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생님만 보세요! - 학교에 가지 못하는 10가지 이유
에이미 허즈번드 글.그림, 강민경 옮김 / 삼성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의 겉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국제우편 봉투의 모양이다. 앞면에는 <선생님만 보세요!>라며 <일급비밀>이라는 빨간 글씨와 우표까지 떡하니 붙어있고, 뒷면에도 <혼자보세요>하며 편지봉투가 봉해져 있으니 웬지 뜯어서 보아야만 할것 같은 분위기다. ^^ 엄마의 입장에서보면 이런 혼란스런 그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대성공이다. 거기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10가지 이유>라는 부제는 책의 내용을 정말 궁금하게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책을 옆으로 넘기는게 아니라 위로 넘겨서 봐야한다는거다. 마이클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재미난 편지글과 그림으로 나타냈기에, 독특한 책넘김 방식의 선택이 참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맞이하는 마이클에게 전달된 교장선생님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국어,수학,과학,사회 과목이 조금 어려울거라는 얘기에 마이클은 지레 겁을 먹는다. 편지를 읽다보면 마이클이 수학을 제일 싫어하는 듯 한데, 수학을 싫어하는 울 아들이 키득거리며 공감한 이유중에 하나다.
수학 시험이 보기 싫었던 마이클은 엉뚱 발랄한 상상력을 동원해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비밀요원의 부탁으로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탐험가를 구하는가 하면, 피라미드 여행도 하고, 벌레와 거미가 우글거리는 아마존에서 보물 찾기를 한다. 폭포 뒤에 숨겨진 보물을 찾았지만, 보물을 훔쳐 달아난 해적을 쫒기 위해 강아지 부루노가 운전하는 비행기도 타고, 오리엔트 특급열차로 해적을 쫏는다. 로켓을 타고 달아나려는 해적을 잡았지만, 이제는 나사에서 주어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달나라로 떠나야 한다며 지구의 미래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마이클...
하지만 이런 마이클을 단번에 제압할 무기를 가진 분이 계셨으니 바로 부룩선생님이다. 개학이 지나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마이클을 혼내기 보다는, 마이클의 엉뚱한 편지에 동조하면서도 재미난 학교의 계획에 대한 답장을 보내줌으로 마이클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면서 마이클이 선택할 기한을 주는 한마디 "참, 네 자리는 월요일까지만 비워둘거야."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결국 학교로 돌아간 마이클은 또 다른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학교 소풍으로 간 동물원이 너무 재미있어서 동물들과 함께 지내야겠다며 엄마, 아빠께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마이클은 또 다시 학교로 돌아갈거라 믿는다. 엉뚱발랄한 상상의 세계보다 학교에는 더 신나고 재미난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큰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던 일곱살 2학기 무렵 매일같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었다. 소심한 아이는 끝까지 이유를 얘기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학교생활을 대비해 조금은 엄하게 대한 선생님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래도 그 여파로 학교도 가지 않겠다고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이도 학교생활을 즐겁게 잘하고 있다. 어느새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인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마이클을 이해할 수 없지만 책은 재미나다며 웃는다. 아마도 학교가 싫은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면서 마이클의 상상의 세계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싶다. 엄마인 나는 학교가 재미나다는 아이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