있고 그의 화풍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동화책에는 낯설고 기괴한 이미지로 현실의 풍경을 묘하게 비틀어 보여 주는 살바도르 달리가 손님으로 나온다. 게다가 주인공 소년 피에르가 놀러간 집은 마그리트 아저씨네 집인데 동화책 끝을 보니 르네 마그리트도 실제 화가이며 그의 부인이 조제트인데 이 책에도 조제트가 그대로 나온다.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세상에.. 초현실주의 화가가 등장하고 초현실주의 그림이 등장하는 이 동화책을 우리 아들들은 무지 쉽게 해석해(?) 낸다. 아니 굉장히 즐긴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 같다. 동화책을 집어 오는 순간 흥분한 아들들의 입안으론 침이 꼴깍 넘어가고 첫 장을 넘기자마자 돌이 되어 굳어 가는 아빠, 엄마를 보며 "히야. 엄마, 돌이 되고 있어요."한다.  어른들은 동화책 내용을 중시하지만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 그림부터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다. 어른들의 눈으론 아이에게 관심없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이며 자신을 반추하게 되고 아이들의 눈으론 비현실적인 묘사가 재밌고 우스꽝스럽다.

시골에 놀러온 피에르는 심심하여 마그리트 아저씨네 집으로 가는데 그 집은 굴뚝에서 피어 나오는 하얀 구름부터 평범하지 않다. 물음표 모양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아저씨네 집. 새알을 보며 새를 그리고 있는 아저씨의 말이 참 철학적이었다.

"새가 어디 있어요? 난 새알밖에 안 보이는데!" 피에르가 말했어요.

"그래, 사람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지.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게 좋단다. 내가 꿈꾸는 걸 그리는 거야.그래야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볼 때, 내 마음속에 있는 걸 볼 수 있잖니?"

피에르는 마그리트 부부와 살바도르 달리 아저씨랑 산책을 가는데 숲의 풍경도 기괴하다. 산책 후 함께 하는 크로케 게임의 망치도 모두 구부러져 있다. 갑자기 퍼붓는 비도 기상천외한 비이다. 동물들이 하늘에서 내려 오는데 그게 비란다. 우리 아이들은 이 장면을 가장 재미있어 했다. 식사 장면도 만만치 않다. 자고새 파이와 날치수프에서 날치가 헤엄치고 자고새가 날아오른다. 달리 아저씨는 네 개의 팔로 맛있게 식사하고 피에르는 엄청 놀라는 표정을 짓는데 그 둘의 표정 대비도 재미있었다.

집에 온 피에르, 여전히 엄마는 뜨개질하고 아빠는 신문보는 모습인데 둘다 완전히 돌이 되어 버린 모습이다.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취학 전 5세 이상 아이들에게 혹은 초등학교 1,2학년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처럼 이 그림책을 한 번 보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유쾌한 상상 속으로 빠져 들고 웃으며 책을 덮게 될 것이고, 이 책은 거기다 덤으로 어떤 생각을 우리에게 던져 주니까...

초현실주의 화가가 등장하고 초현실주의 그림이 등장하여 멋있게 만들어진 그림책,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웃음과 철학이 합쳐진 그림인 것 같다.

아이를 둔 부모님들, 이 책을 꼭 아이에게 선물해 주셔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06-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그림책 좋아보여요^^

치유 2006-06-11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어요.제가 보고 조카에게 선물해 줘도 될듯해서..

비자림 2006-06-1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다들 취향이 있겠지만 전 유머가 담긴 책도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이 킥킥 대며 웃을 수 있고 수십 번을 봐도 환호성을 지르며 그림 속 세상에 빠져드는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