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밀려드는 집안 일들로 정신 차릴 수 없이 바빴다. 시댁에서는 종가집의 맏며느리로 시아버님의 칠순잔치와 가족여행을 치루고, 친정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딸로 엄마의 칠순을 챙겨드리고, 집에서는 두 아들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니는 빡빡한 스케쥴이었다. 그 모든 일들이 어제 아침 친정부모님께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시는 걸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지나고보니 나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 시간 동안 그렇게 좋아했던 알라딘의 서재놀이도 못하고, 독서는 꿈도 못 꾸며 지냈다는거다.

거기다 이벤트라면 열어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는 주의였는데, 문학동네가 화끈하게 쏴주는 이벤트를 보면서도 참여할 여유가 없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했다. 오호!!!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어찌 아셨는지 문학동네가 다시한번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을 쏴주신단다. 한달여 동안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온 나에게 문학동네가 분명 상을 주지 않을까 기대해 봐야겠다. 꿈같은 기대가 이루어진다면 이 가을의 남은 시간은 나만을 위한 독서의 시간으로 아껴두고싶다.



1. 김 훈의 <내 젊은 날의 숲> - \10,800  

김훈작가님을 처음 만난것은 10여년전에 쓰신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을 통해서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꾹꾹 눌러쓴 글들과 사진작가 이강빈님의 사진이 함께하는 멋진 책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여행>은 지금 판매되는 책과 표지가 다른데, 표지에 씌여있는 글이 재미나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이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2000년 7월에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아마도 새로산 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시며 후속편인 <자전거여행2>를 쓰시지 않았을까 싶다. ^^ 
   









지금은 책좀 사가라하지 않아도 수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새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새로이 출판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내 젊은날의 숲>은 아마도 예약자가 만만치 않을듯... 소설이지만, 에세이집에서 느꼈던 부드러운 문장과 멋진 풍경을 그려주리라 기대된다.

풍경과 풍경,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장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없었던 색을 빚어내듯이 나는 이미지와 사유가 서로 스며서 태어나는 새로운 언어를 도모하였다. 몸의 호흡과 글의 리듬이 서로 엉기고, 외계의 사물이 내면의 언어에 실려서 빚어지는 새로운 풍경을 나는 그리고 싶었다. (……)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 한다.”



2. 박칼린의 <그냥-Just stories> -
\10,800
  

TV를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 TV속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2010년 가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사람은 바로 <박칼린> 그녀가 아닐까 싶다.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리라 짐작이된다. 우리아이도 TV를 보다가 "엄마 저 사람은 외국사람인데, 왜 저렇게 한국말를 잘해?"라고 질문을 했을만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그녀. 아마도 그에 따른 남다른 성장배경이 있었을테고, 불모지나 다름 없는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장을 개척하고 지켜오면서 최고의 음악 감독이 되기까지가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소통의 리더쉽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녀가 써내려간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인간 박칼린과 존경받는 박칼린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것 같다. 책표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궁금하다.^^



3. EBS 지식채널의 <지식e-시즌4> -
\8,830

처음 <지식e-시즌1>이 나왔을때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지식>이라는 부재가 무색하지 않을만큼 찡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EBS에서 제작한 5분짜리 동영상을 선별해 사진과 함께 설명을 덧붙인 책은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짧은 내용이지마 글 속에는 강력한 비판이 있고, 따뜻한 인간애도 숨어 있었다. 그래서 시리즈가 새로 출판될 때마다 망설임 없이 책을 구입했다.

그런데... 누군가 <지식e-시즌4>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이가 빠진듯이 보이는 책장을 보면 화가나기도 하지만,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또 다른 감성을 느껴준다면 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참에 빠진 이를 채워넣으면 어떨까 싶어 골라 보았다. 문학동네가 요렇게 빠진 이를 끼워 넣어주시면 얼마나 고마울까? ^^





4. 청동말굽의 <우리 옛 장날> -
\10,800
  

청동말굽은 아동학을 전공한 김민화, 김경화를 중심으로 문학, 미디어, 교육, 아동 심리학 등 서로 다른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책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뭉친 기획팀이다. 그들이 만든 책은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좋은 책들이다. 문학동네어린이에서 나오는 <전통문화 즐기기>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우리 옛 문화를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있다.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나이살이>, <지킴이> 등을 보았는데, 구경거리 이야기거리가 넘치는 <우리 옛 장날>도 재미날것 같다. 장날의 정겨운 풍경을 통해 옛 조상들의 생활을 살짝 엿보는 과거로의 여행을 아이와 함께 떠나 보아야겠다. 나에게는 장날까지는 아니지만 어린시절 엄마 손잡고 따라나서던 재래시장의 추억을 떠오르게 할 것 같다.









5. 백희나의 <달 샤베트> -
\9,000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유명하다. 우리집에도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큰아이 때부터 보아온 구름빵과 영어로 된 구름빵에 이어 손가락 인형놀이 셋트까지 갖추고 있다.^^ <구름빵>에 대한 아이들의 사랑이 얼마나 크면 모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구름빵 시리즈가 있고, 최근에는 KBS 1 TV에서 매주 토요일이면 구름빵 에니메이션까지 방송하고 있다.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으면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아이다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재미난 책이다.

그래서 백희나 작가의 두번째 창작책인 <달 샤베트>도 넘넘 보고싶다. 이번에는 무더운 여름밤 녹아내린 달님을 샤베트로 만들어낸 얘기라는데, 자꾸만 데워져가는 지구를 걱정하며 만든 책이란다. 지구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얘기해 주는 책으로, 환경을 생각해 콩기름으로 인쇄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단다. 아이가 물을 엎지르지 않도록 책을 조심히 봐야겠다. <구름빵>을 재미나게 보았듯이 <달 샤베트>도 즐겁게 보리라 믿는다.






















이렇게 고른 다섯권의 책은

장바구니 합계 금액 => \50,230 이다.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아주 많은 책들 중 지갑 사정을 고려하다 보면, 나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먼저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엔 나만을 위한 책들로 모두 채우려고 했지만, 택배가 도착했을때 실망 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한 권씩 담지 않을 수 없었다. 보고싶은 책들을 골라보는 이 시간마저도 아이들을 생각하는 난 행복한 엄마다.^^

에고~~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항상 자기를 챙겨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미국출장길에 오른 옆지기의 책을 고르지 않았네... 김훈 작가님의 책을 함께 공유하자면 이해해 주겠지? 떡 줄 문학동네는 생각도 안하는데 혼자서 김칫국 마시고 있는건가? 그래도 즐겁다~~ㅎㅎ

자~~ 여러분들도 어서어서 문학동네 이벤트에 참여하세요.
그게 바로 이벤트를 열어준 이에 대한 예의랍니다.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01029_moon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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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니 뭐니 해도 요번 문동 이벤트의 대세는'김훈'아자씨 같아요~
박칼린은 저도 관심 있었는데,예약이 넘 넉넉히 잡혀 있어서 깜빡 했네요~^^

같은하늘 2010-11-04 22:49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김훈작가님의 책을 선택했나 보군요.
다른분들 이벤트 참여를 찬찬히 보지 못해서...
책이야 보면 볼수록 사고싶은것만 많아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