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정말 오랜만에 맞이하는 오전시간의 고요다.^^
작년가을 들어가기 힘들다는 병설유치원에 제비뽑기를 하여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고보니 1월에는 겨울방학과 설연휴, 2월에는 봄방학으로 쉬는날이 많은데, 유치원비 고스란히 내는게 아까워 과감히 유치원을 그만두었다. 덕분에 1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작은아이의 시간은 내가 책임져야했다. 거기다 큰아이도 겨울방학 끝나고 열흘정도 학교간게 전부이니 정말 나에게는 기나긴 방학이었다. 어제 작은아이 유치원 입학식을 끝내고 드디어 나에게도 봄날이 온듯한 기분이다.ㅎㅎ
어제 밤에는 어느분의 서재에서 취중진담(?) 이야기를 읽다가, 나도 한 번 해볼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일이다.
시어머니는 평소에 거의 모든 일을 며느리들한테 얘기하지 않고, 아들들에게 핸드폰으로 직접 얘기하신다. 그런데 그때 잡혔던 행사에 대해서는 며느리들한테 여러번 전화해서 자꾸 말씀하시고, 바쁘면 안와도 된다고 하시는게 꼭 참석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뭐~~ 어찌되었든 난 내 할일은 해놓고 보자는 스타일이라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덜컥 친정아버지께서 계단에서 넘어지셔서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연세도 많으신 엄마가 매일같이 병간호도 힘들고, 늦게 집에 가셔서 식사준비하는 것도 너무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님께 행사에 참석을 못할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너는 시댁일이 먼저냐? 친정일이 먼저냐?"라고 화를 내시며, 여기에는 쓸 수 없는 말씀들을 마구 쏟아내시고 전화를 딸깍~~ 끊으셨다. 시어머님은 늘 그랬다. 자신이 화가날때면 마구마구 말씀하시고, 내 가슴에는 커다란 못이 박히는데 다음에 만날때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하셨다.
더욱 화가나는건 옆지기의 태도였다. 굳이 행사를 빠지고 친정에 가겠다고 하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인 내 마음은 그랬다. 아이들과 함께 친정에 가면 엄마를 도와드릴 수 없으니, 옆지기가 아이들과 함께 시댁 행사에 가면 식사 걱정은 안해도 되고, 그 틈에 나는 친정에 가서 식사도 해드리고 병원에도 하루쯤 있어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설명해도 토요일에 시댁행사에 가서 하루자고, 일요일에 병원에 잠시 들르면 된다는게 옆지기의 주장이니 어찌 야속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너무너무 속상해서 동서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것 같다하며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자기들끼리 알아서하면 된다고 친정에 다녀오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나서도 동서들이 응원의 문자를 계속 보내주니 마음을 조금 풀 수 있었다. 결혼해서 7년 동안 시댁에선 나 혼자 남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두 동서들이 결혼하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난 반찬을 만들어 싸들고 친정에 갔고, 병원에도 하루종일 있어봤는데 아무일도 안하고 있지만 온 몸이 쑤시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이 일로 옆지기와도 오랜시간 대화를 끊고 시댁에도 발길을 끊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바로 다음주가 설날이었다. 명절은 보내야하기에 시댁에 갔고, 난 소심한 복수(?) 차원에서 시어머님를 외면했다. 사실 복수라기 보다는 내 마음이 어머님과 별로 마주하고싶지 않았다. 시댁에 있는 동안 시어머님과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말 말고는, 단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은것 같다. 그래도 난 시댁에서 2년 반이나 살다가 분가했기에 어머님 사정을 잘 알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편이고, 일 할 때도 항상 어머님 옆에서 돕는 편이었는데 아마 어머님도 불편한 공기를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생각한건데...
내가 만약 설전날 술 한 잔하고 어머님 때문에 속상했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으며 취중진담(?)을 했더라면, 어머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 나도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노력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머님도 그 분의 시아버지처럼 나를 이해해 주셨을까? 결론은 평소 어머님 성향으로 봐서 절대로 아닐거다로 간다.ㅜㅜ
결국~~ 지금까지도 마음의 앙금은 남아있지만 그 일은 잊으려 노력중이다. 나 혼자 나쁜마음을 먹고 있으면 나만 힘들어지는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친정아버지도 퇴원하셔서 가까운 산책도 나가시고 하신다니 다행이다. 요즘들어 점점 약해져 가는 부모님을 뵐때마다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작은아이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구나.
시간 참 빨리 흘러간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